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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무한경쟁' 외국인 선수도 배워야 성공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25.

최근 몇 년간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에 못 미친다는 푸념이 늘어났다. 한 구단의 감독은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영입하지만 알고 보면 국내 선수만도 못한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많다. 이럴 바엔 외국인 선수제도를 아예 없애는 게 낫겠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국야구의 수준이 날로 향상되면서 이제 웬만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야구에서 적응하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빅리그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라 해도 한국야구를 우습게 보고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쑤다. 반면 높아진 리그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시장 상황과 금전적 한계는 기대치에 비하여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데 장애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은 외국인 선수도 즉시전력감이 아니라 아예 일단 한국에 데려온 후 선수를 키우는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두산에서 활약한 왈론드나 삼성의 크루세타는 오히려 한국무대에 오고 나서 기량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한물갔다고 평가되던 카도쿠라나 오카모토는 한국무대에서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두산에서 활약한 타이론 우즈나 히메네스처럼 공들여 키워놓으면 정작 일본이나 또 다른 리그로 빼앗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처럼 좋은 선수를 뽑기도 지키기도 어려워지는 요즘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선발은 로또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등장할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구단들은 여전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 양질의 외국인 선수를 뽑는데 목을 매달고 있다. FA 제도의 모순 속에서 대형스타선수의 이적이 어려워지고, 트레이드 시장 역시 침체되어있는 한국야구의 특성상 단기간에 즉시전력감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는 역시 외국인 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1시즌 외국인 선수 시장은 올해도 역시 투고타저로 정의된다. 올해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할 외국인 선수 중 현재 타자 포지션으로 확정된 선수는 단 2. 넥센의 코리 알드리지(32)와 삼성의 라이언 가코(30)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투수들이다.

 

타이론 우즈, 클리프 브룸바 등이 활약했던 예전에 비하여 최근 한국야구에서 외국인 타자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역시 타자보다는 확실한 투수 한 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큰데다, 외국인 타자들의 경쟁력이 점점 하락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로페즈-구톰슨 외국인 원투펀치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한 KIA를 비롯하여 작년에도 카도쿠라, 사도스키, 히메네스 등 양질의 외국인 투수들을 보유한 팀들이 모두 좋은 성과를 올렸다.

 

반면 지난해 타자로서 한국무대에서 활약했던 카림 가르시아와 덕 클락은 모두 재계약에 실패했다. 가르시아는 이미 2009년부터 선구안에 문제를 드러내며 고전했음에도 외국인 감독이던 로이스터의 비호로 간신히 살아 남아지만, 로이스터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자연히 팀을 떠나게 되었다.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의 덕 클락도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퇴출되었다.

 

넥센과 삼성이 올해 타자를 선택한 것은 상대적으로 투수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유망주가 많은 넥센과 불펜자원이 풍부한 삼성은 1장의 외국인 선수 카드를 팀의 약점이던 중심타선 보강에 투자함으로서 공수밸런스를 맞추는 길을 선택했다.

 

이름값보다는 경험과 적응력을 우선순위로 둔 것도 올해 외국인 선수선발의 두드러진 경향이다. SK 게리 글로버와 KIA 아퀼리노 로페즈는 지난해 부진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에 성공하며 벌써 세 시즌째 한국 무대를 밟게 되었다. 몸 상태와 마인드만 건재하면 언제든 정상급 구위를 보여줄 수 있다는 믿음과 한국무대 경험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지난 시즌 롯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라이언 사도스키과 한화의 훌리오 데폴라도 결국 잔류에 성공했다. 브랜든 나이트는 지난 해까지는 삼성에서 뛰었으나 올해는 넥센의 부름을 받았다.

 

외국인 선수들도 이제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주전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동안 경력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팀 훈련이나 전지훈련 조기합류 등에서 비교적 관대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검증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 것이 눈에 띈다.

 

LG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 롯데의 브라이언 코리, 한화의 오넬리 페레즈, 삼성의 라이언 가코 등은 모두 북중미권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이다. 빅리그 경력을 가진 선수들도 상당수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야구무대에서 빅리그 경력은 더 이상 프리미엄이 되지 못한다. 여차하면 한국무대를 밟기도 전에 불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도 있다.

 

야구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선수를 스카우트할 당시에는 어느 정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절대적인 지표는 되지 못한다. 지난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조기퇴출 된 LG 곤잘레스나 한화 카페얀,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KIA에서 활약한 호세 리마 등도 모두 해외무대 경력은 엄청난 선수들 아니었느냐고 지적한다.

 

굵직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들일수록 한국야구를 우습게 보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속구로 승부하는 외국인 투수들은 한국타자들의 선구안과 끊어치기에 고전하기 쉽다. 지난해 왈론드와 카도쿠라는 자신의 경력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팀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무대에서 야구를 배워가지고 돌아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한 코치는 외국인 선수도 결국 품성이 좋은 선수가 성공한다. 외국인 선수 중에는 국내 코치들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볼배합이나 컨트롤 면에서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선수들이 많다. 반면 당장 구위는 좀 떨어져도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수용하고 한국야구에 대하여 배우겠다는 의지를 가진 선수들은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성공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생존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진 셈이다. 올해 합류하는 16명의 외국인 선수 가운데 스프링캠프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팬들에게 얼굴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중에서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는 능력 있는 선수는 또 몇이나 될까? 올 시즌은 유독 빅리그 경험이 돋보이는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터라, 각 팀의 외국인 선수 농사가 팀 성적에 더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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