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만년 4위’ 롯데의 골치 아픈 연봉 딜레마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6.



어떻게 보면 지난
3년 동안 우승을 차지한 SK KIA보다 더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팀이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엄청난 팬층을 자랑하는 롯데는 사소한 것 하나도 커다란 화제가 되기 일쑤였고, 7년 간의 암흑기를 지나 가을잔치 단골손님이 된 이후로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현재의 롯데는 만년 4의 이미지에 가깝다. 하위권에서 허덕이던 시기를 벗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2008년부터 롯데는 3년 연속 4위에 그치고 있다. 물론 페넌트레이스에서는 3위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포스트시즌에서의 순위가 최종 순위로 여겨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3년 연속 4위가 맞다.

 

근데 이 4위라는 순위가 참 애매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기에 여차하면 우승을 노릴 수도 있는 위치인 것은 틀림없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8개 구단 가운데 절반 안에 간신히 포함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상--하의 기준으로 나눈다고 해도, 롯데의 성적은 중위권이지 결코 상위권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겨울마다 시작되는 롯데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팀 성적이 좋으니 연봉도 더 많이 올라야 한다고 요구하고, 반대로 구단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니 대폭 상승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실 양쪽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논리다.

 

무엇보다 팀 성적에 비해 개개인의 성적이 너무나 좋다는 점이 문제다. 팀 성적은 4위지만, 롯데의 타선은 지난 시즌 월등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리그 타율 1~3(이대호, 홍성흔, 조성환)가 모두 모여 있으며, 각광 받는 2명의 젊은 타자(손아섭, 전준우)가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돌격대장 김주찬은 시즌 막판까지 도루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강민호의 가치야 말할 것도 없고, 수비형 1루수 박종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투수들을 봐도 송승준과 장원준은 여전히 제 몫을 해줬기에 인상 대상이고,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한 이재곤과 김수완의 대폭 인상은 예정된 일이다. 베테랑 김사율이 작년에는 좋은 활약을 해줬고, 좌완 셋업맨 허준혁과 새로 영입한 고원준도 있다. 이렇게 인상해줘야 할 선수들은 많은데, 정작 삭감 대상인 손민한의 경우는 FA 계약이라 연봉을 깎을 수도 없다.

 

선수들은 일단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개인 성적도 좋으니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단의 입장에선 그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선수들의 성적 만큼 팀의 성적도 좋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롯데는 또 몇 가지의 실수를 했다. 협상에 임하는 롯데 구단의 태도가 구설수의 원인이다. 재작년부터 연봉 협상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을 일으켰던 롯데는 올 겨울 들어서는 더 심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대호와의 연봉 협상도 남아 있으니, 좀 이해해달라

 

이번에 롯데 선수들이 구단과의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자주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위의 말이란다. 그리고 이런 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상당히 뿔이 난 상태다. 다른 선수의 연봉이 대폭 인상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인상폭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를 듣고 기분 좋을 선수가 어디에 있겠는가?

 

, 이 한 마디의 말이 이대호와 다른 선수들 간의 관계를 애매하게 만들어 팀 캐미스트리가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단 말인가. 이대호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자신을 둘러싼 분위기가 애매하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느낄 테고, 저런 말을 들은 동료 선수들은 이대호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기하는 맘이 들 수밖에 없다. 돈이란 원래 그런 마물이 아니던가!

 

그게 다가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 연봉 협상 결과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왔다. 프로야구단의 경우 보통 계약이 이뤄지는 속속 보도자료를 통해 그 결과를 공개하는 편이다. 하지만 롯데는 그 동안의 협상 결과를 비밀로 해오다가, 재계약율이 90%가 넘어간 1 3일에야 대략적인 연봉 계약 결과를 공개했다.

 

앞선 선수들의 계약 결과가 공개되면 행여나 그것이 다른 선수들의 협상에 임하는 태도에 영향을 줄까 염려해서다. 이런 식이면 선수들 개개인을 대할 때마다 다른 기준을 세우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 선수라면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연차와 성적을 거둔 선수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구단 차원에서 그걸 차단하기 위해 애를 쓴 것이다.

 

롯데 구단은 왜 팬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자이언츠지 롯데가 아니다혹은 자이언츠는 좋지만, 롯데는 싫다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바로 이러한 태도가 팬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그들은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롯데는 아직 이대호를 비롯해 강민호, 김주찬, 송승준, 임경완 등 굵직한 선수들과의 계약이 남아 있다. 이중 이대호-강민호-김주찬은 이미 몇 년째 팀과의 연봉 협상에서 질긴 줄다리기를 해온 선수들이다.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뜻이다.

 

지난해 39천만원을 받은 타격 7관왕이대호는 올 시즌 6억원 이상의 엄청난 연봉이 예상되고 있다. 송승준(18천만), 강민호(13500), 김주찬(15천만)도 모두 2억원 이상의 연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임경완(12500)도 지난해 성적을 고려하면 인상이 불가피하다.

 

선수와 구단은 동반자임과 동시에 계약 관계다. 그리고 그 관계의 출발은 어쩌면 이 연봉협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로부터 이 연봉 협상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잡음이 났던 팀들치고 다음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미 연봉 계약을 마친 선수들 중에도 상당수는 구단에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선수들과의 계약은 과연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만약 올해도 전지훈련 출발 전까지 연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옥신각신 한다면, 2011년에도 롯데의 행보는 그다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로그인도 필요 없는 추천 한 방(아래 손 모양), 아끼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