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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키워드로 돌아보는 전반기 프로야구

by 카이져 김홍석 2011. 7. 25.



프로야구 전반기가 끝났다
. 올 시즌은 치열한 1위 경쟁과 전반기 막판 가속화된 4강 다툼으로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반기 8개 구단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순위 별로 각 구단의 전반기를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1 KIA 타이거즈 - ‘

 

지난해 16연패를 하는 등 굴욕적인 시즌을 보낸 KIA 타이거즈는 전반기가 마무리된 현재 리그 1위에 위치해 있다. 작년과 올해의 선수구성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꽃범호의 존재다.

 

작년 KIA 타선의 가장 큰 약점은 3번 타자의 부재였다. 지난해 KIA 3번 타순에 출장한 선수들이 기록한 타격 성적은 타율 .227, OPS .670으로 9번 타자에나 어울릴 정도다. 하지만 올해 KIA 3번 타순은 타율 .302, OPS .922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구멍이었던 3번 자리가 1년 만에 최강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은 타율 .314, OPS .999를 기록하고 있는 이범호의 활약 덕분이다.

 

이범호가 붙박이 3번 타자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3번 타순에서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던 나지완(타율 .359, OPS .967)과 안치홍(타율 .314, OPS .823)이 하위타순에서 KIA의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타선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현재 KIA는 리그에서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수비력에서도 이범호의 영입은 많은 시너지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3루 수비가 불안했던 김상현이 좌익수로 변신하여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상대팀 주자들의 발을 묶었고, 이범호의 가세로 내야 수비의 구멍이었던 3루 자리가 물샐틈없는 방어벽을 갖추게 됐다. 현재까지 이범호가 기록하고 있는 실책은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이 없었다면 올해 KIA의 선전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2위 삼성 라이온즈 - ‘철가면

 

오승환이 돌아왔다. 그것도 더욱 강하게 돌아왔다. 2005년 데뷔 해부터 2008년까지 오승환은 매 해 1점대 평균자책과 1할대 피안타율을 자랑하는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하지만 어깨는 쓰면 쓸수록 닳는다고 했던가? 2009년에 오승환은 평균자책 4.83이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무엇보다 오승환을 상징하는 돌직구가 사라진 것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부진은 2010년에도 계속됐다. 결국 오승환은 지난 시즌 도중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재활을 끝내고 2011시즌을 맞이했다.

 

그리고 올 시즌 오승환은 33경기에 등판해 26세이브를 거뒀고, 지금까지 3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두산을 제외하면 나머지 구단 타자들은 오승환을 상대로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오승환의 피안타율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131. 작년과 재작년에 치솟았던 피장타율도 올해는 .189에 불과하다. 예전의 돌직구가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다.

 

삼성은 오승환의 부활과 권오준의 복귀로 기존의 안지만, 정현욱, 권혁과 함께 리그 최강의 불펜진을 구성하게 됐다. 이들은 모두 어느 팀에 가더라도 마무리 투수로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막강 불펜진 덕분이며, 그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선수가 철가면오승환이다.

 

3 SK 와이번스 - ‘선발

 

최근 몇 년간 최강팀으로 군림해온 SK 와이번스가 올해는 예년의 강함을 잃어버렸다. 순위표의 맨 꼭대기가 익숙했던 SK는 현재 1 KIA 4.5경기 차 뒤진 3위다. 전반기를 .682의 엄청난 승률로 마감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SK의 예봉을 꺾은 원인은 무너진 선발진에 있다. 올 시즌 SK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22회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그 밑에는 꼴찌 넥센만이 위치해 있을 뿐이다. 22번 중 절반인 11번을 글로버가 혼자 기록했으니 나머지 선발투수들이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특히 리그 최고의 좌-우 원투펀치로 꼽히던 김광현과 송은범의 동반 부진이 뼈아프다. 김광현은 올 시즌 현재까지 4 6패 평균자책 5.14의 데뷔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 중이며, 현재는 2군에서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다. 송은범은 3.16의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선발로 나온 10경기 중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가 2번에 불과하다. 결국 7월부터는 불펜투수로 전업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의 선발진 붕괴는 불펜에까지 악영향을 주었다. 삼성과 더불어 리그 최강의 불펜진을 자랑했던 SK지만, 선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지 못한 탓에 피로가 누적돼 시즌 초반의 단단함을 잃어버린 것이다. SK의 후반기 도약을 위해서는 김광현과 새로 영입한 고든을 중심으로 선발진의 분투가 필요하다.

 

4 LG 트윈스 - ‘마무리

 

시즌 시작 전에 LG의 박종훈 감독은 김광수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김광수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LG에서 6세이브 2블론, 평균자책 5.12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팀을 떠났다. 무엇보다도 .381에 피안타율과 2.28 WHIP을 기록하며 LG팬들이 9회를 편안하게 볼 수 없는 공포스런 상황을 종종 연출해주었다.

 

박종훈 감독은 김광수를 2군으로 내리고 신인 임찬규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해봤지만, 임찬규 역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대표적인 경기가 6 17일 있었던 SK와의 경기였다. 이 날 임찬규는 3점 앞서 있던 9회에 마무리로 등판했지만, 5명의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대거 5실점 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이 날 경기 이후로 임찬규는 조금씩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이후 10경기에서는 7이닝을 던지는 동안 1점밖에 주지 않았으며, 피안타율은 2할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를 계속 맡기기에는 임찬규는 볼넷 허용률이 지나치게 높다. 올 시즌 43이닝 동안 무려 34개의 볼넷을 남발하는 등 안정감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이에 박종훈 감독은 박현준과 주키치 등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불펜 알바 이후 이들의 성적이 하락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에는 타선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한 때 여유 있던 4위 자리가 현재는 5위 롯데에 불과 1.5경기 차이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LG가 남은 시즌에도 뒷문 단속에 실패한다면, 2002년 이후 9년 만에 맞이할 수 있었던 4강 진출 기회를 또다시 미루게 될 수 있다.

 

5위 롯데 자이언츠 - ‘알바

 

우승을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팀을 3년 연속 4강 반열에 올려놓았던 로이스터 감독과의 계약을 포기하고 양승호 감독을 앉힌 롯데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양승호 감독은 롯데의 고질적인 문제인 구원진의 불안함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방망이의 날카로움은 무뎌졌고, 선발 투수들은 잦은 불펜 알바로 혼란에 빠졌다.

 

시즌 초반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을 마무리로 기용했지만, 고원준은 마무리 투수가 아닌 중무리(?) 4월을 보냈다. 3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가 3번이나 됐으며, 4 17일 경기에서 47구를 던진 후 하루 쉬고 19일에 또 다시 37구나 던지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결국, 팬들의 거센 비판 여론 속에 고원준의 보직은 선발로 바뀌었지만, 투수들의 보직을 명확히 하지 않은 운영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시즌 초반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코리는 선발과 불펜을 오락가락하다 결국 퇴출당했으며, 새로 영입한 부첵마저도 첫 경기에서는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불펜 알바를 경험하게 했다.

 

양승호 감독이 현재 팬들에게 가장 비판 받는 부분은 원칙 없는 투수 운용이다. 최근 롯데의 타선이 살아나면서 4 LG에 바짝 따라 붙은 상황이지만, 선발 투수의 불펜 알바나, 불펜 투수의 잇단 연투 등 원칙 없는 투수 운용이 계속된다면, 전력을 갉아먹고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양승호 감독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6위 두산 베어스 – ‘月沒

 

두산 팬들에게 있어 8년간 정들었던 감독을 떠나 보내는 것만큼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을까? 올 시즌 두산의 전반기 키워드는달감독으로 불렸던 김경문 감독의 사퇴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김경문 감독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우승을 하겠다고 강하게 다짐한 만큼 두산의 시즌 초반 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 그리고 핵심 선수가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면서 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기대를 걸었던 이현승과 이혜천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국가대표 2루수로 맹활약하던 고영민 역시 작년부터 시작된 슬럼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김경문 감독은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결국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8년간 정들었던 팀의 지휘봉을 놓는 선택을 하기 이르렀다.

 

현재 두산은 .453의 승률을 기록하며 4위에 3.5경기 차로 뒤져 있다. 아직 4강을 포기할 시점은 아니지만, 김경문 감독의 사퇴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두산 특유의 허슬 플레이를 느낄 수 없다. 두산이 다시 한 번 강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김경문 감독이 떠난 후유증을 하루 빨리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7위 한화 이글스 – ‘野王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한대화 감독은 한화 팬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야왕 신드롬을 일으키며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온 것은 선수 구성이 열악했던 한화가 끈끈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막판까지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의 팀 순위와 승률(.434)은 초라한 수준이지만, 작년(.368)보다는 훨씬 좋아졌고, 양훈, 김혁민, 안승민, 장민제 등과 같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통해 작년보다 발전하고 있다는 믿음을 팬들에게 주고 있다. 여기에 타 팀에서 영입한 장성호, 정원석, 이대수, 강동우 등의 베테랑 선수들도 한화가 성장하는데 있어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핵심 타자들(김태균, 이범호, 김태완)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레전드급 투수들(송진우, 정민철, 구대성)이 은퇴하면서 선수층이 얇아진 한화지만, 한대화 감독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에야왕이라는 멋진 별명까지 얻게 됐다. 류현진이 건재하고 가르시아와 바티스타가 힘을 보태준다면, 후반기의 한화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 화려한 날갯짓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8위 넥센 히어로즈 - ’원정 악몽

 

올해 넥센은 작년(.391)과 비슷한 승률(.390)을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에 쳐져 있다. 하지만 홈 경기에서만큼은 다르다. 올 시즌 넥센의 홈 경기 전적은 22 20(승률 .523) 5할이 넘는다. 홈경기 승률만 놓고 보면 4강 다툼을 벌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원정경기에서 넥센의 승률은 .229에 불과하다. 10번을 싸워도 두 번을 간신히 이긴다는 뜻이다.

 

넥센 선수들이 유독 원정 경기에 약한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팀에 대한 지원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미비하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방문 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 동기 부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해석은 가능할 것이다.

 

넥센은 충분히 치고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팀이다. 비록 지금은 하위권에 쳐져 있지만,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LG를 상대로 스윕을 달성했고,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중심타선에서 침묵을 지키던 강정호와 알드리지가 날이 더워지면서 점점 좋은 타격을 보이고 있다. 선발 투수들만 지금보다 조금 더 분발해준다면, 넥센의 탈꼴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원정 경기 징크스를 빨리 떨쳐내야 할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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