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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노히트노런 뒤 가려진 아까운 순간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17.

사실 불과 한끗차다. 그러나 같은 승리라고 할지라도노히트노런 ‘1안타 완봉사이의 심리적 간극은 크다. 전자는 두고두고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 인구에 회자되지만, 1안타 완봉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에서 잊혀지고 만다.

 

LG 트윈스의 좌완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29)가 프로야구 통산 39번째로 ‘1피안타 완봉승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주키치는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넥센 타선을 상대로 안타 1, 볼넷 3개만을 내주는 호투를 펼쳐 팀의 8-0 승리에 앞장섰다.

 

주키치는 경기 내내 인상적인 피칭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히트가 계속 이어지자 대기록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나 노히트노런을 거의 눈앞에 둔 8회말 1 1루 상황에서 송지만에게 이날 경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타를 내준 것이 뼈아팠다.

 

대기록이 무산되면서 김이 빠질 법도 하건만, 주키치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남은 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하여 결국 완봉승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시즌 4승째를 거둔 주키치는 한국무대 첫 완봉승을 거뒀고, 리그 전체로 보면 트래비스 블랙클리(KIA)와 김선우(두산)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노히트노런은 지금까지 단 11(9이닝 기준)밖에 나오지 않았다. 노히트노런보다 한 단계 위인 퍼펙트게임은 아직 한 차례도 없었다. 1984 5 5일 방수원(해태)이 삼미를 상대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이래 2000 5 18일 송진우(한화)가 해태 전에서 마지막으로 기록한 뒤 벌써 11년째 그 계보가 끊긴 상태다.


대신 대기록의 문턱에서 아깝게 미끄러진 경우는 제법 많다
. 가장 아까운 사례는 지난 2008 7 4 KIA 이범석이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안타 4볼넷만을 내주고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1안타 완봉승을 거둔 것이다. 이범석은 9 2사까지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으나, 마지막 타자인 박석민에게 3루 앞 내야안타를 내주는 바람에 생애 첫 완봉승(11-0)에 만족해야 했으니 주키치보다 더욱 안타까웠던 케이스다.

 

2006 811일에는 LG 신재웅이 잠실에서 한화를 상대로 1안타 완봉승(6-0)을 거둔바 있다. 당시 팀의 선발진 붕괴로 인해 대타로 투입되었던 신재웅은 8회까지 무안타로 버티다가 9회 초 선두타자였던 한화 신경현에게 좌전안타를 내주며 노히트노런을 놓쳤다. 주키치의 1안타 완봉승은 팀 내 기록으로는 신재웅에 이어 무려 5년만의 기록이다.

 

야구사에서 노히트노런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이닝인 9회에 안타를 허용한 경우는 꽤 많지만, 역대 1안타 완봉승 달성자 중에서는 이범석과 신재웅, 단 두 명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이 경기 이전까지 1,2군을 오가며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었으나, 1안타 완봉승 경기를 통하여 깜짝 스타덤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있다.

 

노히트노런을 놓친 대신 그래도 완봉승이라도 거둔 선수들은 차라리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2010 6 10일 김광현(SK)은 문학 삼성전에 선발등판 해 9회초 2사까지 볼넷만 3개를 내주고 탈삼진 10개를 잡으며 호투했다. 하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삼성 최형우에게 통한의 안타를 허용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김광현은 곧바로 이승호와 교체되었고, 결국 1자책점을 기록하게 되면서 노히트노런과 완봉-완투를 모두 놓치고 승리투수가 되는데 만족해야 했다.

 

2007 10 3일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는 잠실 현대전에서 3-0으로 앞선 9 1사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퍼펙트 피칭을 했으나, 강귀태에게 유일한 좌전 안타를 내준 뒤 강판되었다. 그리고 후속투수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퍼펙트게임과 노히트노런을 물론 완봉과 완투까지 한꺼번에 날린 케이스다.

 

그래도 앞선 투수들이 승리투수의 성과라도 얻었다면, 1999 4 17일 해태 박진철은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경기에서 9회에만 사구 2개와 패스트볼을 허용한 데 이어 상대의 스퀴즈번트(야수선택)로 실점을 허용하며 특이하게도안타 없이노히트노런에 실패한 투수로 남았다. 결정적으로 박진철은 승리투수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진철조차도 푸념을 늘어놓지 못할, 진정한노히트노런 불운의 종결자는 역시 배영수다. 삼성 배영수는 2004 10 25일 대구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까지 10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지만, 정작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는 바람에 아예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8 2사 후 현대 박진만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는 퍼펙트게임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인생 최고의 역투가헛심으로 끝나는 순간의 허탈함은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대기록의 완성이란, 이처럼 멀고도 험하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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