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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DTD가 현실로? LG의 위기는 박종훈 감독의 책임!

by 카이져 김홍석 2011. 7. 22.



올 시즌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30승 고지에 올랐던 LG 트윈스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첫 두 달 동안 순항하던 LG 6 4 30(22)째를 거두며 1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나, 이후 펼쳐진 30경기에서는 11 19패로 매우 저조하다. 어느덧 승률은 5할로 내려앉았고, 롯데가 치고 올라오면서 4위도 위태로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쩔 수 없는 LG의 전력상 한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LG가 지니고 있는 전력상 한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LG는 불펜이 약한 팀이다. 개막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중요한 좌완 셋업맨인 오상민이 불미스런 일로 팀에서 이탈했고, 당초 마무리로 점 찍었던 김광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신인 임찬규가 1군에 올라와 기대 이상의 피칭을 보여주고 있지만, 컨트롤이 워낙 불안해 믿고 뒷문을 맡기기엔 아직 불안한 부분이 많다.

 

거기에 또 한가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LG에 날아들었다. 다름 아닌 좌완 에이스 봉중근의 시즌 아웃 소식이다. LG의 추락은 봉중근의 이탈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박현준-주키치-리즈로 이어지는 3인방이 개막과 더불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LG의 에이스는 봉중근이었다.

 

그 봉중근이 빠지면서 LG는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이 동시에 흔들리게 됐다. 박현준이 아무리 기대 이상의 기량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고, 그렇다면 시즌 중후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주키지는 좋은 투수지만, 리즈는 볼이 빠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약점이 많은 투수였다.

 

4선발 김광삼은 5이닝 피쳐라 불펜에 부담을 많이 주는 투수고, 심수창은 끝내 역대 최다인 17연패의 악몽과 같은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심수창과 봉중근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게다가 시즌이 진행되면 될수록 허약한 불펜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져만 갔다.

 

거기에 4월 한 달 동안 펄펄 날아다니던 박용택까지 부진에 빠지면서 LG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일부 LG 팬들은 팀 전력이 좋은데도 최근 들어 지는 일이 많아졌다며 원망의 목소리를 내지만, 외부에서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LG의 올 시즌 전력은 봉중근의 부상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박종훈 감독의 잘못된 투수기용

 

그러던 중 지난 6 17 SK와의 경기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마무리 임찬규가 4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면서 다 잡았던 경기를 내주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이 경기를 기점으로 하여 LG 팬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일부 팬들은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임찬규가 흔들리면 다른 선발투수를 투입해서라도 승리를 지켰어야 하지 않았는가라며, 박종훈 감독의 투수기용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런 팬들의 부추김이 어쩌면 박종훈 감독에게 잘못된 선택을 하게끔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일부 팬들의 바람대로(?) 박종훈 감독은 7 6일 경기에서는 박현준, 7일 경기에서는 주키치를 구원투수로 투입해 승리를 거뒀다. 앞서 박종훈 감독을 비난했던 팬들은 이 결정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기고 있던 경기는 지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 2승이 문제였다. 차리리 저 2경기를 포기했거나, 끝까지 구원투수들에게 맡겼다면 LG가 지금 이런 상황까지 몰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2경기를 잡기 위해 박현준과 주키치를 소모했고, 그 후로도 이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LG의 선발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박현준은 저 경기를 포함해 7월에만 5경기에 등판했다. 2-6-9-15-20일로 이어지는 가혹한 일정이었고, 6일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선발 등판이었다. 주키치 역시 5경기에 등판했다. 5-7-10-16-21일의 박현준 보다 더한 일정이었고, 7일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선발등판이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리즈도 7월 들어 1-7-12-17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고, 체력을 회복할 틈도 없이 20일 경기에 마무리로 경기에 나섰다가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을 기록했다.

 

주키치와 리즈는 한국 무대가 처음이고, 박현준도 올해가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이다. 한국의 여름, 특히 장마철은 그 특유의 날씨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가 매우 큰 시기다. 평소보다 더 많은 휴식을 보장해준다 하더라도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 필요 이상의 체력이 소모된다. 그런 시기에 주력 선발투수 3명을 저런식으로 기용했으니 체력이 남아날 리 없다.

 

6일과 7일 경기의 구원등판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그랬다면 적어도 그날을 기준으로 최소 3일 이상의 휴식은 보장해야 했다. 하지만 박현준과 주키치는 2일의 휴식만 취한 후 선발로 등판했고, 그 후로도 체력을 회복할만한 충분한 시간 없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철인이 아닌 이상 지치는 게 당연하고, 그것이 최근 경기의 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박종훈 감독은 저 3명의 투수에게 유독 많은 투구수를 주문하는 편이다. 그런 선수일수록 5일이 아닌 6일 간격으로 등판시킬 필요가 있다. KIA의 조범현 감독이 잘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며, 한화 한대화 감독 역시 류현진을 그렇게 기용했다. 아무리 순위 싸움이 급하다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박종훈 감독의 투수기용은 선수를 망칠 뿐이다.

 

올 시즌 8개 구단 전체 투수들 가운데 19번이나 선발 마운드에 오른 것은 박현준과 주키치 뿐이다. 리즈는 18번 등판했다. 이들 3명은 올 시즌 거의 매 경기마다 5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LG가 치른 82경기 중 56경기를 책임졌다. LG는 이들 세 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의존도가 높은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대신 그런 만큼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며 잘 써먹는 과정이 뒤따라야 했다. 그러나 박종훈 감독은 그러한 운용의 묘를 발휘하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이 나쁘지 않은 김광삼이 7월 들어 2경기만 등판하고 쉬고 있는 동안, 저들 3인방은 무리한 일정에 이끌려 다니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몸이 축나고 있었다.

 

LG의 현실적 목표는 4

 

LG 4위를 지키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단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봉중근이 없는 LG는 우승권 팀이 아니다. 타력과 선발진은 간신히 평균을 웃도는 정도고, 불펜은 평균 이하다. 냉정히 말해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것 정도가 LG라는 팀이 가진 전력으로 노려볼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다.

 

3명의 믿을 만한 선발투수와 좋은 타격, 그리고 허약한 불펜으로도 4강 진출을 이뤄낸 팀이 있다. 바로 지난 3년 동안의 롯데다. 로이스터 감독이 어떤 방법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는지를 떠올린다면, 앞으로 LG가 가야 할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좋은 선발투수들을 구원으로 기용해 체력을 소모시킬 필요가 없다. 또한, 매번 5일마다 꼬박꼬박 기용하는 무리한 등판 일정을 유지할 이유도 없다. 박현준-주키치-리즈의 3인방을 6일마다 선발로 내보내고, 그 경기를 확실히 잡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지난 3년 동안 롯데가 그러했듯, 올 시즌의 LG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만약 지금처럼 계속해서 저들 3명을 5일마다 등판시키고, 또 중간중간 마무리로 기용하는 상식 밖의 기용이 계속된다면, LG 4강 다툼에서 롯데에 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롯데는 LG보다 강한 타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도스키-장원준-고원준의 선발 3인방은 LG 3인방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또한, 송승준-부첵의 4~5선발은 김광삼-심수창에 비해 더욱 경쟁력이 있다.

 

유일하게 LG가 앞서는 부분이 불펜인데, 주력 선발투수들의 체력이 소모되면서 그 이점조차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약하면 약한 대로 놔두면 된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기 막판에 허용하는 역전패가 늘어나겠지만, 선발투수를 아끼지 않으면 그 보다 훨씬 심각한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

 

8년이나 가을잔치 무대를 밟지 못하면서 LG는 감독과 선수단은 물론 팬들마저도 조급해진 것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러한 조급함 때문에 당장 우승을 노리다가는 체하기 마련이다. 박현준과 임찬규가 마운드의 샛별로 등장한 만큼, 앞으로 LG는 얼마든지 더욱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올 시즌은 그 과정으로 생각하고 좀 천천히 갈 순 없을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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