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3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2011시즌 메이저리그의 개막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에 앞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전망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번은 그 네 번째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편이다. 각 팀의 이름 옆의 괄호는 2010시즌 성적이며, 선수들의 영입(In)과 이탈(Out)을 나타내는 In & Out에는 주요 전력 선수들만 표시했다.
▲ 필라델피아 필리스(97승 65패, 동부지구 1위)
In : 클리프 리(!!)
Out : 제이슨 워스, 제이미 모이어(은퇴?), 채드 더빈
필라델피아가 오프시즌 동안 보여준 큼지막한 움직임은 FA 최대어로 꼽혔던 좌완 에이스 클리프 리를 붙잡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한 번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필라델피아의 ‘판타스틱 4’는 겨울 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팀엔 리그 최강의 에이스(로이 할러데이)와 2선발(리), 그리고 감히 3~4선발이라 부르기조차 미안한 로이 오스왈트와 콜 하멜스가 함께하고 있다. 심지어 5선발 조 블랜튼도 다른 팀에서 3선발은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선수다. 다른 팀들이 ‘에이스 독점 금지법’을 추진하자고 사무국에 건의한다 해도 반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위용이다.
강타자 제이슨 워스가 FA로 팀을 떠났지만, 크게 아쉬울 건 없다. 당장은 벤 프란시스코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며, 지금은 부상중인 ‘특급 유망주’ 도모닉 브라운이 한달 후 면 복귀한다. 역대 최고를 꿈꾸는 선발진과 리그 최정상급인 타선, 이만하면 올해도 지구 1위는 문제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고, 그러기 위해선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브래드 릿지가 제 역할을 확실히 해줘야만 한다.
2011시즌 성적 예상 : 동부지구 1위
▲ 애틀란타 브레이브스(91승 71패, 동부지구 2위-와일드카드)
In : 댄 어글라, 조지 쉐릴, 스캇 라인브링크, 로드리고 로페즈
Out : 바비 콕스(감독), 빌리 와그너(은퇴), 트로이 글로스, 데릭 리, 멜키 카브레라, 사이토 다카시, 릭 엔키엘
애틀란타는 스토브리그의 개막과 동시에 플로리다로부터 ‘현역 최고의 거포 2루수’ 댄 어글라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지난 20년 동안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명장’ 바비 콕스가 더 이상 없다는 점이다. 콕스는 지난해 애틀란타를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시킨 후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했다. 이로 인해 애틀란타라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낸 주역은 ‘대장’ 치퍼 존스만이 남게 되었다.
팀 허드슨, 데릭 로우, 토미 핸슨, 자이어 저젠스로 구성된 선발 로테이션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데릭 리와 트로이 글로스가 떠났지만 어글라가 보강된 타선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강력한 마무리인 빌리 와그너가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선언했고, 그 빈 자리를 경험 없는 어린 투수들이 채울 전망이다. 이 점이 감독의 변화와 더불어 불안한 점이다. 더욱이 지구 1위 자리를 다툴 필라델피아는 애틀란타보다 더 강력한 선발진과 위력적인 타선, 그리고 경험 많은 마무리를 보유하고 있다. 치퍼 존스가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한다면 작년에 이어 와일드카드를 노려볼 수 있겠지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2011시즌 성적 예상 : 동부지구 2위
▲ 플로리다 말린스(80승 82패)
In : 하비어 바즈케즈, 존 벅, 오마 인판테, 라이언 웹
Out : 댄 어글라, 카메론 메이빈, 로니 폴리뇨
지난해 팀 내 홈런(33)-타점(105) 1위인 댄 어글라가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란타로 이적했지만,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인 헨리 라미레즈가 건재한 가운데 지난해 20홈런을 기록한 포수 존 벅이 가세했다. 1루수 가비 산체스와 중견수 크리스 코플런은 올해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며, 올해 풀타임 첫해를 맞이하는 마이크 스탠튼과 로건 모리슨의 성장도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100경기만에 22홈런을 기록한 스탠튼의 괴력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에이스 자쉬 존슨은 지난 2년간을 통해 인정받는 정상급 에이스로 성장했고, 여기에 경험 많은 하비어 바즈케즈가 새로이 가세했다. 나머지 3명의 선발(놀라스코, 산체스, 볼스태드)도 나이에 비해 착실히 경력을 쌓아온 선수들이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1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네오 누네즈가 여전히 마무리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나름 불펜 보강에 신경을 쓴 티가 나지만 그럼에도 딱히 안정감이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가능성은 큰 팀이지만, 아직까지 안정감이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통산 3번째 우승을 향한 플로리다의 목표 시점이 아마도 올해는 아닐 것이다.
2011시즌 성적 예상 : 지구 3위
▲ 뉴욕 메츠(79승 83패)
In : 크리스 영, 크리스 캐퓨아노, D.J. 카라스코, 스캇 헤어스턴
Out : 존 메인, 다카하시 히사노리, 페드로 펠리시아노, 올리버 페레즈, 루이스 카스티요
거듭되는 투자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자 결국 지쳐버린 것일까? 지난 겨울의 메츠는 그들답지 않게 너무나 조용했다. 그리고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과감하게 ‘먹튀’ 올리버 페레즈(연봉 1200만$)를 방출했다. 카를로스 벨트란과 요한 산타나가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고의 마무리였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도 메츠 유니폼을 입은 후엔 영 시원찮다. 2009년에 36홈런 119타점을 기록한 후 메츠와 계약(4년 6600만)한 제이슨 베이도 작년엔 고작 6홈런에 그쳤다. 직접 키워낸 프렌차이즈 스타 호세 레예스와 데이빗 라이트도 잔부상과 원인 모를 부진 등으로 벽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올해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 산타나는 후반기나 되어야 복귀할 전망이고, 그에 따라 선발진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마무리 로드리게스를 제외하면 불펜도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주력 타자들이 건강한 가운데 연봉값을 해준다면 공격력에서 뒤질 이유가 없는데도,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은 부상이란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의 침묵이 리빌딩의 신호탄이라면 차라리 좋으련만, ‘뉴욕’이라는 연고지는 그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팬들의 답답함만 커져가는 1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1시즌 성적 예상 : 지구 4위
▲ 워싱턴 내셔널스(69승 93패)
In : 제이슨 워스, 아담 라로쉬, 릭 엔키엘, 토드 카피, 톰 고젤라니, 왕첸밍
Out : 아담 던, 조쉬 윌링험, 나이저 모건, 스캇 올슨, 미겔 바티스타
워싱턴은 지난 FA 시장에서 무려 1억2600만 달러(7년 계약)를 투자해 강타자 제이슨 워스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63홈런 184타점을 기록한 워스가 같은 기간 동안 76홈런 208타점을 기록했던 동갑내기 거포 아담 던(화이트삭스와 4년간 5600만달러에 계약) 보다 뛰어난 생산력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 그래도 아담 라로쉬(작년 25홈런 100타점)를 붙잡으면서 타격에서 한층 나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 입성한 이후, 강팀이 되기 위해 꾸준히 투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은 그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타선에서는 라이언 짐머맨, 마이클 모스 등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선발진은 아직 답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초특급 유망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마저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되어 올해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며, 타자 쪽의 ‘차세대 괴물’ 브라이스 하퍼는 마이너리그에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올해는 이들이 개막부터 함께하게 될 2012년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2011시즌 성적 예상 : 동부지구 5위
// 카이져 김홍석[사진=SI.com, 홍순국의 순 스포츠]
P.S. 쓰다 보니 지난해와 순위가 똑 같은 아주 뻔~한 예상을 하고 말았군요. 단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애틀란타가 와일드카드 획득에 실패하리라는 것 정도? 가슴은 플로리다와 애틀란타의 예상 순위를 바꾸라고 말하고 있지만, 머리가 그걸 억누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