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3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2011시즌 메이저리그의 개막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에 앞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전망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번은 그 세 번째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편이다. 각 팀의 이름 옆의 괄호는 2010시즌 성적이며, 선수들의 영입(In)과 이탈(Out)을 나타내는 In & Out에는 주요 전력 선수들만 표시했다.
▲ 텍사스 레인저스(90승 72패, 서부지구 1위 – 월드시리즈 준우승)
In : 애드리언 벨트레, 브랜든 웹, 마이크 나폴리
Out : 클리프 리, 블라드미르 게레로, 리치 하든, 프랭크 프란시스코
지난해 텍사스는 11년 만에 지구 1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진출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특급 좌완’ 클리프 리와 ‘괴수’ 블라드미르 게레로가 FA가 되어 모두 팀을 떠났다. 게레로의 빈 자리는 새로 영입한 애드리언 벨트레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리를 대신할 수 있는 투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다섯 명이 넘지 않는다. 왕년에 ‘특급 에이스’ 소리를 듣던 브랜든 웹을 FA로 붙잡았지만, 그건 ‘혹시나’하는 기대감의 발로일 뿐, 오랜 시간 부상에 시달린 그가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해줄 지는 미지수다.
공격형 포수인 마이크 나폴리가 더해지면서 공격력만큼은 지난해 이상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테지만, 역시 문제는 투수력이다. 작년에 다소 ‘깜짝 스타’처럼 등장해 좋은 활약을 펼쳤던 C.J. 윌슨과 콜비 루이스가 올해는 원투펀치로 리가 없는 투수진을 이끌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오랜 시간 동안 리빌딩 과정을 거친 텍사스이기에 계속해서 어리고 훌륭한 선수가 마이너리그로부터 공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구 1위를 다툴 라이벌 팀들의 전력 보강 요소가 굉장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전력구도대로라면, 리가 없어도 지구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2011시즌 예상 – 서부지구 1위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81승 81패)
In : 마쓰이 히데키, 브라이언 푸엔테스, 그랜트 발포어, 데이빗 데헤수스, 자쉬 윌링험, 리치 하든
Out : 에릭 차베스, 잭 커스트, 빈 마자로, 저스틴 듀크셔, 벤 시츠, 라자이 데이비스
모두를 놀라게 만들만한 큰 건수는 없었지만, 오클랜드는 그 나름 충실하고도 바쁜 겨울을 보냈다.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빌리 빈 단장의 노력이 엿보이는 선수단 구축에 성공했다. 애물단지였던 에릭 차베스를 비롯한 전력 외 선수들을 떠나 보내는 동안, 비싸지 않아도 팀에 도움이 될 선수들을 하나씩 영입했다. 특히 브라이언 푸엔테스와 그랜트 발포어가 더해진 불펜은 기존의 마이클 워츠, 브래드 지글러 등과 더불어 리그에서 손꼽히는 안정감을 자랑할 전망이다.
트레버 카이힐(2010년 18승 8패 2.97)은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는 에이스이며, 2선발 브렛 앤더슨(사진) 역시 당장 올해 18승 투수로 성장하더라도 놀랍지 않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구위와 제구력을 겸비하고 있다. 적어도 투수력만 놓고 봤을 때, 오클랜드는 서부지구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1~2위를 다툴 수 있는 전력이다. 문제는 타선. 데이빗 데헤수스가 가세하면서 테이블세터진의 수준이 한결 높아졌고, 마쓰이와 윌링험이 가세한 중심타선도 작년보다 좋아졌지만, 아쉽게도 팀 타선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켜줄 만한 대형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 점 때문에 1위 경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만약 타자들 중 누구 한 명이 갑자기 몬스터 시즌을 기록한다면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
2011시즌 예상 – 서부지구 3위
▲ LA 에인절스(80승 82패)
In : 버논 웰스, 스캇 다운스, 다카하시 하사노리
Out : 마쓰이 히데키, 후안 리베라, 마이크 나폴리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서부지구의 강자로 군림하던 에인절스는 지난해 실로 오랜만에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하며 지구 3위에 그쳤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거의 6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던 팀이니, 고작 1년의 실패로 리빌딩에 돌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픈 실패를 경험한 팀이 스토브리그 기간 내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팀 내 홈런 1위 마이크 나폴리와 타점 2위 마쓰이가 팀을 떠난 마당이니, 버논 웰스의 영입으로 인해 전력이 상승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성장한 제러드 위버(사진)를 필두로 한 선발진은 매우 경쟁력이 있다. 수준급 셋업맨인 스캇 다운스와 일본인 투수 다카하시를 영입하면서 불펜의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주전 마무리인 페르난도 로드니는 ‘신뢰’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투수이며, 이를 대체할 만한 마무리 경험이 있는 불펜 요원도 마땅찮다. ‘주포’인 켄드리 모랄레스가 아직 부상에서 100%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도 근심거리. 지난해 워낙 바닥을 친 상황이라, 별다른 움직임 없이도 그보다는 좋은 성적이 예상되지만, 불안한 마무리와 물음표인 타선으로 텍사스와 지구 1위 다툼을 벌이기는 조금 버거워 보인다.
2011시즌 예상 – 서부지구 2위
▲ 시애틀 매리너스(61승 101패)
In : 잭 커스트, 미겔 올리보, 브랜든 라이언, 아론 래피
Out : 캐이시 카치먼, 러셀 브랜년, 켄 그리피 주니어(은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유일하게 소외된 듯 보이는 팀이 바로 시애틀이다. 앞선 3팀의 경우, 텍사스가 다소 유리해 보이긴 하나 큰 전력 차이 없이 시즌 내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지난해 리그 꼴찌였던 시애틀의 상황은 올해도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시애틀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것은 경기당 평균 3점을 간신히 넘기는 ‘재앙’ 수준의 타격이었는데, 올해도 크게 향상되었다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수 미겔 올리보와 유격수 브렌든 라이언, 그리고 지명타자로 잭 커스트가 새로이 가세했지만, 팀의 타격 수준을 바꿔놓을 정도는 아니다. 올해로 만 38세가 되는 이치로의 기량도 지난해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2010년 사이영상에 빛나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사진)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리그 최고의 에이스지만, 그런 그가 고작 13승에 머물렀을 만큼 시애틀 타선의 수준은 심각하다. 그 외의 선발진은 의문점이 많고, 불펜도 최하위권이다. 그나마 믿을만한 마무리인 데이빗 아즈마 역시 현재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괴물’ 류현진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와 ‘킹’ 펠릭스가 이끄는 시애틀 매리너스, 리그는 다르지만 두 팀이 처한 상황과 그 전력 구성은 소름이 끼치도록 닮아 있다.
2011시즌 예상 – 서부지구 4위
// 카이져 김홍석[사진=S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