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에서 <나는 가수다>는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소리다. 처음에는 ‘과연 성공할까?’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결국은 되는 분위기다. 어쨌든 폐지 설까지 나오던 ‘일밤’을 부활시킨 것이 <나는 가수다>인 것은 분명하다.
12일 방송분의 녹화가 끝났던 지난 6일 이후, <나가수>는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옥주현의 등장이 후 끊임없이 이어졌던 새 가수에 대한 특혜 논란이 그것이었다. 실상을 이러했다. 옥주현의 경우 음향 시스템의 문제로, 김동욱의 경우는 가사를 잊어먹어서 공연을 중단했고, 이에 제작진은 두 가수의 공연 중단 사태를 편집 없이 방영함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 그는 역시 남자였다. JK김동욱의 아름다운 퇴장.
이 포스트를 보는 많은 분들도 알겠지만 JK김동욱은 노래 중간 부분 쯤 갑자기 스스로 공연을 중단 했다. 그리고 청중 평가단과 TV를 보고 있을 시청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처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 보다 긴장 했을 텐데도 다시 시작한 그의 무대는 완벽했다.
민중가요의 느낌이 강한 한영애의 “조율”을 가스펠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바꿔(실제 본인은 아프리카 영가 느낌이라고 했지만, 듣는 입장에선 그렇게 느꼈다) 멋진 노래를 들려줬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스타일과 창법을 버린 것이 아니고, 본인의 그것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그러나 무대가 끝난 후 대기실에서의 모습과 순위 발표 당시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당일 경연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탈락이 아닌 상위권에 올랐음에도, 그리고 그토록 그가 원했던 것처럼 ‘임재범의 아류’에서 벗어나 김동욱의 음악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음에도 말이다.
인터넷 상의 논란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냥 남자 지상렬의 표현처럼 수컷의 향기가 강한 그의 성격 때문이었을까? 그는 출연하고 있는 방송의 룰을 깨트렸다는 이유로 스스로 하차를 결정하였다. 그가 <나가수>에 처음 등장 하면서 불렀던 “비상”의 가사처럼 이제 겨우 세상에 나와 자기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퇴장이 그 어떤 누구의 것보다 아쉽다. 임재범 만큼이나 베일에 쌓여 있던 그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했지만, 어쩔 수 없는 남자였던 그는 떠나는 것을 결심했다. 아쉽지만, 너무 아쉽지만 그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낸다.
▲ 이소라, 큰 누님 같은 그녀의 아쉬운 퇴장.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때문에 온갖 비난이 <나가수>를 향할 때, 그 논란의 중심에 이소라가 있었다. 십 수년 넘게 방송 생황을 해오던 그녀에게 찾아온 첫 번째 위기, 그러나 반성과 집중으로 그녀는 위기를 슬기롭게 돌파 했다.
한 번의 태풍이 몰아친 후 다년간의 음악 프로 진행 해온 그녀에게 쏟아진 것은 비난이 아닌 칭찬이었다. 그녀의 음악 스타일처럼 차분한 진행, 그리고 글로 표현하기 힘든 격조 있는 분위기는 <나가수>를 빛나게 하였다. 거기에 간간히 내뱉어 주는 유머는 청중을 즐겁게 해주는 또 하나의 옵션이었다.
보아의 “No.1”을 그녀의 스타일로 부른 무대, 정도와 깊이가 조금 모자라 보였지만 소울다이브와 함께했던 “주먹이 운다”는 그녀가 대중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탈락을 결정짓는 무대에서는 본인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았다. 관객과 대화하는 느낌의 편곡과 노래, 소극장에서의 공연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무대는 내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김연우와 정엽이 그랬듯,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기에는 조금 모자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관객과 호흡하는 것을 즐기고 사랑했던 그녀는 위험함을 알면서도 ‘나는 이소라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 시키며 아쉽게 떠나갔다.
그녀가 떠난 후 ‘누가 MC를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윤도현의 활기 넘치는 진행도 좋고, 이소라와 스타일이 비슷한 장혜진의 조곤조곤한 진행도 기대가 된다. 하지만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매력을 생각 할 때, 가수가 아닌 진행자로라도 우리들 곁에 남아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 노래하는 가수인 그녀에게 노래하는 자리에서 노래할 수 없어도 참아달라는 잔인한 요청과 함께 말이다.
▲ 나는 악쓴다?
지금부터의 내용은 앞에서의 논지에서 다소 벗어난 이야기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대중이 아닌 소위 말해 음악을 하는 아니면 음악평론가들에게도 <나가수>는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아이돌들이 점령한 가요계에서 또 다른 바람을 일으키며, 가요계의 중흥을 이끈다는 사실에는 모두 반가워 하지만 그 과정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잔잔한 발라드 가수인 김연우와 정엽은 그들의 스타일을 고수 하다가 탈락했고, 재즈와 소울이 전공인 BMK가 탈락을 면하기 위해 락을 불러야만 했다. 애잔한 발라드를 주로 부르는 김범수가 락과 R&B, 그리고 춤을 추고 웃기기까지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그들은 불만인 듯하다. 심지어 앨리샤 키스, 에릭 클랩튼, 커트 코베인이라 해도 <나가수>에 오면 탈락한다는 말까지 들려온다.(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물론, 나오지도 않겠고, 나올 수 없는 분도 한 분 계시지만…)
물론 이런 부분은 있다. 가수들이 <나가수>에 나오기 전에 본인의 콘서트 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면 실례가 될 수 있다. 나는 김연우의 속삭이는 듯한 노래를 듣고 싶어서 비싼 돈 내고 김연우 콘서트를 보러 갔는데 김연우가 악을 쓰고 노래를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분 나빴다면 그건 분명 잘못한 거다.
하지만 <나가수>의 무대는 그것과는 다르다. 그들의 색다른 무대가 실망스럽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나가수>에 나오는 가수들이 탈락하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보이냐고 말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은 아니다. 부담감은 말로 표현 할 수 없겠지만, 그들 역시 무대 위에서 즐기고 있다고 보이는 내 눈이 이상한 걸까?
음악 평론가고, 제작자고, 또는 음악을 십 수년 했던 사람이고 뭐든 상관없다. 악을 써야 하고 원래의 스타일을 버려야 표를 주는 청중평가단이라고 욕하지 마라. 거기에 맞춰 광대처럼 움직이는 가수라고 비꼬지 마라. 당신들이 얼마나 잘난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그 무대를 사랑하는 청중이고, 가수들 또한 청중과 함께 즐기고 있다고. 당신들의 비아냥 따위에 귀 기울일 시간은 우리들에게 없다고.
지금의 상황 속에서 당장 해야 할 것,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속에서 도전하는 가수들의 새로운 시도가 고마울 뿐이다. 본인의 스타일을 벗어 던지고라도,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500명의 청중과 수많은 시청자를 위해 그렇게 해주는 가수들이 말이다.
// Thope 권철규 [사진출처 = 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