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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양치기 소년’ 넥센 히어로즈를 믿어도 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8.



이번이 벌써
3년째다. 2008년과 2009년에 이어 올해도 프로야구 오프시즌의 최대 화두가 넥센 히어로즈의 선수 장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체 이장석 사장은 언제까지 이런 식의 운영을 할 것이며, 나머지 7개 구단과 팬들은 얼마나 더 이기적이 되어 가는 것일까?

 

며칠 전 히어로즈 측에서 LG 측에 손승락을 카드로 제시하면서 선수 한 명과 거액의 트레이드 머니를 요구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의 핵심은 넥센이 거액의 현금과 더불어 LG 측에서 도저히 내줄 수 없는 수준의 선수를 요구했다는 데 있다. 그 결과 기분이 상한 LG가 일단 트레이드를 거절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자 이번엔 히어로즈의 이장석 사장이 발끈했다. 히어로즈가 아닌 LG 측에서 먼저 현금 트레이드를 제안을 해왔으며, 자신들이 거절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더 이상의 현금 트레이드는 결코 없을 것이다라는 기존의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과연 히어로즈 측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전례가 있다. 이미 양치기 소년의 이미지로 굳어진 그들이 정말 강정호와 손승락을 끝까지 지켜내리라고 보는 팬들은 많지 않다.

 

▲ 히어로즈의 운영방식은 머니볼이 아니다

 

일각에선 히어로즈가 선수를 팔아서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을 두고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의 머니볼과 닮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천재라고도 불리는 빌리 빈에 대한 모독이며, 머니볼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들의 오해와 착각에서 기인한 잘못된 생각일 뿐이다.

 

오클랜드는 단 한 번도 대형 스타급 선수를 현금을 받고 팔아 치운 적이 없다. 스몰 마켓의 가난한 구단인 것 사실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선수를 팔아서 그 돈으로 수액을 내겠다는 발상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랬다간 팬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면서 구단의 존폐 여부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클랜드는 단지 오랫동안 팀의 중심 멤버로 활약해 연봉을 인상시켜줘야 하는 선수들을 다른 팀에 내어주고 그들보다 더 어린 유망주들을 여러 명 받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빈 단장의 착실한 운영에 따라 그 유망주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렇게 성장한 유망주들이 또 한 3~4년 지나서 연봉이 대폭 상승할 때쯤이 되면 그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다.

 

그런 운영이었기에 프렌차이즈 스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성적에 비해 팬들 사이에서의 인기도 낮았지만, 그 특유한 운영방식만큼은 관심의 대상이었고, 일각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빈 단장이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흑자를 내는 인물이었다면, 그를 향한 세간의 평가는 비난 일색이었을 것이다.

 

스몰 마켓이라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팀답게 오크랜드 구단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루트가 확실히 존재했다. 다만, 그것이 다른 구단에 비해 규모가 적었고, 그 적은 매출액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비용 격인 선수단의 연봉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스타급 선수들을 팔고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던 트리플A의 정상급 선수들을 받아온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이장석 사장이 보여준 히어로즈의 운영 방식은 이런 오클랜드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는 선수 자체를 팔아서 구단을 운영비를 마련했고, 또 그렇게 수익을 냈다. 팀 성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구단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조차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히어로즈라는 영세 구단이 가진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 구단과 팬들의 이중성과 이기심

 

언제나 그랬지만 프로야구 구단과 그 팬들은 지극히 이기적이다.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저속한 공식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남이 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비난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우리 팀, 내가 응원하는 구단이 그 대상이 되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돌변하며 속으로는 나이스!’를 외친다.

 

첫 시작은 삼성이었다. 삼성이 거액의 현금 트레이드로 장원삼을 얻었을 때 나머지 6개 구단과 그 팬들은 삼성과 히어로즈를 향해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처음이었기에 충격도 컸고, 그 여파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 트레이드는 불발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팀이 아니라 세 팀이었다. 삼성-LG-두산이 각각 장원삼-이택근-이현승을 거액의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데려간 것이다. 그리고 1년 전과는 달리 그 세 건의 트레이드는 모두 승인되었다. 나머지 4개 구단과 팬들이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4:4로 팽팽한 상황이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1년 전 삼성의 트레이드를 비난했던 LG와 두산 팬들 중 상당수는 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지 않은 팬들도 있었겠지만)

 

올 시즌 중에는 롯데가 그 연합에 끼어들었다. 황재균의 트레이드는 김민성+김수화+수십억대의 현금이 그 대가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개인적으로는 2009 4, 딱 한 달만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황재균을 얻기 위해 그만한 투자를 했다면, 그건 롯데의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당시 롯데팬들은 롯데가 모처럼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구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각각의 구단도, 팬들도,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아쉬워했던 것뿐이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 번 맛을 본 LG와 롯데는 손승락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때까지 소외되었던 KIA 역시 강정호를 내심 탐내고 있다는 소문이다. 각팀의 팬들도 내심 그들이 자기들이 응원하는 팀으로 오길 바라고 있다. 아직도 한국의 상당수 야구팬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만 하면 그 방식이나 나머지 구단은 어떻게 되건 상관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 히어로즈는 강정호-손승락을 지킬 수 있을까?

 

거듭되는 일련의 사태에서 확실히 드러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히어로즈 측은 현금 트레이드는 없다라고 했을 뿐, 강정호와 손승락을 절대로 트레이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전력 보강을 위한 선수 간 트레이드라면 가능하다는 뜻이며, KBO도 그건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이미 황재균을 팔아치운 전례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넥센이 강정호와 손승락을 지킬 수 있을까?

 

손승락을 트레이드 한다면 적어도 LG 쪽에서는 작은 이병규나 신정락, 롯데에서는 손아섭이나 전준우 정도는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김시진 감독이 워낙 투수를 키워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보니, 타자를 보강하기 위해 손승락을 내보내고 이병규+@ 혹은 손아섭 정도를 받아오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KIA 역시 강정호를 원한다면 윤석민이나 양현종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도 아니면 최소한 이용규나 나지완 정도는 포함되어야만 한다. 강정호의 가치는 손승락 이상이라고 봐야 하며,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렇다. 타격이 약한 넥센이 굳이 강정호를 내놓을 이유가 없다 치면, 그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훨씬 큰 것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화도 유격수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유창식이라도 내놓지 않는 이상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런 선수들이 포함되지 않은 트레이드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또 다시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현금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과연 어떠한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최근 들어 프로야구계에 제9, 10 구단의 창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하고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현존하는 구단을 먼저 챙길 필요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와 이장석 사장의 구단 운영 방식이 독특한 스타일이긴 하나 바람직한 스타일이라고 볼 순 없다. 이에 대한 해결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구단의 창단도 한낮 사치가 될 뿐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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