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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야구 강국의 책임과 의무, 꼴찌에게도 박수를!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17.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관련한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 지난 16일까지 매달 색깔에 관계없이 이번 대회에서 총 437개의 메달이 나왔는데, 그 중 63%에 해당하는 277개의 메달을 주국, 한국, 일본의 소위 아시아 3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특히 금메달의 경우 전체 131개 가운데 87%에 달하는 114개를 3개 나라가 독식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나라 숫자가 45개에 이른다고는 하나, 이들이 모두 웃음을 짓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도 막강한 아시아 3강 앞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때로는 참가 그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경우도 많다. ‘메달 획득의 기쁨보다 국제무대 경험 그 자체를 큰 자산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이 아시안게임의 냉정한 현실이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안게임 야구에 참가중인 8개 국가 중 프로화가 되었거나 진행중인 국가는 총 4개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세미프로)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사실상직장인혹은학생야구선수들을 대표팀으로 파견할 만큼 그 한계가 뚜렷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선진국과 대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콜드게임 패배 이후에도 웃음을 지어 보인다. 향후 대한민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야구 선진국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 그들에게 콜드게임 패배보다 중요했던 것

 

우리나라와 같은 B조에 속했던 홍콩은 지난 15일 경기서 한국 대표팀에 15-0, 6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놓쳐 주자를 내보내기도 하고, 평범한 3루 땅볼을 처리하지 못하여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도 했지만, 이들은 절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대표팀 선발 임태훈을 상대로 3안타를 뽑아내는 등,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경기 직후 이들이 인터뷰를 통해 남긴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일에서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추신수, 이대호, 김태균을 지칭)을 보고, 그저 그들이 속한 야구 선진국과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스리랑카. 스리랑카 역시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가가 유력했지만, 여비 부족의 이유로 눈물을 머금고 참가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몽골 야구 대표팀의눈물겨운 일전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릴 만했다. 그들은 24명의 엔트리도 채우지 못한 채, 오직 아시안게임을 통해 강팀들과 경기하는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중국을 찾았다. 그들은 여비가 부족해 비행기가 아닌 육로를 통한 24시간 동안 이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 기막힌 것은 그들이 이번 대회의 참가를 위하여 3년이나 준비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 손에 쥐어진 것은 단 한 자루의 방망이였다. 방망이가 부족하여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들은 끝까지 예선전을 치렀다. 그들이 전 경기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그렇게짧고 굵은야구 일정을 마감했다.

 

야구 선진국과 경기를 해 봤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줄 안다는 것, 이것이 홍콩과 몽골이 전패를 당하고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 야구 선진국들, 야구저변의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

 

B조에 속한 또 한 나라인 파키스탄도 16일 열린 조별 예선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17-0, 5회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경기 후에 웃고 있었다. 오히려 이들은 앞서 펼쳐진 홍콩전에서 5-3으로 이긴 것에 더 큰 의의를 부여하는 듯 했다.

 

여기에 허구연 MBC SPORTS 해설위원은 파키스탄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이산이 최고 구속 147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던지자배팅 볼 투수로 영입하고 싶다.’라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물론배팅 볼 투수라는 것은 이른바 야구계의 3-D 업종 중 하나다. 그러나 허 위원이 파키스탄 선수들에게자네, 우리나라에서 배팅 볼 투수 해 볼래?”라고 이야기하자 뛸 듯이 좋아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야구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러한 선수들을 위하여 아시아의 야구 선진국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야구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그것이다. 야구 용품을 지원하고 지도자를 파견하는 등선진야구를 전파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몽골을 비롯한 태국, 홍콩 등은 아시안게임 기간 내내우리에게 야구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지도자를 보내줄 수 있는가? 지원 방법이 없느냐?”라고 부탁하고 있을 정도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퇴출된 것도 전 세계적으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파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70%가 포진된 아시아부터 그 영역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아시아 야구 연맹 회장국(회장 강승규)’이다.

 

크리킷의 강국인 파키스탄과 인도를 주축으로 한서아시아 야구 리그의 개최도 생각해 봄직하다. 작은 시도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경우킬링필드위에 야구장이 세워질 수도 있다. 모쪼록 이번 아시안게임을 바탕으로 아시아 전 지역에 야구가 활성화됨은 물론, 추후 있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소 10개국 이상이 참가하기를 기원해 본다.

 

// , 사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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