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진의 꽃 보다 야구

대구구장 정전사태, 코미디가 따로 없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17.



이쯤 되면
코미디라고 부를 만하다. 16일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한창이던 8회초, 경기가 펼쳐지고 있던 대구구장의 갑작스런 정전 사태로 조명탑이 일제히 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복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8회초 두산의 공격,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이 투수와 2루수 사이로 흘러가는 절묘한 기습 번트를 대며 1루에 살아나가는가 싶더니, 갑작스럽게 모든 조명이 꺼지면서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번트안타로 기록될 수 있었던 정수빈의 타격도 결국은노 플레이가 선언됐다.

 

정전 후 다시 조명탑에 불이 들어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분 정도였다. 그러나 구장 내 건물의 불빛이 깜박이는 현상이 반복됐고, 조명탑 역시 모두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외야 좌측에 위치한 조명탑은 끝내 점등되지 않았고, 끝내 복구하지 못했다. 결국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조명탑 문제로 경기가 지연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조명탑 전체가 소등되어 경기가 차후로 미뤄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1999 10, 전주구장에서 열린 쌍방울과 LG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조명탑 소등으로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던 전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사건은 무려 12년 전의 일이다.

 

이번 정전 사태는 참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올해로 30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선수들의 플레이와 야구팬들의 관중문화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본적인 인프라는 아직 낙제점을 받고 있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조명탑 정전에서 벽돌 발굴까지

 

1948년에 완공된 대구 시민구장은 그 동안 각종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하여 가장 많은 공격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가장 더운 대구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선수들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와 편의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삼성 구단과 대구시의 노력으로 수 차례 보수 공사를 했으나, 문을 연지 60년이 넘는 구장에서 더 이상의 개보수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13천여 석에 불과한 관중석 규모도 문제였다. 대구는 무려 2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광역시임을 고려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대구보다 인구가 많은 도시는 서울과 부산, 그리고 인천 밖에 없다. 야구를 사랑하는 대구의 야구팬들은 표가 매진되어 하릴없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던 안 좋은 기억을 한두 번씩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구구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8개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7개 야구장 중 상당수가 개보수 공사, 혹은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화 이글스가 사용하고 있는 대전 한밭구장 역시 최대 수용인원이 10,500명 밖에 되지 않고, 넥센이 사용하고 있는 목동구장(14,000)은 아예 외야석이 없다. 이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현주소다.

 

그나마 야구장 규모나 시설이 훌륭하다는 잠실구장도 완벽하진 않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당시 구단 관계자들은 경기 속개를 위하여스펀지를 사용하여 빗물을 제거해야만 했다. 그만큼 배수 시설이 열악했고, 또 다른 대처 방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증거다. 작년에 목동구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6 22일 광주구장에서는 또 다른 충격적인 일이 야구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KIA와 넥센의 경기 도중 마운드 밑에서 다량의 벽돌이 출토(?)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를 중단한 채 한동안 제법 많은 수의 벽돌을 파내야 했다. 그리고 당시 그 벽돌을 직접 하나씩 들어낸 인물은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정민태 현 넥센 투수코치였다.

 

대구시와 삼성은 새로운 홈구장을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사용 중인 구장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선 안 된다. 적어도 이번 전정사태로 인한 경기 연기는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에 어울리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야구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조명탑이라는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에는일몰 콜드게임이라는 규칙도 있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형태의 야구장이 생겨났다. 돔구장과 개폐식 구장 등도 모두 이러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물론 팬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복지 시설의 구축도 점점 그 수준이 높아져 갔다.

 

조명탑 소등과 같은 돌발 상황의 대처에도 능숙하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항시 예비 전력을 구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조명탑이나 전광판이 소등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재작년 열린 야구발전 토론회에서 야구계의 원로 격인 이용일 초대 KBO 사무총장이 한 말이 떠오른다. 당시 토론회에서 이 전 총장은 메이저리그는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재임기간 동안 30개 구장 중 29개나 되는 구장을 개/보수하거나 교체하는 데 애를 썼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총재는 군림하려 했을 뿐, 일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린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 프로야구에 많은 흥미를 보인 외국인 야구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이들 앞에 펼쳐진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우수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한국 프로야구장의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어떠한 대답이 들려올까? 과연 이러한 질문에 KBO 관계자들은 떳떳하게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2009년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프로야구가 언제까지 야구장 문제로국제 망신을 당해야 하는가! 야구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그 격에 어울리는 인프라의 확충은 필수적이다. 야구 관계자들과 KBO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유진 김현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view on 추천을 해주시면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