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위를 차지한 넥센 히어로즈는 안팎으로 많은 잡음에 시달려야 했다. 메인 스폰서를 구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 놓으면서 ‘제 살 깎아먹기’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장원삼을 필두로 이현승, 이택근, 마일영 등이 시즌 시작 전에 넥센 유니폼을 벗었고, 팀의 간판타자인 황재균마저 시즌 중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이들은 모두 이적 이후 각 팀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넥센 팬들의 속을 태워야 했다. 넥센으로서는 “선수 판 돈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라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랬던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팀의 선발 유망주인 고원준을 롯데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를 롯데로 보낸 대신에 베테랑 이정훈을 받아 왔다. 양 구단은 “현금이 오가지 않았다.”라는 원칙적인 이야기만 꺼냈으나,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 상황 속에서 넥센은 올 시즌 반드시 어느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와의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계약 연장을 위해서라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넥센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넥센은 2011시즌에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넥센의 2011년 전망을 내적인 역량과 외부 환경요인을 고루 따져 보는 SWOT 분석으로 살펴보자.
▲ 넥센의 강점(Strength)
소설 <삼국지연의>를 실펴 보면, ‘열 집 정도의 작은 고을에도 충성스럽고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제아무리 어려운 사정이라고는 하나, 넥센에도 팀을 대표할 만한 선수들이 분명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넥센은 지난해 7위라는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팀 평균자책점 4위(4.55)라는 결코 나쁘지 않은 투수력을 선보였다. 타선에서도 2할8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4명이나 있었다. 특히, 구원왕 손승락(26세이브)과 3할 타율의 유격수 강정호는 넥센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올해도 이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 만하다. 한때 선발 요원으로 언급됐던 손승락은 다시 마무리로 돌아가 제자리를 찾았고, 강정호는 작년 아시안게임 이후 그 실력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당시 아시안게임의 우승을 결정지었던 이는 추태호 트리오(추신수-김태균-이대호)도, 류현진도 아닌 강정호였다. 더구나 그는 주 포지션인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도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김시진 감독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기용될 수 있다.
구단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마무리 투수’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LG, KIA, 롯데, 한화에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고, 삼성 역시 지난해 오승환의 부재로 큰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손승락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카드가 있는 넥센은 다른 팀에 비해 경쟁 우위를 갖는다.
외국인 투수로 나이트가 가세했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2009년부터 한국땅을 밟았던 나이트는 2년간 통산 12승 7패, 평균자책점 4.13을 마크했다. 어느 정도 한국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외국인 투수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넥센에 큰 도움이 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넥센의 가장 큰 강점은 김시진 감독이 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팀을 추스르는데 많은 애를 썼고, 튼튼한 불펜진을 구축하면서 ‘투수 조련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필승조로 나섰던 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운데, 올해는 누가 김시진 감독 휘하에서 두각을 나타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김영민, 정회찬, 문성현 등이 김 감독과 정민태 코치가 공을 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잠재력을 폭발시킬 경우 마운드 운용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넥센의 약점(Weakness)
넥센에는 분명 쓸 만한 선수들이 많다. 타선에는 강정호를 필두로 유한준, 장기영 등이 있으며, 노장 이숭용과 송지만의 존재도 든든하다. 마운드에도 손승락을 비롯해 나이트, 김영민, 금민철, 김성현, 문성현, 정회찬, 오재영, 박준수 등이 버티고 있다. 이쯤 되면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그 누구도 넥센의 전력을 ‘강하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전력을 약체로 분류한다. 이는 넥센의 강점이 약점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투타의 불균형이 심하다. 넥센은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4위(4.55)에 올랐지만 팀 타율은 6위에 머물렀다. 물론, 넥센의 팀 사정을 고려해 보았을 때 .262라는 팀 타율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팀 득점력에서 허점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넥센이 지난해 기록한 팀 득점은 570점으로 간신히 최하위를 면할 정도였다.
타자 친화적인 목동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음에도, 팀 홈런 숫자는 87개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팀 홈런 숫자가 세 자릿수를 넘지 못한 팀은 넥센이 유일하다. 그만큼 넥센 타선은 찬스 때 효과적으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사정이 이럼에도 넥센은 간판타자 중 한명인 황재균을 시즌 중에 롯데로 트레이드하는 실수를 범했다.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없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외국인 투수 나이트는 국내무대에서 검증된 선수이기는 하나 1선발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는 지난 2년간 국내 타자들에게 많이 노출된 상태다. 과거 LG 트윈스가 삼성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팀 하리칼라, 제이미 브라운 등을 영입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넥센도 같은 절차를 밟을지 모른다.
지난해 넥센 타선에서 단 한 명도 80타점 이상 기록한 선수가 없다는 것도 커다란 아킬레스건이다. 장기영-김민우 듀오가 3할대 중반의 출루율로 제 몫을 다 했지만, 이들을 홈으로 불러들일 만한 선수가 없었다. 그만큼 찬스에 강한 선수에 목말라 했던 것이 넥센의 현주소다. 이를 의식한 듯 올해에는 코리 알드리지라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지만, 그가 브룸바나 클락과 같은 활약을 펼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 무대에서 검증이 안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넥센의 가장 큰 약점은 선수단 구성 그 자체가 아닌, 구단의 경영 방식에 있다. 넥센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팀의 주축 선수를 무려 6명이나 트레이드 했다. 이번 오프 시즌 중에도 팀의 간판인 손승락과 강정호가 끊임없이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만약 올 시즌 중에 넥센이 또 다시 트레이드를 감행한다면, 뒤숭숭해진 팀 분위기 속에서 최하위로 추락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 넥센의 기회 요소(Opportunity)
시즌 초반이 중요하다. 다른 7개 구단에 비해 약체 이미지가 강한 만큼, 초반에 매운맛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도 넥센은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잠시나마 4위권 구도를 형성했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올해에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 구단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서 얼마든지 초반에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마운드에서는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 줄 손승락이 건재하고, 선발보다 든든한 불펜 필승조가 존재한다. 선발 마운드가 5이닝씩만 막아준다면 상대팀이 결코 넥센을 우습게 바라볼 수 없다.
타선에서도 톱타자 장기영을 필두로 김민우, 강정호, 유한준, 이숭용, 송지만 등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평균 이상의 실력을 선보였던 선수들이다. 6회 이내에 넥센 타선이 점수를 뽑아 앞서갈 수 있다면, 김시진 감독은 즉각 불펜 필승조를 가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맞물릴 경우 넥센이 시즌 초반의 승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넥센 선수단에 큰 동기부여가 될 만한 소식은 바로 메인 스폰서와의 재계약과 관련된 문제다. 올해를 끝으로 ‘프로야구단 서울 히어로즈’와 ‘넥센타이어’의 메인 스폰서 계약은 종료된다. 메인 스폰서 재계약을 위해서는 선수단이 하나로 움직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좋은 성적을 낼 경우에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넥센은 2009시즌에도 메인 스폰서 없이 구단을 이끈 경험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골드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를 확보한 바 있다.
▲ 넥센의 위협요소(Threat)
그러나 이 모든 기회요소는 넥센의 내부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실현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넥센은 외부의 기회 요인보다 위협 요소가 더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선수와 관련된 문제다. 넥센은 이미 지난 시즌 중반 한때 ‘트레이드 불가 선수(강정호, 황재균, 강윤구)’로 지명했던 황재균을 롯데로 보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선수 장사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넥센의 행보는 이제 완전히 ‘양치기 소년’과 같은 모습이 되어 버렸다.
넥센의 선수 장사에 대해 공생의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하는 타 구단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이번 오프시즌에서는 손승락이 LG로 이적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으며, 강정호의 KIA행과 관련한 이야기도 오랫동안 떠돌았다. 다행히 올해에는 둘 모두를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지만, 넥센이 두 명의 간판선수를 끝까지 보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위험한 요소는 메인 스폰서 넥센그룹의 행보에 있다. 넥센은 구단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스폰서 기업임에도, 히어로즈의 선수 장사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여기고 있다. 이에 한때 스폰서 중도 해지까지 고려했을 정도다. 이미 히어로즈는 2008시즌 도중 우리 담배로부터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철회 당했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넥센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성적과 관계없이 메인 스폰서 계약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유진 김현희[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