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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불운한 에이스’ 봉중근의 안타까운 시즌아웃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30.

LG 트윈스의 에이스 봉중근은 팬들 사이에서 연민을 자아내는 이름이다. 2007년 국내 복귀 이후 겉으로 보기엔 에이스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마당쇠같이 고생만 해야 했다는 것이 봉중근의 지난 4년을 바라보는 LG 팬들의 안타까움이다.

 

봉중근은 지난 24일 팔꿈치 정밀 검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LA에 있는 조브클리닉에서의 검진 결과에 따라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결정에 이르렀다. 올 시즌 봉중근은 계속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주로 2군에 머물렀다. 시즌 성적은 4경기(선발 3경기)에 나서서 1 2패 평균자책점 4.96으로 이름값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봉중근은 지난 3년간 LG 선발진 중 유일하게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였다. 2008 11(평균자책점 2.66), 2009 11(3.29), 2010 10(3.58)을 기록하며 3년간 평균 179이닝을 소화하는 등 기록과 내용이 모두 수준급이었다.

 

봉중근의 성적이 얼마나 뛰어난가 하면, LG 소속의 투수가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것은 김용수 현 중앙대 감독(96-98) 이후 무려 12년만이었다. 98~99시즌 손혁을 끝으로 2000년대 들어 LG에서 2년 이상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수도 오직 봉중근 한 명뿐이었다. 내용에 비하여 승수가 적은 게 아쉽지만, 봉중근이 등판한 경기에서 유독 타선과 불펜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이나, LG의 팀 전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봉중근의 활약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봉중근의 공헌도는 아쉽게도 크게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봉중근이 에이스로 활약했던 지난 3년 동안 LG는 포스트시즌과는 인연이 없었다. 팀 성적이 나빴던 탓에 봉중근의 활약 역시 상대적으로 다른 팀 에이스들에 비하여 과소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LG 2002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9년만의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시즌 초반만해도 깜짝 돌풍 정도로 예상됐으나, 어느새 2위까지 치고 올라와 이제는 지금의 상승세가 이변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해가고 있는 단계다. 비로소몸값을 하기 시작한 타선에 이어, 박현준-주키치-리즈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구색을 갖추며 어떤 팀을 상대로도 해볼만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봉중근은 모처럼 팀이 빛을 발하고 있는 시절에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올 시즌 봉중근의 마지막 등판은 지난 5 18일 광주 KIA전이었다. 선발로 등판한 봉중근은 2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3실점의 부진한 피칭 끝에 조기강판 되었는데, 그것이 봉중근의 올 시즌 마지막 피칭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봉중근의 팔꿈치 통증은 2~3년 전부터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통증을 참고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 봉중근은 소속팀에서 매년 170이닝 이상을 던졌고, 비시즌 중에도 WBC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도 빠짐없이 참가했다.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주장의 역할을 맡아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몰래 진통제 주사까지 맞고 불펜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좋게 보면 팀을 위한 책임감과 헌신이었지만 봉중근 개인으로서는 분명 손해였다.

 

올 시즌도 스프링캠프 때까지 실전투구를 자제하고 팔꿈치 보강운동에 주력해왔으나, 지난 5 1 1군 엔트리 등록 19일만에 결국 부상이 다시 악화되어 결국 시즌을 접어야 했다. 팀 사정상 올해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던 시점임에도 봉중근이 팔꿈치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복귀하려다가 무리를 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LG팬들은 지난 3년 동안 봉중근을 받쳐줄 수 있는 쓸만한 2,3선발이나 불펜요원만 있었어도 그렇게까지 무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박현준같은 선수가 한해만 빨리 나왔어도, 외국인 투수농사에서 좀더 일찍 재미를 봤더라면 봉중근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비록 실전에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LG 팬들 사이에서 봉중근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다. 롯데의 손민한과 마찬가지로, 이미 봉중근은 LG 팬들의 영원한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봉중근은 종전 개인주의 정서가 강한 이미지로 알려진 LG에서 몇 안 되는 이타적인 성격의 선수로 꼽히며 털털한 성격과 모범적인 생활로 팬들의 신망을 얻어왔다.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언제나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팀을 위하여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올 시즌의 LG가 봉중근의 몫까지 분발해야만 하는 이유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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