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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가장 깨지기 어려운 '위대한 기록'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20.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야구만큼 다양한 기록이 존재하고 그 기록의 의미가 각별한 스포츠도 드물다. 야구에서 기록이란 곧 역사와 동의어가 된다. 매 경기 기록이 쌓이고 또 쌓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곧 전통과 명예가 되어 시대를 뛰어넘는다. 또한 그 기록을 깨기 위하여 날마다 새로운 도전이 다시 이어진다.

 

야구종가미국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숱한 대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배리 본즈의 756호 홈런, 사이 영의 통산 511승도 현대야구에서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지만, 가장 높이 평가 받을만한 기록은 철인칼 립켄 주니어의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이다.

 

립켄의 기록이 위대한 것은, 단순히 어떤 수치나 성적을 뛰어넘어 인간승리그 자체라는 데 있다. 배리 본즈의 그것처럼 약물의 힘을 빌린 것도 아니고, 사이 영처럼 지금과 같이 야구가 고도로 발달하지 못했던 초기 시대의 무지막지한 혹사로 만들어진 기록도 아니었다. 립켄은 수비 부담이 많고 잔부상 위험이 큰 유격수 포지션을 주로 소화하면서도 1982 531일부터 1998 920일까지의 17년 동안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1941년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가 작성한 56경기 연속 안타도 현대야구에서 더 이상 나오기 힘든 대기록으로 꼽힌다. 테드 윌리엄스가 1941년 타율 0.406을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최후의 4할 타자로 역사에 남아있다.

 

어떤 한 분야에선 오랜 시간 능력을 발휘해온 이들은 장인의 반열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키 헨더슨은 개인 통산 1,406개의 도루로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있다.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개인 통산 1천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헨더슨 단 한 명뿐이다. ‘안타제조기피트 로즈는 통산 4,256안타를 기록하며 깨지지 않을 업적을 세웠다.(로즈의 경우 나중에 도박 혐의로 메이저리그에서 제명되었고, 그에 따라 저 기록도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투수부문에서는 사이 영이 단연 독보적이다. 영은 최다승 외에도 통산 최다 이닝(7,356이닝), 완투(749경기), 최다 타자 상대(358타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닥터 K’로 명성을 떨친 놀란 라이언은 총 5714개의 탈삼진과 7차례의 노히트 노런을 기록해 각각 역대 1위에 올라있다.

 

박찬호의 선배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오렐 허샤이저는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1988 59이닝 연속 무실점(831~929)의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모데카이 브라운은 통산 2.0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역대 200-3,000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가장 낮은 통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로 30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프로 원년인 1982년 백인천(당시 MBC)이 기록한 0.412의 타율이 눈에 띈다. 1994년 이종범(KIA, 당시 해태)0.393으로 4할에 가장 근접했지만 끝내 4할 타율이란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종범이 94년 세운 한 시즌 최다안타(196)와 도루(84) 기록도 이후 1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현역 타자 중에서는 김현수(두산)정도가 이종범이 못 이룬 200안타와 4할 고지에 도전할 선수로 꼽히며, 도루는 5년 연속 타이틀에 도전하는 이대형(LG)이 가장 강력한 후보다.

 

너구리장명부의 단일 시즌 최다승(1983 30)불사조박철순의 22연승(1982)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앞으로 깨지기 어려운 전설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장명부는 특이하게도 85시즌에는 25번이나 패배를 당해 한 시즌 최다패 기록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모두 한국 프로야구가 갓 출범한 초창기 시절의 기록들이고, 수준급 선수가 부족하던 시절의 무분별한 선수 혹사라는 어두운 그늘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타자 부문에서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위대한 기록은 이승엽(오릭스)이 삼성 시절이던 2003년 기록한 시즌 최다홈런(56)과 박종호가 현대시절 기록한 39경기 연속안타(2003~2004)가 첫손에 꼽힌다. 이 두 기록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신기록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승엽은 97년부터 2003시즌까지 7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한 것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투수부문은 단연 선동열 현 삼성 감독의 통산 평균자책점 1.20이 가장 돋보인다. 선동열은 해태에서 활약한 11시즌 동안 367경기에서 1647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74실점(220자책점)만을 허용했으며, 29회의 완봉승으로 이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있다. 윤학길은 통산 100회의 완투로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완투를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투타부문 통산 기록은 양준혁과 송진우가 양분하고 있다. 송진우의 프로통산 최다승(210), 최다이닝(3003이닝), 최다 탈삼진(2,048) 등은 한국야구에서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 될 전망.  양준혁 역시 홈런(351), 안타(2318), 타점(1389), 득점(1299), 2루타(458), 타수(7322타수), 출전경기(2135경기), 최다루타(3879), 볼넷(1278) 등 도루를 제외한 총 9개 부분의 통산최다기록 및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개인통산 2000안타 등의 기록을 세운 한국 야구의 역사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삼성 라이온즈, 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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