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찬호는 24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자신의 ‘Park61 피트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더 활약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올 시즌 박찬호의 거취를 놓고 국내 야구계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은 것은, ‘빅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의 여부 때문이었다. 몇몇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가 “언젠가 한국무대에서도 뛰어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올 시즌이 끝난 후에는 박찬호가 실제로 한국 복귀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프로야구 복귀에 따른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심사숙고 끝에 결국 빅리그에서 좀 더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길을 택했다. 기자회견에서 박찬호는 “그간 일부 언론이 너무 앞서갔다”며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여러 가지 루머에 선을 긋기는 했지만, 실제로 국내 복귀 가능성도 신중하게 고민했음은 부정하지 않았다.
박찬호의 고민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 중 최다승(124승) 기록을 달성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어느덧 야구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박찬호에게 그간 빅리거로서 계속 도전해야할 동기부여를 만들어준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시아 최다승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사를 하나의 이정표를 남기고 난 후 명예롭게 금의환향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굳이 한국 복귀만이 아니라 처갓집이 있는 일본무대로 진출하는 것도 박찬호가 염두에 두었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박찬호는 남은 선수생활 동안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를 신중하게 고민했다. 박찬호는 “대기록 달성 이후 오히려 야구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선수생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야구 공부와 마케팅, 비즈니스 등 야구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성숙해지고 좋은 경험을 더 많이 쌓을 수 있을지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길이 있지만 결국은 프로생활 내내 몸담아왔고, 야구의 본고장이기도 한 빅리그에서 아직은 더 많이 배울 것이 남아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박찬호는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4개 팀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오퍼는 없었지만 불펜투수라는 현재 박찬호의 보직을 감안할 때,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서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직 박찬호가 경쟁력 있는 선수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박찬호는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몸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조건만 맞는다면 여전히 내년에도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박찬호의 국내 복귀 가능성을 기대하며 흥분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결론일 수도 있겠지만, 박찬호가 올바른 선택을 내렸다고 믿는다. 박찬호가 어차피 국내에 복귀한다고 해도 뛸 수 있는 기간은 2~3년이다. 전성기가 지난 상황에서 한국무대에 온다고 해서 빅리그 시절의 위용을 재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쌓아온 업적이나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박찬호가 ‘코리안특급’으로 불리며 한국야구사에 남긴 위대한 의미는, 그가 ‘메이저리거 박찬호’였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선수로서 시작과 영욕을 빅리그와 함께 했다면 마무리도 그곳에서 하는 것이 어울린다. 다만 언젠가 박찬호가 국내로 완전히 돌아올 때 성대한 은퇴기념경기 정도는 한국에서 열어주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미래에 한국야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어쩌면 ‘선수 박찬호’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20년 가까이 장수하며 쌓아온 ‘야구인 박찬호’의 선진야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아닐까. 박찬호가 한국야구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은 직접 한국프로야구에서 공을 던지는 것보다 훨씬 많다. ‘선수 박찬호’는 영원한 메이저리거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Osen.co.kr, 홍순국의 순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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