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셀프 면제’ 추신수, 남은 것은 연봉 대박뿐~!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21.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는 사실상 추신수를 위한 시리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대표팀 유일의 메이저리거로 대회 전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대회 내내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한국야구의 금메달 탈환에 일등공신이 되어 병역혜택까지 받는 등, 추신수에게는 그야말로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순간이었다.

 

추신수는 이번 대회에서 사실상 대표팀의만능 치트키였다. 5경기에서 모두 주전 우익수 겸 3번 타자로 출장해 무려 14타수 8안타(타율 0.571) 3개 홈런과 11타점을 기록하는 신들린 듯한 맹활약을 펼쳤다. 4사구도 10개나 얻었고 도루까지 3개를 추가하는 등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5툴 플레이어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WBC나 올림픽에 비하여 아시안게임의 상대팀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추신수의 활약은 역대 국제대회의 어떤 한국인 타자들보다도 압도적이었다.

 

함께 중심타선의--호 트리오를 구성하던 동갑내기 친구 김태균과 이대호가 피로누적과 잔부상으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추신수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준 덕에 한국은 늘 공격력에 대한 걱정 없이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추신수는 개막전이던 13일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부터 1회와 3회 연타석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대표팀의 첫 발걸음을 가볍게 했고, 18일 준결승 중국전에서도 2-1의 박빙의 리드 속에서 경기 분위기를 한 번에 뒤바꾸는 3회말 솔로포를 터뜨렸다.

 

19일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추신수의 클러치 능력은 불을 뿜었다. 1회초 1 2루서 대만이 자랑하는 에이스 판웨이룬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낸 데 이어, 2-1로 앞선 3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두 번째 투수 천구안위를 두들겨 점수차를 벌리는 1타점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결승전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

 

사실 그 동안 태극마크에 관해서 추신수만큼 불운한 선수도 없었다. 82년생인 추신수는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들이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미국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홀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추신수보다 먼저 빛을 발한 동갑내기 김태균, 이대호, 정근우 등은 각각 2006 WBC 4강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거머쥐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와신상담하던 추신수는 2006년 도하 대회 당시에는 김재박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해 대표팀 엔트리에 탈락했고, 2009년 제2 WBC에서는 드디어 성인대표로서 첫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으나, 이번엔 병역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삼켰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추신수가 병역혜택을 기대할 수 있었던 사실상의 마지막 대회였다. 그 동안 추신수는 어느덧 2년 연속 3할 타율과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대형타자로 성장했지만, 병역문제는 언제나 목구멍의 가시처럼 그를 짓누르고 있던 터였다.

 

만일 이번에도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추신수로서는 향후 야구인생을 둘러싸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었다. 입대를 선택한다면 사실상 메이저리거로서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었고, 만일 야구인생을 위하여 영주권을 취득한다거나 자칫 한국 국적을 포기라도 한다면 빗발치는 비난 여론의 역풍을 받을게 뻔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결과적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조국에 우승을 선사하며 당당히 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선배인 박찬호(38)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뒤 특급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했다. 당시 연봉 70만 달러에 불과했던 박찬호는 3년 뒤인 2001년 첫 FA 자격을 얻으며 5년간 총액 6,500만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FA 계약에 성공하며아메리칸 드림을 완성했다.

 

추신수는 이번 시즌이 종료되면서 처음으로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었다. 추신수의 올해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인 46만 달러에 그쳤지만, 올 시즌의 맹활약과 병역혜택까지 얻으며 당장 내년부터는 몸값 폭등이 확실시되고 있다. 클리블랜드 구단의 올 겨울 가장 중요한 과제가 추신수와의 장기계약 문제이며, 팬들 역시 그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부상 없이 2013년까지 빅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정식 FA 자격까지 얻는다면 박찬호를 능가하는 연봉대박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클리블랜드만이 아니라 더 좋은 대우를 보장하고 우승전력까지 갖춘 구단을 입맛에 맞게 고르는 것도 가능하다. --주에 걸쳐 흠잡을 데 없는 기량을 지닌 데다, 이타적인 마인드까지 겸비한 추신수를 탐내지 않을 구단은 메이저리그에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추신수의 야구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이제부터 진정한 출발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신수는 야구로 인하여 모든 영광과 혜택을 얻었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더욱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내년 메이저리그에서 더욱 더 한국야구의 자긍심을 빛내는 존재가 되어주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두산 베어스, Osen.co.kr]

 

공감하셨다면 추천 한 방(아래 손 모양)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