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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공격형 조인성 vs 수비형 박경완, 최고의 포수는?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10.

야구에서 포수는 다른 어떤 포지션보다도 힘든 보직으로 꼽힌다. 유일하게 홈플레이트에서 동료 선수들을 마주 보고 있어야 하는 포수, ‘안방마님이라는 별명처럼 리더십과 포용력, 강인한 근성을 모두 겸비해야 하는 것이 바로 포수라고 한다. 포수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장비들은 곧 경기 중의 야전사령관으로서 감수해야 할 책임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이야기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좋은 포수는 날이 갈수록 희귀해지는 추세다. 야구를 하는 젊은 유망주들이 가장 기피하는 포지션 1순위가 포수라는 것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재능 있는 선수라고 해도 진정 좋은 포수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10년을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에이스나 4번 타자에 비하여 크게 두드러지는 않지만, 좋은 포수 없이 강팀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2010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가까워지면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포지션 중 하나가 바로 포수 자리다. 올 시즌 최고의 포수를 논하는데 있어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두 주인공은 역시 조인성(LG 트윈스)과 박경완(SK 와이번스)이다. 두 선수는 10년 전부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로 명성을 떨쳐왔다. 특히 올 시즌에는 각기 개인성적과 팀 공헌도에서 엇갈린 장점을 과시하고 있어서 과연 누구의 손이 올라갈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 조인성은 올 시즌 개인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단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포수로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100타점을 넘어섰으며 0.317의 타율과 28홈런을 기록했다. 모두 자신의 생애 최고기록이다. 올해로 프로입단 13년차인 조인성은 지난 12년 동안 3할 타율이나 20홈런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공격형 포수로 불리면서도 막상 대표 시즌이라고 할 만한 성적이 없던 조인성이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뚜렷한 임팩트를 남긴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조인성은 체력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133게임 전 경기에 모두 출장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포수로서 전 경기 출장에 성공한 선수는 고작 5명에 불과하다. 김동기(1989, 당시 태평양), 박경완(1996, 당시 쌍방울), 진갑용(2002, 삼성), 홍성흔(2004, 당시 두산), 강민호(2006, 롯데)에 이어 역대 6번째 업적이다. 지명타자나 교체로도 출전한 적이 있지만, 모두 10경기 미만이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부동의 안방마님으로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면서도 놀라운 타격성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6위에 그치며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성적이 못내 아쉽다. LG의 평균 자책점은 5.23으로 7위에 그쳤다. LG의 투수력 자체가 워낙 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투수리드를 맡고 있는 안방마님으로 역시 일정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조인성이 항상 잠재력에 비하여 영양가 면에서는 과소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올해도 조인성의 강력한 경쟁자는 역시 SK 박경완이다. 타율 0.262, 14홈런 67타점의 개인성적은 조인성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그에게는 올 시즌 리그 우승팀 SK의 주전포수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올 시즌 소속팀 SK의 우승과 팀 평균자책점 1(3.71)라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국내 최고의 투수리드와 내야지휘 능력을 지니고 있는 안방마님 박경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박경완은 올 시즌 81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동안 44명의 주자들을 잡아내며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도루저지율이 352리로 8개 구단 전체 포수 중 가장 높다.

 

박경완의 최대 강점은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팀 공헌도´. 올 시즌 박경완은 양쪽 발목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다시 수술까지 미뤄가며 자신을 최고 포수로 키워준 조범현 대표팀 감독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대표팀의 안방을 묵묵히 지켜냈다. 김동주, 이승엽, 박찬호, 박진만 등 자신보다 후배 선수들이 하나 둘씩 은퇴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포수 포지션에서 박경완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그 존재감을 입증한다.

 

두 명 모두 남부럽지 않은 시즌을 보냈지만, 문제는 골든글러브는 오직 한 명밖에 줄 수 없다는 점이다. 저마다 다른 관점(개인성적 vs 팀공헌도 / 타격 vs 수비)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준 두 선수 중 과연 골든글러브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냐는 평가가 엇갈릴 수박에 없다. 보통 한국의 골든글러브는 해당 포지션에서 선수의 종합적인 기록을 놓고 평가한다. 골든글러브라는 명칭에 걸맞게 수비력에 평가 기준을 두는 미국이 일본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서 항상 논란의 여지가 남는 것이 바로 포수 포지션이다. 다른 포지션에 비하여 수비와 투수리드 등 기록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역할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격에 높은 비중을 두는 다른 골든글러브에 비하여 포수 포지션만 차별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조인성과 박경완의 최고 포수 경쟁은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준을 '개인성적' '팀공헌도'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하는 해묵은 논란과 직결된다. 상위권 팀의 포수들이 포스트시즌 성적이나 국제대회 활약 여부에 따라 프리미엄을 얻는 것이 적합하느냐는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조인성이 '공격형 포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면, 박경완은 올 시즌 '안방마님'이라는 포수 본연의 가치를 충실히 보여준 케이스다. 어느 쪽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든 그 기준에 대한 논란은 팬들 사이에서 다른 평가를 자아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LG 트윈스,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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