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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방심은 금물, 드림팀의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18.


8년만의 금메달 탈환까지는 이제 단 두 경기만이 남았있다.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18일 오후 1시 광저우 야오티 야구장에서 중국과 아시안게임 준결승 경기를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또 다른 준결승전인 대만-일본전의 승자와 19일 오후 7시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다.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3연승을 거두며 순항했다. 특히 첫 경기에서 난적대만을 제압하며 4년 전 도하 대회의 빚을 갚았고 조 1위로 사실상 결승진출까지 예약하는 수확을 얻었다. 도하 대회의 아픔을 넘어서 정상탈환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국내 언론과 팬들은 물론이고 현지에서도 한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0순위라는 것을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 외신 기자는 "중국이 만일 한국을 이길 수 있다면 아마 모든 종목을 통틀어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의 이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그만큼 한국의 승리 전망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우승후보인 대만이나 일본도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 한국과 전력차가 분명하다는 평가다. 해외파까지 총망라한 최정예 대표팀을 구축한 한국의 전력은 의심할 여지없는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예상이 아닌 현실이다. 이 정도 단계에 이르면 이제는 상대보다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한 야구전문가는 뼈있는 지적을 남겼다. "4년 전에도 최정예 멤버를 내보냈던 한국야구가 설마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대표팀에게 질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그보다 몇 달 전 WBC에서 한국대표팀은 메이저리거들을 앞세운 일본 1진을 두 번이나 이기기도 했다. 야구란 그런 것이다. 경기 종료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고, 강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팀이 강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게 있다면 '멘탈'의 차이다. 당시 대표팀은 선수구성에서부터 대회 준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어수선했고 팀 분위기도 다소 산만했다.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절박함보다는 '설마 지겠어?'하는 안일한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다. 상대팀이 잘한 것보다 우리가 못한 탓이 더 크다. 류현진, 이대호, 강민호, 정근우 등 도하 대회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선수들은 지금도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면 손사래를 친다.

 

우리나라는 준결승 상대인 중국에게 드림팀이 첫 출범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도 많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전력차는 분명하다는 평가다. 아무도 우리가 중국에게 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본선에서는 중국에 혼쭐났고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당시 9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야구가 연장승부까지 간 것도, 정규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승부치기로 운명을 가려야 했던 것도 중국이 유일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7-2로 이겼지만 중국 투수진의 예상 밖 호투에 중반까지는 꽤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대만과 일본에게만 초점을 맞추느라 정작 중국에 대한 전력분석에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상대가 아무리 약체일지라도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위기는 언제나 안전하다고 방심한 순간에 찾아온다. 예선전부터 순항해온 대표팀이지만 우승으로 가는 과정에서 언젠가 한번쯤은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은 예선전에서 대만을 7-0으로 완파했지만 결승전에서는 안타수 4-8의 절대 열세를 보이며 악전고투 끝에 4-3으로 신승했다. 대만은 당시 판정 때문에 졌다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만큼 내용 면에서는 거의 박빙의 승부였다. 쉬운 승리에 익숙해질수록 투쟁심과 집중력은 느슨해지기 쉽다.

 

알고 보면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 상대가 약하건 강하건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우리 선수들이 상대와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경기내용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난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뜻하지 않는 엔트리 누락 해프닝도 있었다. 언제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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