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산타나의 가세로 불붙은 NL 동부지구의 승자는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5.

요한 산타나라는 월척을 낚으면서 뉴욕 메츠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졌다.


팬이나 전문가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메츠를 내셔널 리그 최고 전력으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산타나의 트레이드 직후, FOX 스포츠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메츠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5%,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예상한 이는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를 재패한 것은 메츠가 아니라 필라델피아였으며, 단 5승의 차이로 3위에 그쳤던 애틀란타도 있었다. 메츠가 산타나 한 명으로 그 위상 자체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나, 이들 두 팀도 리그 타이틀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력을 갖추었다.


▷ 타력

메츠와 필리스 그리고 브레이브스의 공통점은 세 팀 모두 리그에서 평균 이상으로 보이는 타력과 투수력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타력에서는 필리스>브레이브스>메츠 정도가 될 것이다. 필리스는 지난해 내셔널리그에서 팀 득점 1위에 올랐던 팀이고, 브레이브스와 메츠는 3위와 4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 구도는 올해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아론 로원드(27홈런 .309)가 팀을 떠났지만 필리스의 타선은 여전히 강력하다. 로원드의 빈자리는 제프 젠킨스가 합류하면서 해결되었고, 많은 전문가들에게 최대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3루에는 얼마전 페드로 펠리즈의 영입으로 인해 이제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투수를 제외한 8명의 주전 타자 중에 6명이 25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필리스 타선의 강점이다. 골드 글러브급의 수비를 갖춘 펠리즈, 그리고 이미 지난해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던 채이스 어틀리, 지미 롤린스 등이 지킬 내야는 물샐 틈이 없다. 지난해보다 타격과 수비의 측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이 분명하다.


애틀란타의 경우는 팀을 떠난 앤드류 존스의 공백이 다소 커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에 팀에 합류해 잘 적응 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마크 테익세이라가 올해는 시즌 내내 함께할 것이며, 그가 치퍼 존스와 함께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해 실망을 안겨주었던 두 명의 84년생 유망주 제프 프랑코어와 브라이언 맥캔은 올해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프랑코어와 맥캔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타격에서 만큼은 지난해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수비에서는 드넓은 터너 필드의 절반을 커버한다던 존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호세 레예스와 데이빗 라이트 거기에 카를로스 벨트란, 카를로스 델가도, 모이세스 알루 등이 포진한 메츠의 타선 역시 막강하다. 메츠의 홈 구장인 셰이 스타디움이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 총 득점이 적을 뿐, 원정에서는 필리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원정 경기 득점은 필리스(442)-메츠(437)-브레이브스(433)가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었다.


션 그린이 팀을 떠나긴 했지만 별다른 공백을 느낄 수 없으며, 레예스-루이스 카스티요로 대변되는 타선의 기동력은 단연 빅리그 최강이다. 레예스와 라이트의 수비가 그 화려함에 비해 안정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평균을 상회하는 수비수들이며 전체적인 내외야 수비는 평균 이상이다.


▷ 투수력

세 팀의 투수력은 타력과 정 반대 양상을 띤다. 산타나를 영입하면서 그 질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메츠가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이며 그 뒤를 브레이브스와 필리스가 따르는 형국이다.


메츠의 선발 투수진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요한 산타나(15승 13패 3.33)-페드로 마르티네즈(3승 1패 2.57)-존 메인(15승 10패 3.91)-올리버 페레즈(15승 10패 3.56)으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진은 무시무시하다. 한 팀에 한 명 있기도 힘든 3점대 방어율의 15승 투수가 무려 3명이나 있다. 게다가 나머지 한 명은 그 유명한 페드로 마르티네즈. 여기에 유망주 마이크 펠프리 또는 베테랑 올랜도 에르난데스가 5선발로 뒤를 받친다.


뒷문을 확실히 책임져 줄 클로저 빌리 와그너의 존재도 매우 든든하다. 애런 헤일맨과 페드로 펠리시아노도 지난해에 이어 7,8회를 안정감 있게 책임져줄 것이다. 이 팀의 투수진에 걱정거리는 단 한 가지. 바로 부상이다. 특히 마르티네즈와 페레즈는 부상이 잦은 선수들이라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산타나를 데려오면서 대체 선발 요원이 될만한 선수들을 모두 보내버린 상태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도 산타나-페드로에 대적할 만한 막강 원투 펀치가 존재한다. 존 스몰츠(14승 8패 3.11)와 팀 허드슨(16승 10패 3.33)이라면 그 누구와의 맞대결에서도 밀릴 이유가 없다. 거기에 3선발은 메츠에서 다시 친정으로 복귀한 300승 투수 탐 글래빈이다. 악몽과도 같은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는 마이크 햄튼의 회복 여부가 불확실 하지만, 합류하기만 한다면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마무리 투수다. 밥 위크먼을 대신해서 라파엘 소리아노가 중책을 맡았다. 지난 2년 동안 소리아노가 보여준 기량을 봤을 때 한 팀의 클로저로써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처음이라는 데서 일말의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불혹을 넘긴 스몰츠와 글래빈이 갑작스런 난조를 보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필리스의 경우 지난해 4.73의 팀 방어율로 리그 13위에 그쳐, 얼핏 위의 두 팀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필리스의 투수력이 무너진 것은 당초 에이스로 낙점 받았던 브렛 마이어스를 갑자기 셋업맨으로 보직을 변경했고, 합쳐서 1800만 불을 받았던 아담 이튼(10승 10패 6.29)과 프레디 가르시아(1승 5패 5.90)가 완전히 무너졌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브래드 릿지라는 든든한 마무리를 영입해 마이어스가 다시금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지난해 희망을 보여주었던 콜 하멜스(15승 5패 3.39)와 카일 켄드릭(10승 4패 3.87)이 버티고 있다. 릿지가 ‘푸홀스의 악몽’만 말끔히 떨쳐 버릴 수 있다면, 필리스의 투수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

메츠가 이번 오프 시즌 기간 동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요한 산타나를 영입한 것뿐이었다. 그 한 명의 파장이 크긴 해도 그 외에는 별다른 전력 보강의 요소가 없었으며, 나머지 두 팀은 착실하게 힘을 비축해 왔다. 산타나가 가세했다고 해서 메츠의 무조건적인 우세를 점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세 팀의 승부는 투수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타력의 경우 아주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 전체적인 밸런스 등을 고려했을 때 보유하고 있는 힘은 대등하다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투수력은 메츠가 압도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산타나의 존재도 그렇지만,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개막부터 출격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가장 큰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애당초 부상이라는 암초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메츠가 지난해 지구 1위를 필리스에게 내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동부지구의 패자로 군림했던 필리스는 그 자신감이 올해도 원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세 팀 중 가장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터라 좋은 분위기만 이어간다면 올해도 무서운 팀이 될 것이 틀림없다. 산타나 급의 특급 에이스의 존재가 포스트 시즌에서 빛을 발한다면, 라이언 하워드 급의 특급 타자는 정규 시즌에서 그 위력을 실감케 한다.


애틀란타는 고르고 안정된 전력을 갖추었다는 점이 장점이긴 하지만, 다른 두 팀과 비교해 무언가 모르게 부족한 점을 느끼게 한다. 이제는 전임 단장 존 슈어홀츠의 마법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리스와 메츠를 압박할 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을 앞지르기 위해서는 마크 테익세이라가 43홈런 144타점을 기록했던 2005년처럼 막강한 화력을 뿜어낼 필요가 있다.


산타나 한 명의 가세로 갑자기 메이저리그 최고의 격전 지구로 급부상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곳을 제압할 팀은 과연 어디일까? 팬들은 빨리 4월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