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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신인왕 2파전 구도, 배영섭이냐 임찬규냐?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23.



삼성의 톱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배영섭과
, 불안한 LG의 뒷문을 막아준 임찬규. 이들은 올해 프로야구의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또 다른 후보가 혜성같이 등장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시즌의 약 30%가 지난 시점에서 이 두 명의 선수가 가장 눈에 띈다. 배영섭은 현재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삼성 타선의 첨병 역할을 해주고 있고, 임찬규는 19경기에 나와서 3승에 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누가 더 낫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

 

3할 타자 아무나 하나? 신인왕은 배영섭

 

현재 삼성 타선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는 배영섭이다. 배영섭은 .303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율 순위 14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 동료 가운데 배영섭 다음으로 타율이 높은 선수는 .290의 타율을 기록 중인 4번 타자 최형우다. 최근 살아나고 있지만 삼성 타선이 슬럼프를 겪고 있는 와중에 배영섭의 활약은 그래서 더욱 팬들의 눈에 들어온다.

 

신인답지 않게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것도 돋보인다. 배영섭은 1번 타자로 들어서며 .387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을 충족한 8개 구단 톱타자 가운데 배영섭보다 출루율이 높은 선수는 넥센의 김민우(.398)가 유일하다. 배영섭은 리그 어느 팀을 가더라도 정확성 높은 타격과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테이블세터진의 역할을 잘 수행해줄 수 있는 타자다.

 

톱타자의 또 다른 조건인 도루 능력도 뛰어나다. 배영섭은 현재까지 1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공동 4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루 실패도 두 번 밖에 되지 않아. 83%의 높은 도루성공율을 자랑하고 있다. 타격의 정확성, 출루능력, 그리고 기동력까지 배영섭은 전통의 강호 삼성의 톱타자를 맡아주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왼손 투수한테 특별히 더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배영섭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이다. 배영섭은 왼손 투수 상대로 .333의 타율과 .513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2개의 홈런도 모두 왼손 투수를 상대로 뽑아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지난 15일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으로부터 뽑아낸 것이다. 배영섭의 이 같은 활약으로 지난해 삼성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한 오정복은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렸다.

 

득점권 상황에서 .348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찬스 상황에서 보여주는 집중력도 뛰어나다. 배영섭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3할의 타율과 40개 이상의 도루가 가능하다. 톱타자가 신인왕을 활약한 가장 최근 사례는 1994년 유지현이 마지막이다. 당시 유지현은 .305의 타율과 51개의 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체력적인 문제만 극복한다면 톱타자라는 확실한 롤을 맡고 있는 배영섭이 신인왕 0순위다.

 

임찬규, 2의 임태훈을 꿈꾸다.

 

아직까지는 배영섭이 한 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임찬규의 기세도 이에 못지않다. 현재까지 임찬규는 19경기에 등판해서 1.85의 뛰어난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다. 더 대단한 기록은 피안타율이다. 임찬규는 101명의 타자를 상대로 해서 12개의 안타 밖에 맞지 않았다. 피안타율은 .148에 불과하다. 규정이닝의 50% 이상 투구한 선수들 가운데 임찬규보다 피안타율이 낮은 선수는 .116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SK이승호가 유일하다.

 

임찬규의 피안타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직구의 위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볼넷 허용이 많다는 점이다.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임찬규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 1.23으로 피안타율에 비하면 조금은 높다. 임찬규는 현재 24 1/3이닝 동안 18개의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9이닝으로 환산하면 6.7개 수준이다. 폭투도 4개나 기록할 정도로 컨트롤이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

 

하지만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은 임찬규의 뛰어난 점이다. 임찬규는 득점권 상황에서 .161의 피안타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득점권에서 5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삼진도 9번이나 잡았다. 주자 없을 때 피안타율 .143,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 .152로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흡사 2007년 혜성같이 등장하며 두산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임태훈이 떠오른다.

 

2007년 임태훈은 64경기에 등판해서 101 1/3이닝을 던졌고, 7 20홀드 1세이브를 올렸다. 강력한 직구를 바탕으로 피안타율은 .211에 불과했고, 홈런은 두 개 밖에 맞지 않았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도 .206의 피안타율에 그쳐, 배짱 두둑한 점은 임태훈과 임찬규가 흡사하다.

 

물론, 아직까지 임찬규가 임태훈이 맡았던 제1셋업의 역할을 부여 받고 등판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좋은 피칭을 보여주면서 점점 팀에서 주요한 역할을 부여 받고 등판하고 있다. 마무리를 맡아줬던 김광수가 부진을 씻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간 이후, 넥센전에서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기도 했고, 21일 경기에서는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연장 10회에 등판해 네 타자를 상대로 한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깔끔하게 막아 3승째를 올리기도 했다.

 

만약 임찬규가 공석이나 다름없는 LG의 마무리 자리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면, 신인왕의 영광은 임찬규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크다. 임태훈도 2007년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전례가 있으며, 가깝게는 두산의 이용찬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009년 신인왕의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군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는 사실도, 임찬규가 얻을 수 있는 가산점이다.

 

배영섭은 체력, 임찬규는 배짱이 관건

 

현재까지는 배영섭이 조금 더 앞서 있는 형국이지만, 배영섭은 신인 타자들이 으레 겪는 후반기 체력 고갈을 극복해야 한다. 단 한 번도 133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는 선수에게 체력 관리는 가장 까다로운 장애물이다. 게다가 배영섭은 중견수이기에 많이 뛰어다녀야 하며, 톱타자이기에 남들보다 한 타석은 더 들어선다. 루상에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야 하니, 체력소모가 더 크다. 여기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2군 무대를 거쳐서 활약하고 있는 중고 신인이라는 점도 신인왕 투표에서 배영섭에게 불리한 조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투수인 임찬규는 전경기에 출장해야 하는 타자에 비해서 체력관리가 수월할 수 있겠지만, 불펜 대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선발이나 마무리가 아닌 보직에서는 좋은 활약을 하고도 기자단 투표에서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2009년 고창성이다. 고창성은 64경기에 등판해서 1.95의 평균자책과 5 16홀드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평균자책인 4.20을 기록한 이용찬에게 밀려 신인왕 수상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임찬규가 마무리를 맡지 않으면 배영섭을 제쳐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LG 마무리가 공석이라는 것이 임찬규에게는 기회다. 임찬규가 두둑한 배짱을 선보이며 마무리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면, 2009년 이용찬의 전례도 있듯이 기자단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LG 2002년 이후 9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좀 더 많은 득표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둘 뿐 아니라 2001년 김태균처럼 제3의 후보가 돌연 출연할 수도 있다. 김태균은 2001 88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335의 타율과 2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규정타석에 못 미쳤음에도 신인왕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삼성의 우타 외야수 배영섭과, LG의 우완 투수 임찬규가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2011년 신인왕을 향한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프로야구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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