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카스 포인트(Cass Point) 랭킹’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는 방송사 MBC 스포츠+에서 도입한 것으로 각종 기록에 포인트를 부여해 그 합산으로 선수의 랭킹을 매기는 것이다. 야구가 ‘기록의 스포츠’인 만큼 이러한 포인트제 랭킹의 도입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선수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객관적인 기록지표’는 야구를 연구하는 통계학자들의 오랜 꿈이다. 미국에는 야구를 통계적인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는 ‘세이버매트릭스’라는 분야가 이미 정착되어 있으며, 그것을 연구하는 이들을 ‘세이버매트리션’이라 부른다. 따라서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고 통합하여 순위를 매길 수 있게 한 카스포인트 랭킹의 도입은 나름 의미 있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가 처음인 만큼, 아직은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우선은 카스 포인트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을 살펴보고, 장점과 단점을 살펴볼까 한다.
▲ 카스포인트의 장점 – 단순한 계산 방식과 비교적 높은 신뢰도
카스포인트 랭킹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다름 아닌 ‘단순함’이다. 세이버매트리션들은 30년이 넘는 오랜 연구 끝에 다양한 평가 척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들이 높은 신뢰도를 갖추었다고 자신하는 그 항목들은 대부분 너무나 복잡해서 일반인들은 제대로 알아보기조차 힘든 것이 많다. 그 결과 일반 대중들은 엄청나게 난해한 수식의 결과로 파생되는 결과물만 보게 될 뿐,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에 대한 의문은 감히 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널리 대중화된 세이버매트릭스의 항목 중 하나가 바로 OPS다. OPS는 ‘OBP Plus(+) SLG’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쉽게 말해 ‘출루율(On Base Percentage)+장타율(Slugging Percentage)’이다. 이보다 훨씬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항목이 많음에도 이 OPS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단순함’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카스포인트 랭킹을 매기기 위한 배점 시스템도 상당히 단순한 편이며,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타자의 경우 총 20개의 기록 항목에 각각 점수를 부여하고 있으며, 투수의 경우는 총 12개 항목에 점수를 부여해 그 총점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단순한 계산 방식이야말로 카스포인트 랭킹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타자 부문 평가 항목 및 배점>
+50점 : 홈런
+30점 : 3루타
+20점 : 2루타, 결승타
+10점 : 단타, 타점, 도루
+5점 : 득점, 볼넷, 사구, 희생플라이, 희생번트
-5점 : 삼진, 아웃(=타수-안타-삼진-병살), 도루실패, 주루사, 견제사
-10점 : 병살, 실책, 포일(=Pasted ball)
<투수 부문 평가 항목 및 배점>
+100점 : 승
+40점 : 세이브
+20점 : 홀드
+10점 : 이닝, 삼진
-3점 : 피안타
-5점 : 4사구, 보크, 폭투
-10점 : 피홈런, 자책점
-20점 : 패
카스포인트의 또 하나 장점은 그런 단순한 계산법에 비하면 상당히 신뢰도가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접근한다고 해서 신뢰도를 완전히 무시해선 곤란하다. 적어도 팬들이 봤을 때,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카스 포인트 랭킹은 나름 일정 수준의 신뢰도는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상위 랭킹의 순위에서도 알 수 있다. 현재 1,000포인트 이상을 기록 중인 11명의 선수 중 7명이 투수이며, 그 폭을 넓혀도 상위 랭커 중 투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올 시즌이 유독 ‘투고타저’의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타고투저’의 성향이 강했던 작년에는 최상위 13명의 선수들 중 9명이 타자였다. 이러한 리그의 경향까지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스포인트 랭킹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격은 갖춘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완벽한 것은 아니다.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있다. 아니, 이제 첫 걸음마를 떼는 단계인 만큼, 장점 이상으로 단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 카스포인트의 단점 – 지나치게 단순하고 검증과정이 치밀하지 못하다
일반인들이 좀 더 편하게 접근하기 위해 단순한 계산 방법을 취한 것까진 좋다. 하지만 그 정도가 다소 지나칠 정도라면 그건 생각을 좀 달리해봐야 할 문제다. 또한, 각종 기록에 점수를 부여하는 과정에 있어 그 타당성에 대한 검증과정도 그다지 치밀했다고 평가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카스포인트 랭킹의 점수는 그 대상이 누적스탯(홈런, 타점, 삼진 등)에만 한정되어 있고, 각종 비율스탯(타율, 출루율, 평균자책점)은 적용이 되지 않는다. 타자 부문의 경우는 항목 자체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 그나마 최대한 많은 내용이 반영되고 있지만, 투수 쪽 카테고리는 12개밖에 되지 않아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카스포인트의 배점 항목에는 선발승과 구원승의 구분이 없고, 블론 세이브에 대한 마이너스 배점도 책정되어 있지 않다. 26일 있었던 LG와 두산의 경기에서 두산 선발 니퍼트는 8이닝 동안 120구를 던져 1점만 내주는 아주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탓에 추가한 카스포인트는 106점에 불과했다. 반면 LG 임찬규는 1이닝만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됐다는 이유로 105점을 얻었다. 과연 이들 둘의 피칭이 ‘동급’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공 3개만 던져 모두 범타로 처리한 투수는 10점(이닝)만 얻는 반면, 15개의 공으로 모두 삼진 처리한 투수는 40점을 얻는다. 그 누구도 전자의 피칭이 후자의 피칭보다 수준이 낮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항목을 세분화하면서 각 항목에 대한 배점도 조금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는 수비 포지션에 대한 고려가 생략되어 있다. 수비와 관련된 항목은 실책과 포수의 패스트볼(포일)뿐이다. 하지만 똑같이 10개씩의 에러를 범했다고 해도 유격수와 외야수의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포수의 경우 수비 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플러스 요인은 없이 포일을 범했을 때의 마이너스 점수만 책정되어 있다. 오히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가 반사이익을 보는 상황이다.
각 항목에 대한 점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세밀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팬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형태는 좋지만, 야구팬들의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도 곤란하다. 최대한 단순하게 하면서, 그 속에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카스포인트 랭킹이 단순한 이벤트에서 그치지 않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공신력 있는 순위로 발전하기 위해선 더더욱 그런 과정이 요구된다.
필자가 이러한 포스팅을 하는 것은 카스포인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곳으로부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요청에는 카스포인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카스포인트 랭킹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며, 앞으로의 변화 및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그런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함’과 ‘신뢰도’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카스포인트 랭킹은 팬들이 선수들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보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활용한 ‘한국형 판타지게임’도 가능할 것이다. 아무쪼록 긍정적인 방법으로 발전해, 나중에는 선수들의 연봉 책정에도 반영이 될 정도의 신뢰도를 확보하길 기대해 본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MBC 스포츠+ 캡쳐, 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