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한다면 SK 와이번스는 우승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팀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선수단 구성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 SK에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특별한 재능을 지닌 스타플레이어가 많지 않다. 그러나 정작 시즌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항상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SK는 항상 가진 것 이상의 것을 성적으로 보여주는 ‘야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잘 하는 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올해도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은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고, 에이스 김광현 역시 매 등판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더 이상 SK는 우승 전력이 아니다.”라고 단정짓기도 한다. 김성근 감독 또한 이를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면서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올해에도 SK는 여전히 전문가들로부터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항상 가장 어려운 상황을 상정하여 시즌을 준비하는 ‘야신’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SK는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 선수 인선에 있어 큰 애를 먹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게리 글로버와의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카도쿠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나머지 한 명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작년까지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던 나주환이 군 입대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정을 안고 있는 SK가 2011년에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SK의 올 시즌 전망을 내적인 역량과 외부 환경요인을 고루 따져 보는 SWOT 분석으로 살펴보자.
▲ SK의 강점(Strength)
선수 개개인이 ‘프로야구 선수’다운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율 훈련’을 시행할 정도다. 팬들의 성원을 녹으로 먹고 사는 이들은 마땅히 운동으로 보답을 해야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가장 프로다운 모습이다. 프로선수가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면 좋은 성적이 뒤따라오는 법이다.
마운드에서는 김광현이라는 압도적인 에이스를 보유한 가운데, 외국인 선수 게리 글로버와 송은범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다. 전천후 요원 전병두를 포함하여 고효준도 언제든지 선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정대현, 이승호, 정우람 등이 중심축이 된 불펜 필승조의 존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선발-불펜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중 마무리 경험이 있는 투수가 셋(이승호, 송은범, 정대현)이나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장점이다.
타격에서는 국가대표로 성장한 3루수 최정과 외야수 김강민의 존재가 마냥 든든하기만 하다. 박경완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불안 요소가 있지만, SK 안방에는 정상호라는 또 다른 포수가 있다. 그만큼 ‘기존 전력’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층이 두텁다. 나주환의 공백은 SK에서 새출발을 다짐한 박진만이 메운다.
무엇보다 SK가 무서운 것은 이들을 조련하는 김성근 감독의 존재다. 김성근 감독은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선수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 부상 선수를 다시금 일으키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어 ‘재생 공장 공장장’이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다. ‘야구만큼은 완벽하게 하고 싶은 사나이’가 있는 한, SK는 올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 SK의 약점(Weakness)
선발진이 약점이다. 작년에는 카도쿠라가 김광현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줬지만, 올해는 그럴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 역할을 대신 해줘야 할 글로버는 아직 몸이 덜 만들어진 상황이라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못하고, 매그레인은 아직 국내 무대 검증과정이 남아 있다.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SK지만, 그래도 고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해주는 선수가 최소 3명은 되야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SK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안방’에 있다. 터줏대감 박경완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면서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정상호가 있긴 하지만, 그 역시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여차하면 최동수도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안방 사정이 여의치 않다.
▲ SK의 기회 요소(Opportunity)
김성근 감독의 계약이 올해로 끝난다. 재계약 여부를 떠나 김성근처럼 인정받는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에는 유독 선수단의 결속력이 끈끈해지곤 한다. 내년이면 70세가 되는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올해가 어쩌면 SK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 ‘디펜딩 챔프’로서 4번째 우승을 향한 김 감독의 의지가 전해진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팀 가운데 삼성과 롯데의 감독이 바뀌었다. 둘 다 프로팀을 시즌 개막부터 진두지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런 만큼 팀이 가진 전력을 100%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두산은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 라몬 라미레즈의 부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라이벌 팀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곧 SK의 기회가 된다.
▲ SK의 위협요소(Threat)
SK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부상’이다. 박경완 한 명이 부상으로 신음하자, 주위에서 SK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2009년에 우승을 놓쳤던 것이 김광현과 박경완의 부상 때문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노장이 많은 SK에서 부상은 가장 큰 적이다.핵심 전력 선수들의 건강이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가 올 시즌 성적의 관건이 될 것이다.
김재현의 은퇴가 어떤 형태로 영향을 끼칠 것인지도 올 시즌 SK에게 중요한 문제다. 전력 누수 이상으로 중요한 점은 바로 김재현이 SK 선수들의 좋은 리더였다는 점이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더불어 좋은 선배이자 클럽하우스 리더로서의 역할까지 했던 김재현의 빈 자리를 대신해줄 누군가가 등장해야 할 시점이다.
// 유진 김현희[사진제공=SK 와이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