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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이대호의 연봉조정 신청은 의리 있는 결단!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11.



이대호와 롯데 자이언츠의 자존심 싸움이 결국 갈 데까지 갔다
. 이미 지난 시즌부터 연봉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해있던 이대호는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했고, 롯데는 그것을 거부했다.

 

구단은 2011시즌 이대호의 연봉으로 63천만원을 제시했고, 이대호는 7억원을 요구했다. 구단이 제시한 63천만원은 2003년 이승엽이 받았던 것과 같은 액수로, FA를 거치지 않은 선수의 역대 최고연봉과 동일한 금액이다. 이대호가 요구한 7억원은 현역 선수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고 있는 두산 김동주의 연봉과 동일한 액수다.

 

구단은 이승엽과 동일한 대우라면 할 만큼 했다는 의미일 테고, 이대호는 스스로가 현역 선수들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여긴 듯하다.

 

▲ 롯데의 입장

 

이대호의 2010시즌 연봉은 39천만원이었다. 구단이 제시한 63천만원은 FA 이전 선수의 최고 연봉과 동일한 금액으로, 구단으로서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8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그 동안 기록을 깬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 있는 액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구단이 제시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 연봉 인상폭은 24천만원이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 인상액은 손민한과 양준혁이 기록했던 3억원이지만, 이것은 모두 FA 계약으로 인한 특별한 상승폭이었다. FA 이전을 기준으로 하면 2005년에 MVP를 수상한 이후 18천만원이었던 연봉이 4억원으로 오른 손민한의 22천만원이 최고 인상 기록이다.

 

, 롯데 구단은 일단 FA 이전 최고 연봉과 최고 인상액을 모두 맞춰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연봉 책정이 단순히 전년도의 성적만이 아닌, 연차와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등을 모두 고려해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구단 측의 제시액이 나름대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대호의 입장

 

2003년 이후로 무려 8년이 지났다. 그런데 그 당시 이승엽과 동일한 대우를 해준다고 해서 구단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이대호로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2003년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연봉(신인, 외국인 제외) 6550만원이었고, 전체 억대 연봉자는 65명이었다. 2010년에는 선수들의 평균연봉이 8687만원으로 7년 전에 비해 33%가 올랐고, 억대 연봉자는 110명으로 70%나 늘어났다. 2011년에는 그 차이가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8년전의 금액이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 구단이 같은 금액을 제시했으니 마음에 들 수가 없다. 일단 이대호는 이승엽의 기록을 깨는 것과 동시에 현역 최고 연봉까지의 2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특히, 이대호의 경우는 2011년이 지나면 FA 자격을 획득하게 되어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으니, 더더욱 이번에 새로운 역사를 세우고 싶은 맘이 간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의 승리 가능성은?

 

이번의 경우 연봉조정 신청은 10일이 마감이었고, 그 최종결정은 열흘 이내에 내려지게 된다. 역대 총 95번의 신청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76번은 이 열흘의 유예 기간안에 구단과 선수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내면서 신청이 취소됐다. 대부분 구단과 선수가 제시한 금액의 중간 정도에서 합의를 보면서 극단적인 상황을 피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대호의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구단측은 63천만원에서 조금 더 올려줄 의사가 있었지만, “7억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이대호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연봉조정 신청까지 이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구단이 중간에 백기를 들지 않는 한, 타협의 여지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이번 연봉조정에서 이대호가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최종 단계까지 간 역대 19번의 사례 가운데 선수가 이긴 경우가 2002년의 유지현이 유일했다는 선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단지 눈 앞에 보이는 상황만 놓고 보면 이대호보다는 구단 측의 의견이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일단 ‘FA 이전 최고 연봉과 최대 인상액을 제시했다. 이대호는 물가상승률과 현역 최고 대우를 받을 자격을 말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다각도로 고려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8년이 지나긴 했지만 깨지지 않았기에 63천만원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롯데 측의 주장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다. 필자가 조정위원이라 하더라도 롯데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이대호가 이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의 반응은 롯데 구단의 처사를 비난하고 이대호를 옹호하고 있다. 그것은 이번 연봉 조정이 단순히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의 연봉협상 과정에서 28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이대호의 연봉을 삭감하려는 만행을 저지른바 있다. 당시 이대호의 반발과 팬들의 격렬한 비난 여론 속에 결국 3천만원이 인상된 39천만원에 계약을 했지만, 끝내 4억원 고지는 허락하지 않는 쪼잔함(?)을 보였다. 게다가 이미 이대호의 자존심에는 커다란 상처가 난 후였다.

 

2009년에 좋은 활약을 했던 이정훈과는 800만원을 아까워하며 연봉조정 신청까지 간 후, 끝내 그의 자존심을 꺾었다. 그리고 올 겨울에도 연봉협상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까지 선수들의 연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도 이대호의 연봉도 올려줘야 하니 좀 고려해달라는 말을 다른 선수들에게 하면서 말이다.

 

팬들은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롯데의 동료 선수들 역시 뿔이 날대로 난 상태다. 그러니 롯데 구단을 제외한 모든 여론이 이대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미 지금의 사태는 눈 앞의 상황만 놓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와 현재의 전적까지 고려한다면 이대호의 승리가 마땅해 보일 정도다.

 

심지어 이대호를 제외한 나머지 롯데 선수들까지 이대호가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결과보단 신청 자체가 중요

 

아쉽게도 아마 이번 조정에서 이대호는 패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도 과정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일단 이대호가 굳게 마음을 먹고 연봉조정 신청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대호는 구단이 자신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연봉 협상 과정에게 다른 선수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그 자신 스스로도 지난해에 겪은 아픈 기억이 있다.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음에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랄 수 있다.

 

그래서 이대호의 이번 연봉조정 신청은 의미가 있고 의리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단순히 돈 7천만원의 문제가 아니라, 롯데 선수들 전체의 자존심이 결려 있는 한판 승부이기 때문이다. 설령 조정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이미 수많은 팬들이 그의 편에 서서 선수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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