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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비에 잠긴 프로야구, 해결책은 돔구장 건설뿐?

by 카이져 김홍석 2011. 7. 29.



뉴스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집중호우성 폭우의 빈도가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한반도가 이미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늘어난 물난리와 더불어 또 하나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바로 프로야구의 우천순연 경기의 폭발적인 증가다.

 

올 시즌 우천순연 경기의 심각성

 

7 28일까지 비로 인해 연기된 시합은 총 64경기에 이른다. 일정대로라면 팀 당 98경기씩, 392경기가 치러졌어야 했지만, 무려 16.3%에 달하는 경기가 비 때문에 예정된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뒤로 연기된 것이다. 그리고 이 중 47경기는 장마가 시작된 6 22일 이후에 연기된 것이다.

 

작년의 경우 같은 일정(392경기)을 기준으로 했을 때 비로 인한 연기는 총 40경기, 비율로 따지면 10.2%였다. 작년과 비교해도 무려 50%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이래서는 잔여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일정에도 커다란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대로라면 정규시즌은 10월이 되어서야, 포스트시즌은 11월에나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기일정은 총 532경기 중 500경기(팀 당 125경기)만 먼저 잡아 놓는다. 그리고 남은 경기들은 원래 일정에서 연기된 시합과 합쳐서 추후에 따로 편성하게 되어 있다. 올해의 경우 8 28일까지만 일정이 잡혀 있고, 남은 경기는 이후에 편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우천순연 경기가 대폭 증가하면서 파행일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작년의 경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평소보다 이른 3 27일에 개막전을 가졌었다.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가 50게임이었고, 원래부터 추후 편성으로 잡혀있던 경기가 32게임, 82경기가 당초 일정인 8 22일 이후로 편성됐다. 그리고 9 26일 정규시즌이 종료됐고, 10 19일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포스트시즌이 짧았던 것은 SK 4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인데, 원래 일정은 23일까지였다.

 

올해의 개막전은 4 2일로 작년보다 6일 늦었고, 추후 편성 경기도 63+32+@로 작년보다 훨씬 더 많다. 8월에도 국지성 호우가 이어질 전망이라니 우천순연 경기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팀별로 일정이 엇갈리다 보니 9월에는 보통 하루에 2~3경기만 치르게 된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올 시즌의 일정은 작년보다 최소 2주 이상 미뤄질 예정이다.

 

이래서야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각 구단의 모토가 쓸모 없게 되어 버렸다. 본격적인 가을인 10월에도 정규시즌 경기가 열려야만 하는 상황이고, 한국시리즈는 11월에나 끝낼 수 있을 전망이다.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시즌 중에 25일이나 휴식기를 가졌던 2008년에도 포스트시즌 일정이 11월로 넘어가지는 않았음을 생각하면, 올 시즌의 우천순연 경기가 얼마나 많고, 또 그로 인한 악영향이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닐 듯

 

이러한 현상이 올 시즌만의 한시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한반도의 기후 변화는 최근 몇 년 동안 눈에 보이는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한반도의 집중호우성 폭우는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 그것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리그 내적인 문제로 한정시켜서 본다면, 휴식일의 활용과 더블헤더의 시행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장마철에 월요일을 꼬박꼬박 휴식일로 지킨다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도 4개 팀이 올스타 휴식일 이후 3일 연속으로 시합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휴식일이 따로 필요할까? KBO가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얼마든지 월요일을 활용하여 미뤄진 경기를 일찍 소화하게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더블헤더는 전날 미뤄진 경기를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물론 현장에서는 선수들의 체력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마땅히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비로 인해 3~4일 연속해서 쉬는 날도 있는데, 더블헤더는 곤란하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자주는 곤란하겠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더블헤더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KBO가 이러한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를 반대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선수들의 피로 회복에 방해가 된다는 현장의 의견도 그 중 하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흥행 문제 때문이다. ‘월요병이란 단어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월요일 경기에 얼마만큼의 관중이 찾을까? 그리고 더블헤더 역시 낮에 경기가 시작되는 만큼 관중동원은 물론, 그 수익에 있어서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6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관중 동원에 방해가 되는 일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맘이고, 그렇다 보니 선뜻 시행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 역시 모든 문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결국 비 오는 날이 늘어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돔구장 건설이다.

 

결국 해결책은 돔구장 건설밖에 없는가?

 

개인적으로는 돔구장 건설에 대해 그 동안 반대의 입장을 취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돔구장 건설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그 유지-관리비 또한 막대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규모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돔구장 건립 자체를 반대해왔다.

 

한때 논의되었던 광주시 돔구장의 경우 건설비용만 5,000억원 정도가 책정되었었다. 그리고 그 연간 운영비도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가 부러워하는 일본의 도쿄돔의 경우도 연간 운영비가 300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야구와 콘서트, 행사 등 연간 300회 이상의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돔구장이 한국에 지어진다면? 그 건설 비용은 물론, 유지비 또한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프로야구 각 구단의 입장권 수익으로는 택도 없기 때문이다.

 

8개 구단이 모두 돔으로 만들어진 홈구장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치자. 입장권의 평균 가격이 1만원이라 치고, 매 경기마다 3만명씩의 관중이 들어찬다고 하면 한 구단의 입장권 수익이 200억원 가까이 된다. 그 정도는 되야 각종 비용을 제하고도 순수 프로야구의 수익만으로 돔구장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경기당 평균 3만 관중이면 1년에 총 1600만 관중이란 뜻이다. 아직 600만 관중도 돌파해 본 적 없는 한국 야구의 현실에서, 이것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다. 가장 사용료를 많이 낸다는 롯데가 현재 부산시에 지급하는 연간 사용료가 겨우(?) 10억원이다. 결국 돔구장이 지어지면 90억원 이상의 비용은 순전히 일반 국민들의 세금에서 부담해야 한다. 아무리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라 하더라도,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각종 공연 등의 행사로 부족한 유지비를 충당하겠다는 발상도 현실적으로 서울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방에는 돔구장이 짓는 것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소리다. 게다가 지금까지 언급한 것도 유지비 문제일 뿐, 건설비용에 있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그랬기 때문에 잘난 돔구장 하나보다는 문학구장처럼 잘 지어진 신축 구장이 광주-대전-대구에 새로 생기길 바랬다. 그런데 예상치 않았던 날씨 변화가 이처럼 큰 문제가 되어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제대로 된 배수시설이나 방수포 구비를 문제 삼기가 민망할 정도다. 지금과 같은 잦은 폭우에는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뚜껑 열린 구장에서는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담이 되더라도, 앞으로 새로 지을 구장은 모두 돔구장으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일정 속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소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8개 구단이 아닌 9개 구단, 10개 구단으로 늘어가면 갈수록 돔구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반도의 기후 자체가 변화했다면, 돔구장 건설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KBO가 진지하게 큰 계획과 틀 속에서 날씨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는 각 구단 모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는 물론,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도 요구되는 작업이다. 또한, 국민 정서를 해치지 않고, 반대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진행해야 하는 거대 사업이다.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기 일쑤였던 KBO가 과연 그런 행정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하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이 돔구장 건립뿐이라면, 당장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어쩌면 돔구장 건설이야말로 프로야구 백년지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 위 잠실구장(제공=두산 베어스), 아래 : 안산 돔구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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