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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대세는 스몰볼, 우승하고 싶다면 번트를 대라?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27.



프로야구에 스몰볼 열풍이 불고 있다
. 이미 스몰볼은 김성근 감독이 최근 4년간 세 차례의 우승을 거머쥐면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김성근 감독의 우승을 저지했던 2009년의 KIA 조범현 감독 역시 번트 작전을 즐기는 감독이다. 프로야구에서 번트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김경문과 로이스터 감독은 화끈한 공격력을 토대로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서 빅볼은 스몰볼을 이겨내지 못했다.

 

▲ 신임 감독들도, 심지어 김경문 감독도 번트를?

 

2010시즌이 끝나고 빅볼의 대표주자였던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을 떠났다. 롯데의 신임 사령탑 양승호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의 단점을 수정하고자 팀배팅을 주문하고 있다. 작은 야구를 하던 선동열 감독을 대신해 사령탑에 오른 류중일 감독은 취임 시만 하더라도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는 번트 작전을 적절히 섞어가며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리그에서 가장 번트를 시도하지 않는 감독인 김경문 감독도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번번이 한국시리즈나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고배를 마시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은 김경문 감독은 올해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이 같은 의지는 늘어난 번트 시도 횟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08년 두산의 희생번트 시도는 총 55(36회 성공)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2009년에는 33(26회 성공)으로 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랬던 김경문 감독이 작년에는 77(54회 성공)의 희생번트를 지시하면서 롯데(73회 중 60회 성공)보다 더 많았고, 올해는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15번의 희생번트(11회 성공)를 시도하고 있다. 2009년에 비하면 3배 이상, 작년과 대비해도 40%이상 늘어난 수치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김경문 감독이 과거와 다른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 최근 우승팀의 공통점? 그것은 번트

 

이처럼 많은 감독들이 자주 번트를 지시하고 있는 것은 장타자가 부족한 리그 현실 탓이 크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스몰볼 성향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들이 대권을 차지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2003~4년의 현대 김재박 감독, 2005~6년의 삼성 선동열 감독, 2007~8년과 2010년의 SK 김성근 감독, 2009년의 KIA 조범현 감독 등은 모두 잦은 번트 시도와 작전 구사로 대변되는 인물들이다. 실제로 2003~4년의 현대와 지난해의 SK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번트를 시도한 팀이었고, 2005년의 삼성, 2008년의 SK, 2009년의 KIA 3번째로 번트가 많았다.

 

2001년과 2002년 김인식 감독과 김응룡 감독이 선 굵은 야구로 각각 두산과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이후, 무려 8년 연속해서 번트와 작전으로 대변되는 스몰볼 야구가 리그 정상을 차지한 셈이다. 그만큼 투수력이 그만큼 좋기 때문에 번트로 한 점 한 점 조금씩 달아나는 야구를 했겠지만, 최근 국내 프로야구의 트렌드가스몰볼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올 시즌도 희생번트 시도가 많은 팀들이 상위권에 대거 위치해 있다. 가장 많은 29번이나 번트를 시도한 1 SK를 비롯해 상위 5개 팀은 번트 시도에서도 모두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희생번트가 가장 많은 선수가 5번 시도해 모두 성공시킨소년장사최정이다. 심지어 현재 .694의 장타율(1)을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정근우조차 3번의 희생번트를 기록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선취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대량 득점보다는 이기는 데 필요한 만큼의 득점을 짜내는 것을 선호하는 감독이다. 그만큼 투수력이 강한 덕분에 SK는 적은 득점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

 

▲ 투수력이 뒷받침되어야 번트도 가치가 있어

 

하지만 단순하게 번트를 자주 댄다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강한 투수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작전 야구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희생번트를 가장 많이 성공시킨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70%, 그 중 3팀은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2~4번째로 많은 번트를 기록한 팀들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43%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작년에도 가장 많은 147개의 번트를 성공시킨 SK 111개를 기록한 2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지만, 3 KIA(109) 4위 넥센(95)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 해에 가장 많은 번트를 기록했던 2008년의 KIA 2007년 현대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재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8년과 2009년의 LG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번트를 댔지만, 각각 8위와 7위로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의 경우 선수들이 번트를 제대로 못 대서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 희생번트 숫자는 감독의 스타일을 설명할 뿐, 구단의 호성적을 장담할 주진 않는다. 김성근, 조범현, 김재박, 선동열 감독은 번트를 자주 대는 감독이고 로이스터와 김경문 감독은 번트를 잘 대지 않는 감독임을 분류해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번트가 승리에 기여하려면 해당 팀의 투수력이 강해야 한다. 투수력이 강한 팀이 선취점을 올리는데 성공하면 상대팀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뒤지고 있다 하더라도 추가점을 주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으니 1점씩 야금야금 따라가는 야구가 가능한 것이다. 우승을 차지한 팀들 역시 리그 정상급의 투수력을 바탕으로 스몰볼 야구를 추구했기에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투수력이 강하지도 않은 팀이 번트를 자주 대는 것은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전력을 잘 모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리그 2위에 해당하는 번트를 기록했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2008~9 LG 2006~7년 롯데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한두 점을 지킬 능력이 없는 빈약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기 초반에 번트를 시도하는 것은 대량득점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어리석은 행위일 수도 있다. 실제로 각종 데이터는 희생번트를 시도했을 때보다 강공을 택했을 때 득점확률(1점을 낼 확률)과 기대득점(이후의 총득점)이 모두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 초반의 번트는 적은 점수 차이를 지킬 능력이 있는 투수력을 갖춘 다음에야 시도해야만 의미가 있다.

 

▲ 우승하고 싶다면 번트를 대라?

 

올 시즌은 전반적으로투고타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투고타저가 극에 달했던 2006년의 리그 평균자책(3.58)과 올 시즌 현재까지의 리그 평균자책(3.94)은 크게 차이가 없다. 심지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로 손꼽히고 있는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봉중근, 장원삼 등이 제 컨디션이 아님에도 투고타저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번트 작전으로 대표되는 스몰볼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김인식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이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남은 김경문 감독마저도 번트작전을 자주 시도하고 있으니,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번트 전성시대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신임 감독들도 공격적인 야구보다는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야구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김경문, 류중일, 양승호 감독마저 번트를 선호하게 된다면, 리그에서 빅볼을 추구하는 감독은 아무도 없게 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투수력이 강하지 않은 팀의 감독들마저 맹목적으로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번트는 투수력이 강한 팀에게나 유효한 작전이며, 아웃 카운트 하나와 진루를 바꾸는 것은 대량득점의 기회를 미리부터 포기하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리빌딩이 필요한 팀은 번트보다는 강공을 시도하는 것이 선수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이를 증명한 감독이 바로 김경문과 로이스터다.

 

또한, 팬들 역시 번트보다는 강공을 선호한다. 1점을 얻겠다고 경기 초반부터 번트를 대는 것을 좋아하는 팬은 많지 없다. 하지만 감독들은승리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번트를 지시한다. ‘재미승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대 프로야구에서 스몰볼이 효과를 보이고 있기에 앞으로 번트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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