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다소 고전하고 있는 류현진(한화)의 초반 기록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장타 허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현재 류현진은 8경기를 치러서 56.1이닝간 3승 5패. 자책점 3.99에 그치며 예년에 비하면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전매특허인 탈삼진은 56개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겨우 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볼넷이 벌써 22개로 지난해(45개)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며 피홈런은 무려 8개나 내주며 불명예스러운 1위에 올랐다. 정확히 경기당 1개 꼴이다.
류현진은 지난 14일 한화전에서는 생애 두번째로 한경기에서 홈런 3개를 내주며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배영섭과 최형우에게 솔로홈런을 각각 허용했고, 8회에는 대타 진갑용에게 2점홈런을 내줬다.
류현진은 지난 2009년 7월4일 대전 KIA전에서 홈런 3개를 내주며 4실점을 허용한바있고 이때는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당시에 류현진이 내준 4점이 모두 홈런으로 허용한 실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2년만에 되풀이된 악몽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나왔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통산 76개의 피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올해를 제외하고 2010년까지 연평균 13.6개의 피홈런을 내줬다. 라이벌로 꼽히며 류현진보다 1년 늦게 데뷔한 김광현은 42개(올시즌 1개)의 피홈런으로 2010년까지 평균 10.3개를 내줬다.
타 구단의 에이스급 투수들과 비교하면 다소 많은 편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같은 기간 류현진보다 풀타임 선발로 꾸준히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비교할만한 대상이 마땅치않다. 또한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홈런공장'으로 불리는 대전을 홈구장으로 쓰고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한다.
류현진은 지난해 퀼리티스타트 신기록에 도전하여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지난 시즌에는 192.2이닝을 던지며 단 11개의 피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겨우 56.1이닝을 던진 시점에 벌써 8개의 피홈런을 내줬다. 이중 6개가 홈경기에서 나왔다.
류현진이 한 해 가장 많은 홈런을 허용한 것은 2009시즌 기록한 19개였다. 기록상으로도 역대 자책점은 가장 높고 승수는 가장 적은, 류현진에게 있어서는 그나마 다소 부진했던(?) 시즌이었다. 그런데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2009년의 기록을 넘어서 자칫 데뷔 첫 20 피홈런 이상도 내줄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최다 피홈런은 임태훈(두산)이 기록한 27개였다.
올시즌 단순히 피홈런을 많이 허용하는 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장타 한방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올시즌 홈런을 내준 경기에서 1승 4패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홈런 허용이 경기의 결정적 분수령이 된 경우도 많았다. 내용상으로는 잘 던지다가도 홈런 한방에 급격하게 무너지는 패턴이 올시즌 유독 자주 나오고있는 것.
이대호(롯데)나 조인성(LG), 최형우 등 누구나 인정하는 거포들에게 맞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윤상균이나 배영섭, 진갑용 등은 당시만해도 올시즌 홈런 2개 이하에 그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대부분 실투가 아닌 볼배합을 꿰뜷고 노려친 공이 대부분이었다. 타자들이 잘 친 것도 있지만, 류현진의 구위가 지난해처럼 알고도 못칠만큼 위력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타자들도 이제 류현진을 마냥 넘지못할 벽으로만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이나 한화 코칭스태프는 아직까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에이스로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팀승리를 이끌어야한다는 중압감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하고 실투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항상 좋을수는 없다. 흐름상 안좋을때가 있는데 그걸 너무 의식하면 오히려 슬럼프가 된다. 실제로 류현진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류현진은 올시즌 저조한 팀성적과 부진한 타선지원 속에서도 홀로 팀승리를 지켜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홈런에 대한 공포는 류현진이 넘어야할 또하나의 벽이 될 전망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