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모처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시합을 펼쳐 보이며 승리를 거뒀다. 그것도 리그 1위인 SK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 그 기쁨이 더하다. 최대의 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근성 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둔 만큼, 이것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경기의 흐름이 딱히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선발 송승준이 그 정도의 호투를 해주었음에도 이번에는 불펜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하마터면 패할 뻔 했기 때문이다. 7회 송승준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강영식과 임경완, 그리고 10회 고원준의 피칭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송승준의 교체 타이밍에 대해 일부에서 ‘너무 빨랐다’는 말이 나오고 있던데, 이미 7이닝을 던진 선발투수가 투구수 100개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안타를 허용하면 교체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투수운용이다. 전임 로이스터 역시 그런 원칙을 고수했던 감독이었으며, 최근의 롯데 불펜은 나름 믿어 볼만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뒤를 이어 등판한 구원투수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SK쪽으로 넘겨줘버렸다. 물론, 거기에는 1회 이후 계속되는 찬스를 살리지 못한 타자들의 탓도 컸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패했다면, 롯데는 투-타에 걸친 전반적인 침체로 굉장히 오랫동안 고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강민호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황재균의 9회 동점타와 10회 역전타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9회와 10회 두 번 모두 시작은 강민호였고, 마무리는 황재균이었다. 이 두 선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양승호 감독과 롯데 프런트는 또 다시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롯데와 가장 많은 악연으로 얽혀 있는 팀이 바로 SK다. 그런 SK를 상대로 총력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단순히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 반전을 꽤할 수 있을만한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한 경기 내에서도 1회부터 9회까지의 흐름이 있고, 시즌 전체를 봐도 흐름을 타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의 롯데는 전혀 흐름을 타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류현진을 격파했음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이번주에 있었던 한화와의 3연전을 1무 2패로 마감하면서 결국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바닥까지 내려왔다.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타선의 침체였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양승호 감독의 잦은 작전 지시가 타격의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승호 감독의 작전이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혀 틀린 말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감독의 작전 구사로 인해 타격 자세가 흐트러지고 사이클이 무너진다면 그건 타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적어도 프로 선수라면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투수들은 나름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남은 것은 양승호 감독과 타선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롯데가 부진했던 원인을 꼽으라면 절반은 양승호 감독이 구상했던 포지션 이동이 헝클어지면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는 점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적으로 타선의 부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승호 감독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풀어가야 할 숙제다. 꼬이게 만든 이가 양승호 감독인 만큼 그것을 풀어내는 것도 스스로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꼬인 매듭을 얼마나 빨리 푸느냐에 따라 롯데의 올 시즌 성적이 결정될 것이다.
타선의 부진은 이번 SK전에서의 승리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타격은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고, 이번과 같은 역전승은 그 사이클을 상승 곡선으로 만드는 중요한 발판이 되곤 한다. 한두 명의 홈런으로 만든 역전승이 아니라, 타선 전체의 끈끈한 모습으로 만들어낸 역전승이라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그리고 타자들이 살아나야만, 양승호 감독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더욱 빨리 풀 수 있을 것이다.
4위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중순, 롯데는 ‘천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SK와의 문학 원정 3연전을 스윕으로 장식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두산과의 3연전까지 싹쓸이하며 6연승을 달린 롯데는 그 힘을 바탕으로 4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냈었다.
이번 일요일(24일)의 경기가 중요한 이유다. 23일의 역전승을 ‘터닝 포인트’로 만드느냐 아니면 ‘단순한 1승’의 의미에 머물게 만드느냐는 모두 롯데 선수들의 손에 달려 있다. 롯데는 이미 개막 2차전에서 0-1로 패하면서 류현진을 무너뜨리고 거둔 개막전 승리의 의미를 ‘단순한 1승’으로 전락시킨바 있다. 이번에도 그런 과오를 저지른다면 당분간은 회생하기 힘들 수도 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다시 이만한 찬스가 찾아올 지 기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롯데의 팀 사정은 최악이었다. 바로 24일의 경기 결과가, 시즌 초반 롯데의 운명을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시합이 될 전망이다. 터닝 포인트는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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