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에서 1억 달러를 받는 선수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8.

지난 1998년 12월 LA 다저스는 2년 연속으로 자신의 소속팀을 월드시리즈로 견인한(그 중 한번은 우승) 최고의 에이스 케빈 브라운이 FA로 나오자 당시로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계약을 약속했다.


7년간 1억 500만 달러!! 연평균 금액(1500만)으로 보나 총액으로 보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액이었으며 단일 계약으로는 최초로 1억 달러를 넘긴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 후 얼마 전의 요한 산타나의 계약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모두 16번의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연봉계약이 맺어졌다. 이번 겨울에도 두 건이나 탄생했다.


‘억만장자’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을 그 엄청난 금액을 보장 받은 선수는 과연 누가 있을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케빈 브라운(99년부터 7년간 1억 500만)

98시즌이 끝나고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두 명의 투수가 FA로 풀렸다. 그들은 바로 랜디 존슨과 케빈 브라운이었다. 1년 앞선 시점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6년간 7500만(평균 1250만)의 계약을 보장 받은 상황이라 적어도 그 이상의 금액이 약속되어야만 했다.

애리조나가 먼저 랜디를 4년간 5340만(평균 1335만)으로 잡자, 다급해진 LA 다저스는 보름 후 케빈 브라운에게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기간과 금액을 안겨주었다. 이는 팬과 관계자 모두를 충격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고, 이미 페드로의 계약으로 불붙기 시작한 연봉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었다. 게다가 브라운은 저 7년 동안 3년을 제외한 4년을 부상과 부진으로 헤매다 은퇴, 실패한 계약의 대표적인 예로 남고 말았다.


켄 그리피 주니어(00년부터 9년간 1억 1650만)

96년부터 4년 동안 무려 209개의 홈런을 때린 그리피는 00시즌을 앞두고 아버지의 팀인 레즈로 이적했다. 그리고 레즈에서 보장한 저 계약은 헐값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그리피는 매년 부상에 시달리며 전성기적 기량을 상실했고, 팀은 단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 계약은 올해를 끝으로 만료된다. 과연 레즈는 내년 시즌에 걸려 있는 1650만 달러의 옵션을 이행할까?


알렉스 로드리게스(01년부터 10년간 2억 5200만)

에이로드가 FA 시장에 나올 때부터 연평균 2000~2200만 정도의 장기계약은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10년이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평균 금액이 2500만 달러가 넘어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다저스와 메츠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텍사스 구단주 톰 힉스가 다소 황당한 금액으로 에이로드를 붙잡는데 성공했고, 이는 두고두고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계약이라는 것이 쌍방 간의 성실한 의무 이행이라고 봤을 때, 실제로 행해진 7년의 계약기간(실제 수령금액 1억 7100만) 동안 5번이나 홈런왕에 오르며 3번의 MVP를 수상한 에이로드의 계약을 실패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매니 라미레즈(01년부터 8년간 1억 6800만)

에이로드가 북미스포츠 사상 최고액의 계약을 체결하고 3일 뒤, 또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매니 라미레즈가 연평균 2100만 달러의 8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타격에서만큼은 에이로드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나이와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에이로드와 맞먹는 금액과 기간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올해는 그 계약의 마지막 해이고, 매니는 2009년에 걸려있는 2천만 불의 옵션을 팀이 이행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이크 햄튼(01년부터 8년간 1억 2100만)

에이로드와 라미레즈의 계약은 결국 투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햄튼은 자신의 소속팀을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공허했고, 콜로라도는 그러한 햄튼에게 기간과 금액에서 케빈 브라운의 그것을 능가하는 최고의 계약을 선물했다. 결국 이는 로키스의 재정을 심각하게 악화시켰고, 햄튼은 애틀란타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3년에 가까운 세월을 놀고먹고 있다.


데릭 지터(01년부터 10년간 1억 8900만)

텍사스와 보스턴의 커다란 계약에 자극받은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자신들의 프렌차이즈 스타에게 커다란 선물을 한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에이로드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지터 이상의 총액을 보장 받은 선수는 없다. 오버페이 논란은 아직도 끊이질 않고 있지만, 지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제이슨 지암비(02년부터 7년간 1억 2000만)

주전 1루수 티노 마르티네즈가 FA를 선언하자, 양키스는 대신해서 당시 시장에 나와 있던 최고의 1루수를 영입하기로 결심한다. 라이벌이라 할 수 있었던 카를로스 델가도(01년부터 4년간 6800만)보다 더 오랜 기간과 좀 더 많은 연평균 금액을 약속함으로써 지암비를  잡을 수 있었고, 이는 당시만 하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되었었다. 하지만 양키스에서 지암비가 모두에게 만족을 줄만한 활약을 한 것은 2002년 단 한 해 뿐이었고, 나중에는 스테로이드 스캔들에도 연루되며 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토드 헬튼(03년부터 9년간 1억 4150만)

이 계약의 시작은 2003년이지만, 실제 연장계약이 체결되었던 시점은 연봉 인플레이션이 한창 극에 달했던 2001년 4월이었다. 당시에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헬튼이라 긍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지만, 그것은 헬튼의 급격한 기량 저하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2004년 이후 헬튼은 4년 연속으로 100타점을 넘기지 못했고, 이는 비슷한 시기에 로키스가 맺었던 햄튼과 데니 네이글(5년간 5500만)의 계약을 떠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앨버트 푸홀스(04년부터 7년간 1억)

한국의 팬들은 푸홀스의 이와 같은 계약 내용을 두고 ‘노예계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엄청나게 디스카운트된 헐값은 아니다. 푸홀스가 FA가 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은 시점이었고, 그 3년간은 2500~2800만 사이의 금액으로 잡아둘 수 있다. 실제로 저 계약은 4년간 7200만 달러, 즉 연평균 1800만 달러 수준의 계약과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물론 FA 시장에 나왔다면 2천만 달러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컸겠지만, 저 정도 수준이면 노예계약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다.


카를로스 벨트란(05년부터 7년간 1억 1900만)

벨트란은 휴스턴 소속으로 진출했던 2004년 포스트 시즌에서 12경기 만에 8홈런 14타점 21득점의 원맨쇼를 펼쳤다. 많은 팀들이 이와 같은 벨트란의 대활약에 자극받았고, 결국 메츠가 1억 1900만 달러를 배팅하며 FA 시장의 최대어를 잡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의 평가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실패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성공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남은 기간 동안 분발해야 할 것이다.


알폰소 소리아노(07년부터 8년간 1억 3600만)

2006년 마침내 40-40클럽 가입(역대 4번째)에 성공하고 FA 시장을 두드린 소리아노에게, 컵스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다. 지난해 부상으로 27경기를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장타를 기록한 소리아노, 시즌 막판에 몰아친 그의 활약으로 인해 컵스는 중부지구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카를로스 리(07년부터 6년간 1억)

소리아노의 계약과 달리 카를로스 리의 이와 같은 계약은 많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하지만 첫 해인 작년 리는 32홈런 119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타선을 주도하며 그를 향한 석연찮은 시선들을 어느 정도 날려버릴 수 있었다. 크게 화려하진 않아도 리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는 꾸준함을 자랑한다.


배리 지토(07년부터 7년간 1억 2600만)

이미 케빈 브라운과 마이크 햄튼의 계약이 빚어낸 결과를 지켜봤던 팬들은 지토에게 역대 투수 최고액을 쥐어준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의 지토는 몸 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6년 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 배리 지토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커브를 구사하는 선수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버논 웰스(08년부터 7년간 1억 2600만)

지난해 시즌 중반 1번 타자로 출장하기도 한 웰스를 두고 팬들은 ‘1억불짜리 리드오프’라며 비꼬았다. 하지만 2006년 12월에 체결된 이 연장계약은 올해부터 시작되며, 그 결과는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30홈런 100타점 시즌이 단 두 번에 불과한 웰스에게 연평균 1800만 달러를 안겨준 토론토의 리치아디 단장을 이해할 수는 없다. 지난해 웰스는 .245의 타율에 16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08년부터 10년간 2억 7500만+3000만 옵션)

작년 12월 뉴욕 양키스와 로드리게스는 ‘에이로드를 능가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밖에 없다’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새로운 10년 계약에 합의했다. 거기에 통산 홈런 기록에 대한 이정표를 돌파할 때마다 600만 달러씩의 옵션까지 걸려 있는 상황. 만약 현재의 추세대로 에이로드가 2013년쯤에 행크 아론의 기록을 넘어서서 배리 본즈의 홈런 기록까지 경신한다면 그해의 수령액은 무려 4600만 달러(연봉 2800만+보너스 1800만)에 달하게 된다. 이 금액을 능가할 거대 계약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이며,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현재로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요한 산타나(08년부터 6년간 1억 3750만)

브라운, 햄튼에 이어 지토까지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메츠는 엄청난 투자를 통해 산타나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미네소타에 보낸 4명의 유망주는 ‘단독협상권’을 가지기 위한 포스팅 비용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어쨌든 현 야구계 최고의 투수는 에이로드 다음으로 많은 연봉을 보장 받았고, 앞으로 6년(또는 7년)간 메츠의 에이스로 활약하게 되었다. 이 계약의 성공 여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16개의 계약 중 2개(브라운, 에이로드의 2001년 계약)는 이미 종료가 되었고, 4개(매니, 그리피, 지암비, 햄튼)는 올해가 마지막이며, 3개의 계약(웰스, 산타나, 에이로드)은 올해부터가 그 시작이다.


아마도 내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3~4개의 1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이 새로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아마도 미겔 카브레라와 C.C. 사바시아, 마크 테익세이라, 아담 던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