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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풍운아' 김진우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법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18.

최근 몇 년간 KIA에서 김진우만큼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이름도 없었다. 한때 타이거즈 에이스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자기관리 실패와 잦은 기행으로 숱한 물의를 일으킨 끝에 젊은 나이에 한동안 야구계를 떠나 있어야 했고, 그런 이유로 김진우라는 이름은 한동안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김진우는 2002년 프로에 데뷔해 6시즌 동안 47 34패 평균자책점 3.66의 성적을 거뒀다. 입단 당시부터 탄탄한 체구와 폭발적인 구위를 겸비한 덕분에 2의 선동열로 기대를 모았던 김진우는 두 자릿수 승리만 3번이나 기록했고, 완투경기가 무려 14회에 이르는 등 이닝이터로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유명인이 된 이들이 그러하듯, 김진우도 갑작스러운 성공과 유명세라는 함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몸은 성인이었으나 정신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한 어린 선수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주변의 유혹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일련의 방황은 결국 누구를 탓할 필요 없이 자신이 자처한 것이었고, 본인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문제였다. 야구계 선후배들도, 팬들까지 모두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지난 3년이란 시간을 보낸 후, 비로소 김진우는 자신에게 있어서 야구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말 KIA ·후배들과 구단에 공식 사과하면서 이번에야 달라진 모습을 약속하고 다시금 야구계로 돌아왔다. 아직 나이로는 한창 때이기는 하지만 오랜 공백을 이겨내기에는 그 잃어버린 시간의 무게가 만만치만은 않다.

 

김진우의 근황은 요즘 어떨까? 김진우는 최근 괌에서의 전지훈련 도중 무릎 통증을 느껴 다소 일찍 귀국했다. 이후 광주 재활 캠프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회복세가 더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힘겹게 돌아오기는 했지만 아직 김진우의 재기 가능성에 대하여 의문부호를 품고 있는 시선들도 많다. 사람에 있어서 이미 한 쪽으로 치우쳐서 굳어진 이미지가 주는 선입견이란 것은 그만큼 무섭다.

 

KIA 구단 관계자들은 아직은 모두 김진우에게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몸 상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수도 그렇고 팬들도 여론의 반응에 일비일희하지 않도록 당분간은 시간을 두고 대중의 관심에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우도 그렇지만, 팀 동료들이나 팬들 역시 김진우에 대하여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진우가 돌아왔어도 솔직히 아직은 마음으로 진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건 어차피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시간을 두고 서로가 조금씩 신뢰를 쌓아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조범현 감독은 김진우에 대하여 언급할 때마다 몸 상태에 다른 세세한 지적보다는 천천히, 대신 완벽하게라는 기본 원칙만을 강조한다. “김진우는 지금 신인이나 다름없다. 그 친구에게 있어서나 우리팀으로서도 복귀에 조급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 본인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준비된 몸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없이도 충분한 현재의 투수전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서두르다가 자칫 탈이 날 경우 재기를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 입장에서는 오랜 공백기를 거친 김진우에 대한 기대나 미련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더 넓은 틀에서 김진우와 팀의 미래를 염두에 둔 배려다.

 

여기에는 당장의 결과보다는, ‘과정의 어려움을 체험해보고 초심을 갈고 닦으라는 포석도 깔려있다. 김진우는 팀 훈련에 합류한 이후 의욕이 넘쳐서 다소 오버페이스를 하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KIA의 한 고참선수는 과정 없이 쉽게 얻은 결과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본인 입장에서는 당장에라도 마운드에 설수 있을 것 같겠지만 이런 과정을 버텨내는 것도 훈련의 연장선이다. 오히려 시즌 후반쯤 1군 경기에 복귀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잘하기보다는, 공백기의 무게를 느껴보면서 몇 번 마운드 위에서 시련을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왜냐면 지금 당장 기술적으로 공을 잘 던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방황도 많이 했던 것만큼 이런 과정에서 직접 느끼고 배우는 것도 앞으로의 야구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의 시점에서 김진우에게 다음 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까를 미리 예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어쩌면 팬들이나 모든 야구 선후배들이 김진우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것도 오직 운동에만 전념하는 야구인 김진우의 열정과 진심이 아닐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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