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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SK의 야구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6. 16.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SK 왕조의 몰락을 예견했다. 드디어 야신에게도 한계가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다. 전력 누수가 너무 많았고, 경기력의 한계까지 뚜렷했다. 실로 오랜만에 한국 야구에 새로운 힘의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속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왕조의 몰락은 섣부른 기대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왕조의 주역들이 보여주는 집중력은 너무나 대단했고, 야신은 여전히 건재했다.

 

최근의 4연승을 비롯해 지난주(6/7~)부터 치른 8경기에서 6 2패를 기록한 SK는 끝내 단 한 번도 단독 1위의 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다시금 2위와의 격차를 1.5게임을 벌이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다른 팀들을 질리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6월 첫 주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는 등, 5 27일부터 삼성-두산-KIA와 치른 3번의 3연전에서 2 7패에 그치며 2위와 승차 없는 1위를 허용할 때만 해도, SK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줄 알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SK의 저력과 집중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대단했다.

 

당시 9경기에서 SK 타선의 총 득점은 고작 21, 불펜이 근근히 버티고 있었지만 선발진은 이미 붕괴된 상태였고, 그로 인해 특정 선수들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너무 컸었다. 이대로라면 정우람을 비롯한 불펜이 삐끗하는 순간, SK 1위 자리를 내줄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1위 수성이 문제가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도 위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게 왠걸? 위기가 되자 SK 선수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의 8경기에서 SK의 총득점은 49, 갑자기 타자들이 180도 변하더니 공격에서의 끈끈한 집중력을 과시했다.

 

단순히 특타의 효과라고 보기엔 그 변화의 폭이 너무 심하다. SK가 지난 4년 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것이 단순히 김성근 감독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는 것을 최근 경기에서 드러난 타자들의 집중력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SK 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투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성근 감독은 내 감독 인생 중 이렇게 강한 선발진을 데리고 야구하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선발투수 중 흔들림 없이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것은 글로버 뿐이었고, 김광현-송은범-매그레인 등은 모두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김광현은 기복이 심한 모습을 드러내며 한때 크게 부진했고, 송은범과 매그레인은 계속되는 불안한 피칭 속에 선발등판시 투구 이닝 자체가 길지 않았다. 당연히 불펜에 걸리는 부담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은 자연히 여름의 페이스 저하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역시 김성근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의 핵심은 불펜에 있었다. 적어도 아직은 SK의 불펜이 무너지지 않았다. 아무리 정우람이 규정이닝을 채우고, 고효준이 생각 이상으로 자주 등판하더라도 그들은 항상 김성근 감독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있다.

 

최근 4연승의 시작이었던 지난 6 11일의 경기가 그야말로 백미였다. 이미 SK는 넥센과의 주중 3연전(6/7~9)에서 불펜이 대거 소모된 상태였고,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의 첫 경기까지 패하면서 또 한 번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태였다. 게다가 11일 경기의 선발로 예고된 고효준은 2(76)-5(21)-8(62) 경기에 3일 간격으로 게속 등판해 적지 않은 투구수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고효준의 부진을 예상했다. 그게 아니라면, 길게 던져야 3이닝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더 이상 불펜에는 힘이 없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당시 경기에서 고효준은 5회까지 93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비자책)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냈고, 바통을 이어받은 불펜은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제압하며 승리를 따냈다. 이후 김광현과 글로버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선발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손쉽게 이겼고, 송은범이 등판했던 14일 경기에선 0-5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끝내 8-5로 뒤집는 저력을 과시하며 SK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스스로의 힘으로 증명했다.

 

겉에서 보기에는 SK란 팀이 100의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80이상을 쓴 상황이다 싶으며 ‘SK의 위기를 논한다. 정우람이 규정이닝을 채워서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것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것도, 그것이 혹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SK란 팀의 숨겨진 힘, 즉 보이지 않는 힘이 50쯤 더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제3자들이 정우람과 김성근 감독의 한계를 자기들의 잣대로 맘껏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작 당사자들은 한계가 오지 않았기에, 그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뿐인데, 되려 겉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만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SK의 야구는 특별하다.

 

김성근 감독이 과연 투수를 혹사시키는 감독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말로 그랬다면 SK 선수들과 김 감독이 그토록 강한 신뢰로 엮일 수 있었을까? SK의 선수들을 보면 감독을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그의 기용 방식이나 야구 철학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이신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SK가 지난 4년 동안 최정상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과연 그러한 신뢰가 혹사속에서 생겨날 수 있을까? 예전 일은 일단 접어두자. 적어도 SK에 부임한 이후만 놓고 보면, SK 투수들의 주된 명제는 부활성장이었다. 김광현과 송은범이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성장했고, 김성근 감독이 신뢰를 보였던 2010년의 카도쿠라와 올 시즌의 글로버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승호도 마찬가지.

 

어쩌면 우리가 SK 야구를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기 상황 속에서 드러난 SK의 저력, 그리고 선수들의 놀라울 정도의 엄청난 집중력. 그것은 모든 야구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서 보여지길 원하는 바로 그러한 모습이었음에 틀림없다. SK의 야구에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SK 와이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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