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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기똥찬 마무리투수, 어디 없나요?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12.

퀴즈 하나.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는?”      “류현진(한화)!”

리그 최고의 4번 타자는?”      “이대호(롯데)!”

 

야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답이 나오는 쉬운 퀴즈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어떨까?

 

현재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는?”      “…………”

 

야구 전문가라고 해도 금새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이승호와 정대현은 셋업맨이야 마무리야?”

손승락이랑 이용찬은 내년에 선발로 간다며?”

오승환과 한기주는 정상적으로 돌아올까?”

 

사실 팬들은 물론이고 소속팀 감독들도 지금으로서는 속 시원하게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어떤 결론도 내려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리그를 호령한 대형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한 팀에서도 매년 마무리투수가 바뀌거나 고정된 마무리 없이 한 시즌을 버티는 팀들이 허다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마무리 투수계를 평정했던 오승환(삼성)이 부상과 슬럼프로 2년여간 주춤하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의 계보는 무주공산의 혼전 양상에 빠져들었다. 이용찬은 2009년에 존 애킨스와 함께 공동 세이브왕(26세이브)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2010시즌 불의의 음주파문으로 중도 낙마했다. 2009 0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던 유동훈(KIA) 2010년에는 블론세이브 1위를 기록하며 불쇼의 제왕으로 전락했다.

 

경쟁자들이 주춤한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은 바로 손승락(넥센)이었다. 경찰청 복무를 미치고 4년만에 프로무대로 귀환한 손승락은 생애 첫 풀타임 마무리를 맡았음에도 26세이브를 따내며 첫 구원왕에 올랐다. 주가가 급등한 손승락은 시즌이 종료됨과 동시에 다른 팀들의 영입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시진 넥센 감독은 올 시즌 손승락을 선발로 전환시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손승락 역시 선발에 대한 의욕이 남다른 상황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도 이용찬의 선발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테스트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구원 1,2위 투수들이 모두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프로야구는 2008년의 오승환(39세이브)을 끝으로 지난 2시즌간 30세이브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쓸만한 대형 마무리가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각 팀마다 불펜의 분업화가 희미해지면서 1명의 투수에 의존하지 않는 집단 마무리시스템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시즌 1,2위를 차지한 SK와 삼성은 집단 마무리와 보직파괴 시스템으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투수운영에서 국내 최고수로 꼽히는 김성근 SK 감독은 이승호와 정우람, 정대현을 상황에 따라 마무리와 셋업맨, 원 포인트 릴리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시즌 후반기에는 선발인 송은범을 마무리로 전환시켜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도 정현욱, 권혁, 안지만으로 이어지는 안정권 트리오를 앞세워 오승환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우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10시즌에 5회까지 리드한 상황에서 58 2패라는 가공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다음 시즌 8개 구단의 주전 마무리 경쟁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삼성은 오승환이라는 8개 구단 중 가장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침체되었던 오승환이 정상적으로 부활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강력한 중간계투진을 통한 6회 이후의 지키는 야구를 표방해왔던 선동열 감독이 물러난 지금, 공격적인 팀 컬러의 전환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KIA는 유동훈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곽정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1년여의 공백을 거쳐 선발전환을 노리는 한기주의 복귀가 늦어질 경우 마무리 보직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은 이용찬 외에도 임태훈이나 정재훈 같은 대안이 있다.

 

한 명으로 부족하다면 콤비가 대세다. 한화는 지난 시즌 막바지에 가능성을 보여준 좌완 박정진과 부활을 노리는 양훈이 더블 스토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산도 이용찬-임태훈의 다음 시즌 보직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둘 중 한 명을 선발로 이동시키거나 아예 함께 마무리를 분담시킬 가능성도 있다.

 

오카모토와 재계약을 포기한 LG, 임경완의 마무리 전환에 실패한 롯데는 스프링캠프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무한 경쟁을 선언한 상황이다. 각 감독들은 팀마다 2∼3명씩의 후보군이 있다.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적임자를 찾아보고, 안되면 집단 마무리체제로 가거나 외국인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선동열, 정명원, 김용수, 구대성, 임창용, 진필중, 오승환 등 한국 프로야구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특급마무리 투수들은 전성기 시절 30~40세이브 이상을 가볍게 넘나들며 등판만으로도 상대의 추격의지를 무력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 프로야구는 마무리투수의 무지막지한 구위 자체보다는 감독들의 투수교체 타이밍과 불펜 운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더욱 상대를 압도하는 특급 마무리투수의 출현이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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