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풀타임 6년차 시절의 성적입니다. 그 1년의 성적이 어떠한가에 따라 이후 자신의 삶의 질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메이저리그는 풀타임 6년을 소화한 선수들에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부여하며, 당연히 FA 시장에 쏟아져 나온 선수들 중에서 전년도 성적이 좋은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기 마련입니다.
선수들은 ‘대박’을 노리기 위해서라도 FA가 되기 직전 시즌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최선을 다합니다. 어지간한 부상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평소보다 훨씬 날카로워진 집중력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도 많은 편이죠. 최근의 팬들은 이러한 현상을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에 비교해 ‘FA로이드 효과’라고 부릅니다.
올해도 시즌이 끝나고 나면 FA 자격을 얻는 풀타임 6년차, 혹은 계약 종료를 앞둔 선수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럼 다가올 1년 농사에 많은 것들이 걸려 있는 예비 FA들 중에서도, ‘FA로이드 효과’가 가장 두드러질 것 같은 선수들 10명을 살펴보겠습니다.(혹시나 판타지게임 드래프트를 앞두고 계신 분들은 반드시 이들을 주목하기 바랍니다.)
1위. 프린스 필더(27, 밀워키 브루어스)
프린스 필더의 올 시즌 연봉은 1550만 달러, 이것은 역대 메이저리그 선수들 가운데 FA 이전 최고 연봉 신기록이며, 당연히 FA가 되면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원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작년에는 32홈런 83타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필더는 2007년(50홈런 119타점)과 2009년(46홈런 141타점)에는 MVP급 성적을 낸 적도 있는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1루수 중 한 명이죠. 이상하게도 데뷔 후 짝수해에는 다소 부진하고, 홀수해에는 엄청난 성적을 내는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런 현상이 올해도 계속된다면 또 한 번의 몬스터 시즌을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정교함은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적어도 홈런 파워와 타점 생산능력에 있어서는 라이언 하워드, 알버트 푸홀스 등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인 선수이니까요. 아래는 필더에 대한 각 MLB.com 판타지 사이트의 올 시즌 성적 예상인데, 지난해 성적이 나빠서인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네요.
MLB.com 예상성적 : 37홈런 108타점 97득점 .275/.389/.520(타율/출루율/장타율)
2위. 애드리언 곤잘레스(29, 보스턴 레드삭스)
200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인 애드리언 곤잘레스는 일각에서는 필더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대형 1루수입니다. 필더와는 달리 골드글러브 수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정상급 수비력도 겸비한 선수이며, 작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타자에게 불리한 펫코파크를 홈으로 쓰는 샌디에고 소속이었음에도 5년간 평균 32홈런 100타점을 기록했죠. 지난 겨울 동안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된 것은 FA를 앞둔 곤잘레스에게 희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스턴은 타자에게 유리한 펜웨이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며, 실력만 보여준다면 시즌 중에라도 대규모의 재계약을 안겨줄 수 있는 팀이니까요. 사실 곤잘레스는 샌디에고 시절 2007년부터 시작되는 5년 계약(총액 1500만불)이 올해 마무리되며, 그런 소액 계약에 묶여 있었던 터라 FA 대박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클 것이 분명합니다. 타자에게 유리한 곳으로 옮긴 곤잘레스가 올 시즌 대형사고를 칠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되는 이유죠.
MLB.com 예상성적 : 39홈런 117타점 108득점 .300/385/.566
3위. 조나단 파펠본(31, 보스턴 레드삭스)
조나단 파펠본은 보스턴의 주전 마무리로 활약한 지난 5년 동안 평균 38세이브와 2.18의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작년에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방어율 3.90)을 겪긴 했지만, 구위와 위기 관리 능력에 있어서 그의 능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요. 데뷔가 다소 늦었던 만큼, 그에 대한 보상심리도 분명 있을 겁니다. 아래 MLB.com의 예상보다 더 많은 세이브와 더 낮은 평균자책점이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MLB.com 예상성적 : 67이닝 78탈삼진 3승 3패 39세이브 평균자책 2.94
4위. 호세 레예스(28, 뉴욕 메츠)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3년 동안 강력한 MVP 후보이자 리그 최고의 판타지 플레이어였던 레예스는 2009년 당한 부상으로 인해 지난 2년간은 다소 주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건강하다면’이라는 대전제만 갖춰진다면, 레예스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죠. 정확성과 기동력, 그리고 수비까지 모두 겸비한 유격수. 게다가 파워도 평균 이상입니다. 올 시즌에도 레예스의 관건은 ‘좋은 성적’이 아니라 ‘건강’ 그 자체입니다. 그가 그라운드에 올라가 있는 한, 그 성적은 의심할 필요조차 없을 테니까요.
MLB.com 예상성적 : 12홈런 58타점 100득점 41도루 .293/.342/.453
5위. C.J. 윌슨(31, 텍사스 레인저스)
2009년까지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텍사스의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윌슨은 지난해 선발투수로 전격 변신, 204이닝을 소화하며 15승 8패 평균자책 3.35의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윌슨이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텍사스 소속의 투수로는 1992년의 케빈 브라운(3.32)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기도 하지요. 이 한 시즌 활약으로 윌슨은 일약 주목 받는 스타가 되었고, 2011시즌 FA 시장의 태풍으로 부상했습니다. 텍사스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MLB.com 예상성적 : 203이닝 170탈삼진 12승 9패 평균자책 3.68
6위. 조나단 브록스턴(27, LA 다저스)
올 시즌 후에는 또 한 명의 조나단이 FA 자격을 얻습니다. 브록스턴 역시 파펠본과 마찬가지로 불 같은 강속구를 주구장창 뿌려대는 마무리 투수죠. 하지만 파펠본에 비하면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고, 작년의 부진(22세이브 4.04)은 브록스턴의 가치를 많이 갉아 먹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리그에서 가장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마무리 투수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올해 다저스의 전력이 조금 애매해서 많은 세이브를 기록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죠.
MLB.com 예상성적 : 68이닝 80탈삼진 3승 4패 32세이브 평균자책 3.28
7위. 알버트 푸홀스(3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04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1억11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헐값(?)에 묶여 있었던 메이저리그 최고의 괴물 알버트 푸홀스가 드디어 FA 시장에 나올 전망입니다. 이미 소속팀과의 재계약 협상은 진전이 없는 상태고, 세인트루이스에서 월드시리즈 챔피언까지 올랐던 터라 딱히 미련이 남는 상황도 아니죠. 세간의 관심은 푸홀스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기록(10년간 2억7500만)을 깨느냐에 쏠려 있습니다. 그런 푸홀스가 1위가 아니라 7위인 이유는 그가 ‘FA로이드 효과’ 따윈 없어도 항상 꾸준하게 자기 몫을 해주는 특급선수이기 때문이지요.
MLB.com 예상성적 : 39홈런 127타점 121득점 .320/.439/.609
8위. 켈리 존슨(29,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애틀란타 시절 평범한 수준의 그저 그런 2루수였던 켈리 존슨은 애리조나로 이적한 지난해 갑자기 2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루수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죠. 그리고 꼭 이런 유형의 선수가 FA를 앞둔 시점에서 간혹 대형사고를 치곤 합니다. 동기 부여가 확실한 상황이고, 환경적 요소도 나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그가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좋은 파워를 갖춘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타격 좋은 2루수가 많지 않은 요즘, 존슨이 또 한 번 2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면 FA 시장에서 그의 가치는 매우 높아질 겁니다.
MLB.com 예상성적 : 23홈런 72타점 88득점 12도루 .276/.355/.469
9위. C.C. 사바시아(31, 뉴욕 양키스)
이미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한 번 당했던 양키스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한 이유가 뭘까요? 사바시아는 2년 전 양키스와 7년간 1억6100만불(연평균 2300만)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에 자신이 원할 경우 2011시즌이 종료된 후 FA를 선언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미 2007년에 로드리게스가 이를 이용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북미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 기록을 갈아치운바 있죠. 사바시아는 양키스 소속으로 지난 2년 동안 40승을 거뒀고,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500이닝 이상을 던지는 등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 이상으로 팀에 대한 공헌도가 엄청났지요. 사바시아가 과연 FA 선언을 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시즌 그의 행보를 주목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는 올해도 메이저리그에서 20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투수임에 틀림없으니까요.
MLB.com 예상성적 : 235이닝 199탈삼진 18승 8패 평균자책 3.33
10위.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29, 뉴욕 메츠)
2008년에 역대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인 62세이브를 기록하고, 때마침 FA가 되어 뉴욕 메츠와 3년 계약을 맺었던 ‘K-로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다시 한 번 FA 시장의 문을 두드릴 전망입니다. 그 명성에 비하면 최근 2년간 합계 60세이브에 그친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나, 잔부상에 시달리지만 않는다면 그는 여전히 위력 있는 마무리 투수임에 틀림없습니다. 무엇보다 트레버 호프만의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601개)을 갈아치울 유력한 후보라는 점도 로드리게스(현재 268세이브)의 매력 중 하나죠.
MLB.com 예상성적 : 64이닝 70탈삼진 3승 3패 33세이브 평균자책 2.53
// 카이져 김홍석[사진, 순위=S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