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두고 ‘뿌린 대로 거둔다’라고 표현하면 너무 가혹한 것일까? 하지만 일부 팬들은 오히려 통쾌함을 느끼고 있고, 꼭 그 정도의 감정이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그 일을 두고 ‘당연한 결과’라며 인정하고 있다. LG 트윈스 박명환(33)의 2011년 연봉에 관한 이야기다.
LG 트윈스는 박명환에게 2011년 연봉으로 5,0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년 동안 5억원의 연봉을 받아온 박명환은 매우 낙담했다는 후문이지만, 구단과 팬들이 보기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팬들 중에는 “5천만원 받는 선수 중에 올해 박명환보다 잘한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사실 5천만원도 아깝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박명환에 대한 LG 팬들의 분노와 실망이 컸다는 뜻이리라.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박명환은 2006년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고, 두산 팬들의 간절한 바람을 뿌리치고 ‘한 지붕 두 가족’인 LG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당시 LG가 박명환에게 약속한 조건은 4년간 계약금 18억원에 연봉 5억원, 총액 38억원이 보장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하지만 선수 생활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던 박명환의 영광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계약 첫해인 2007년에는 10승 6패 방어율 3.19로 나름 제 몫을 해줬지만, 그 후로 거듭되는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3년간 끔직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2008년부터 계약이 끝나는 올해까지의 3년 동안 박명환은 24경기에 출장해 4승 10패 방어율 6.97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연봉 2,400만원을 받는 신인 투수를 기용해도 이 정도 성적은 낼 수 있다. 결국 2007년의 공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LG는 사실상 3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을 그냥 허공으로 날린 셈이다.
박명환은 무려 18억원이라는 계약금 외에도 매년 수술과 재활, 그리고 훈련만 하면서도 5억원의 연봉을 꼬박꼬박 받아 챙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박명환에 대한 LG 팬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그런 박명환에게 이번 구단 측의 대량 삭감 통보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나 다름없다.
히어로즈가 창단하는 과정에서 KBO의 연봉삭감 하한선 제도가 철폐되었고, 올해부터 LG는 ‘신연봉제도’라 불리는 새로운 연봉 책정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마침 박명환의 FA 계약이 올해로 올해를 끝으로 종료되었다. 계약금을 제외하더라도 기존 연봉 5억원에서 무려 90%가 삭감된 5천만원을 제시한 LG 구단의 의도와 의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최대 연봉 삭감액의 불명예 기록은 히어로즈의 송지만이 가지고 있다. 지난 2008년 현대가 히어로즈로 바뀔 당시, 히어로즈는 ‘새로운 창단’임을 주장하면서 기존의 연봉계약을 모조리 무시했고, 6억원이었던 송지만의 연봉을 2억2천만원으로 무려 3억8천만원이나 삭감했다. 역대 최대 삭감율은 LG에서 4억원을 받던 마해영이 2008년 롯데와 5천만원에 계약하면서 기록한 87.5%다.
만약 이번에 박명환이 구단측에서 제시한 5천만원에 그대로 도장을 찍는다면 삭감액(4억5천만원)과 삭감율(90%)에서 동시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게 된다. ‘연봉=선수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프로야구계에서 이러한 불명예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그곳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미친 듯이 훈련을 해도 그것이 결과(성적)로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리 소용이 없다. 수술 후의 재활 훈련과 재기를 위해 부지런히 몸부림쳤다 해도 그것이 그 선수의 가치를 높여주지 않는다.
성실한 훈련 자세를 가진 평범한 선수보다는 성격적 결함이 있고 다소 농땡이를 피운다 하더라도 천재적인 재능으로 인해 실전에서 강한 선수가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프로라는 세계다. 그곳의 룰에 비춰본다면, 박명환의 연봉 삭감은 동정의 여지가 없다.
박명환은 원래부터 내구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던 선수였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의 8년 동안 박명환이 규정이닝을 채운 것은 고작 2번에 불과했다. 그는 항상 부상을 달고 다녔고, 재능에 비해 부실한 몸이 항상 아쉬움으로 지적되던 선수였다. 그런 박명환에게 원 소속팀을 떠날 결심을 하게 만든 LG의 금전공세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계약 당시에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계약, 그리고 그 계약에 대한 대가를 LG는 지난 3년 동안 처절하게 치렀다. 홍현우-지필중-마해영으로 이어지던 그들의 FA 잔혹사는 박명환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렀다. 그 결과 팀의 프런트는 팬들의 놀림감으로 전락했고, LG는 점점 더 가을잔치와 멀어지고 있다.
팀은 ‘돈’이라는 현실적인 손해를 봤지만, 정작 당사자인 박명환은 지금까지 잃은 것이 별로 없었다. 명예를 잃긴 했지만, 그 또한 자신의 부진으로 인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박명환이 이제서야 그 대가를 치를 때가 된 것이다.
박명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연봉 삭감에 대하여 ‘자존심’ 따위를 운운할 정도의 선수가 아니다. 적어도 지난 3년 간의 모습은 확실히 그랬다. 아쉬움이 남겠지만, 결국은 비슷한 수준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팬들은 박명환이 자존심을 내세우기 이전에 묵묵히 ‘백의종군’하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구단과 팬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새롭게 출발한 그가 절치부심하여 내년 시즌에 10승 투수로 다시 부활한다면, 그때는 이번과 같은 논리, 즉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는 이유로 연봉이 대폭상승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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