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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전천후 계투’ 고원준, 위험하진 않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18.

고원준(21)은 올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시즌까지 넥센에서 뛰다가 롯데로 이적한 고원준은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하여 11이닝을 소화하며 7피안타 4볼넷 자책점 제로(0.00)’를 기록하며 단숨에 롯데 불펜의 핵으로 떠올랐다.

 

주로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하던 고원준은 지난 17일에는 마침내 올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6회말 선발 송승준의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고원준은 3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4연패 수렁을 끊는 4-1 승리를 지켜냈다. 고원준에게는 데뷔 후 첫 세이브 기록이기도 했다.

 

고원준은 지난해 넥센에서는 주로 선발로 등판했다. 2010 5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는 8 1사까지 노히트피칭을 선보이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고원준은 2010시즌 넥센에서 30경기에 출전해서 5 7,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약한 팀 전력으로 인하여 승수를 챙길 기회는 적었지만,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고 롯데로 이적한 후로는 보직이 바뀌었다. 양승호 감독은 선발자원은 두터운 반면, 상대적으로 불펜에 취약하다고 평가받은 롯데 마운드에서 고원준을 중간계투 요원으로 낙점했다. 사실상 이렇다 할 고정 마무리가 없는 팀 사정상, 고원준을 언제든 상황에 따라 집단 마무리로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원준은 시즌 초반 김사율-강영식 등과 함께 필승계투조를 형성하며 롯데의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 물론 1~2점차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한 경우가 적은 편이라, 지금까지의 성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젊은 선수답지 않은 배짱과 과감한 투구내용은 높이 평가할만했다. 한 롯데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때보다 시즌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구위가 더 좋아진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선발진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원준의 역할도 조금 바뀌게 되었다. 사도스키와 손민한 등 선발요원들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올 시즌 아직 1군 경기에 등판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재곤과 김수완 등 4~5선발 후보로 예상했던 젊은 선수들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빨라도 1~2주간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양승호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넥센에서 선발 경험이 있는 고원준에게 눈길을 돌렸다. 16 LG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킬 것도 고려해봤지만, 내내 중간계투로 감안하고 시즌을 준비해온 고원준이 잦은 보직변경으로 컨디션 관리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다, 자칫하다간 불펜의 무게까지 낮아질 부작용을 감안하여 언제든 선발투수를 지원할 수 있는 롱릴리프로 그 역할을 결정했다.

 

시즌 초반 보통 1이닝 이하를 소화하던 고원준은 최근 경기에서 점차 투구수와 이닝이 늘어나고 있다. 12일 두산전에서 3이닝을 소화한 데 이어, 14일 두산전에서 1이닝, 그리고 3일만인 17 LG전에서 다시 3이닝을 책임졌다.

 

LG전은 고원준의 진가가 다시 한번 발휘된 경기였다. 팀이 4연패에 빠져서 어떻게든 승리가 절실했던 상황. 6 2사까지 1실점으로 잘 막고 내려간 에이스 송승준을 구원하여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고원준은 물오른 LG타선을 남은 이닝 동안 1안타로 틀어막는 투혼을 발휘했다.

 

최대위기는 마지막 이닝에 찾아왔다. 9회 선두타자 정성훈의 좌전 안타와 포수 강민호의 실책이 더해지며 맞이한 무사 1,2루의 위기상황. 고원준은 후속타자 오지환과 윤상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박경수를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어린 투수의 배짱이 돋보인 승부였다.

 

하지만 연패를 끊은 기쁨과는 별개로, 우려도 교차한다. 무엇보다 현재 롯데 마운드의 사정상, 고원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사실 17일 경기처럼 6회에 올린 중간계투를 마지막 밀어붙여서 승리를 지킨 것은 정상적인 경기운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닝을 장담할 수 없는 4~5선발급이 나온 경기도 아니고, 에이스 송승준을 등판시킨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3점차로 앞서 있던 9회말 무사 1,2루의 위기라면 정상적인 투수운용에서는 마무리 투수가 교체 투입되었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런대도 고원준을 밀어붙인 것은 선수에 대한 믿음도 있지만, 마땅히 믿고 맡길만한 다른 마무리 자원이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위로 밀어붙여서 승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자칫 어린 투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었다.

 

이번 한번은 연패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치더라도 앞으로가 문제다. 현재 고원준이 롯데 불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1승이 아쉬운 감독일수록 중요한 경기나 박빙의 상황에서 믿을만한 불펜투수를 써먹고 싶은 욕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원준의 출장 빈도나 투구이닝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원준은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다. 선발과 달리, 등판일정이 불규칙하고 투구이닝이나 투구수에 대한 관리도 들쭉날쭉한 불펜에서 전천후 계투란 곧 젊은 투수의 어깨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양승호 감독이 고원준이라는 원석을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활용할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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