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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요미우리로 갈뻔한 카일 켄드릭...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9.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뉴욕 메츠를 제칠 수 있었던 것은, 6월 중순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여 20경기에서 10승을 따낸 신인 카일 켄드릭(방어율 3.87)의 덕분이기도 하다.

내셔널 리그의 신인 선발 투수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둔 켄드릭은, 신인왕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올해도 그는 팀의 3번째 내지는 4번째 선발 투수로 내정되어 있다.

그런 켄드릭은 지난 2월 15일에 너무나 놀라운 소식을 들어야만했다.

부단장 루벤 아마로 주니어가 아침 훈련을 마친 후 따로 켄드릭을 부른 자리에서 중요한 일이 있으니 감독에게 가보라고 했던 것이다.

켄드릭이 감독회의실에 들어가서 들은 것은, 놀랍게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고바야시라는 투수와 그가 트레이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안정적으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던 켄드릭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허둥지둥 하고 있는 켄드릭에게 한 장의 문서를 건냈다. 그것은 트레이드를 성립시키기 위한 문서였고, 켄드릭은 일본으로 가기 위한 문서작성까지 자기 손으로 해야만 했던 것이었다.

어깨가 축 쳐진 켄드릭의 앞에 나타난 필라델피아 전담 기자들은 그에게 위로의 말을 남겼지만, 켄드릭이 할 수 있는 말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일본음식은 먹을 만한가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제 인생에서 새로운 단계를 밟아 나가는 거겠죠?" 라는 말밖엔 하지 못했다.

불쌍한 켄드릭을 살려 준 것은 이 모든 것을 주동한 팀의 에이스 브렛 마이어스였다.

마이어스는 켄드릭에게 다가간 뒤 이 모든 것이 몰래카메라였으며, 그가 일본에 가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마이어스는 단장, 감독, 선수들 그리고 심지어 켄드릭의 에이전트와 기자들까지도 모두 포섭해서 계획을 짠 후, 이 일을 진행시켰다고 한다. 켄드릭의 트레이드 상대로 언급된 고바야시는 한국에서도 방송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적이 있는 핫도그 먹기 대회의 세계 챔피언이다.

필리스에서는 이런 신입 선수들의 신고식이 다른 팀보다 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팀의 4번 타자인 라이언 하워드조차도 신인 때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신고식을 했을 정도라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능히 짐작할 만하다. 그래도 하워드를 비롯해 체이스 어틀리 등, 유난히 기억에 남는 신고식을 했던 선수들은 그 이후에 스타급 선수로 잘 성장했다고 한다.

특별히 단장부터 감독까지 모두 한 마음이 된 스프링캠프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이 된 카일 켄드릭. 하마터면 일본으로 갈 뻔(?)했다가 가까스로 구원받은 그가 이번 시즌에는 신입딱지를 떼고, 멋진 모습을 마운드에서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