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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김선우, 그대는 이미 충분히 훌륭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26.

김선우의 무자책 행진이 결국 31이닝에서 멈췄다. 무엇보다 상대가 무자책 행진의 시발점이었던 LG였기에 내심 선동열의 37이닝 무자책을 넘어서는 기록 갱신에도 욕심을 내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물오른 LG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인 타격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대했다.

31이닝. 불펜투수들이 전반기에 이보다 조금 더 많이 던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저 많은 이닝동안 단 한 점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김선우의 모습은 팀의 에이스라 하기엔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10승 이상을 거둬줄 수 있는 뛰어난 투수였음에는 분명하나 팀의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줄 수 있는 믿음직한 에이스의 모습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변화하려하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는 평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지난 해 심심찮게 스플리터를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김선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김선우는 140kmj 후반대를 형성하는 빠른 공과 130km 후반대의 커터를 주로 던지며 다소 단조로운 피칭 내용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의 무한 직구사랑으로 하여금 타자들에게 그를 ‘상대하기 버겁지 않은 투수’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이것은 이전까지의 모습이다. 올해 그는 확실히 변했다. 그리고 그에게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였다.

앞서도 언급했듯 그는 겨우내 갈고닦은 스플리터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김선우의 스플리터의 특이점이라면 단순히 종으로 떨이지는 것이 아닌 역회전성으로도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06 WBC 1회 대회 당시 우리에게 악몽을 안겨다 주었던 우에하라의 역회전성 포크볼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듯싶다.) 그리고 그 스플리터가 타자들에게 먹혀들기 시작하면서 그는 변화를 다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물론 지난해에는 당장 변화를 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같은 경우 시즌 말미에 이르러서 김선우의 고질병이라 할 수있는 무릎이 또다시 말썽을 부리며 김선우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해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서 벗어난 뒤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올 시즌 김선우가 보여준 모습으로 하여금 두산 팬도 히메네스나 니퍼트같은 외국인 에이스가 아닌 토종 에이스를 보유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그의 무자책 행진은 기록 갱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여전히 이 부문에는 선동열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김선우의 31이닝 무자책은 서서히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올 시즌 팀의 에이스로써 보여준 모습만큼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조금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훗날 베어스의 역대 에이스를 거론하는 때에 그의 이름이 포함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 버닝곰 김성현(
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