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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넥센, 한국 프로야구의 ‘서자’로 전락하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1. 8. 3.



메이저리그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고
,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선수를 맞교환할 수 있는트레이드 시장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폭넓은 선수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양키스처럼 매년 즉시 전력감의 선수들을 FA시장에서 사오는 경우도 있고, 오클랜드나 플로리다처럼 유망주들을 끌어 모은 이후 향후 몇 년간 이들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는 가운데서젊은 피로 뭉친 선수들을 앞세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메이저리그의 힘이다. 프로라면 FA를 통하여 자신이 뛸 구단을 선택할 수도 있고, 트레이드를 통하여 새로운 둥지를 마련할 수 있다.

 

국내 역시 메이저리그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프로라는 이름을 내 건 이들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팀이 바뀔 수 있고, 필요에 따라 FA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FA 영입으로 단숨에 우승 전력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팀도 있을 수 있고, 유망주들을 받아들여 이들을 육성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팀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국내의 경우 메이저리그와 같이 폭 넓은 선수 풀(pool)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트레이드 혹은 FA로 영입할 수 있는 자원이 다소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팀을 옮기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많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고 가치로 여기는, 이른바()’ 정신이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FA를 통하여 팀을 옮기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선수의 직전 년도 연봉의 300%와 보상 선수, 혹은 연봉의 450%를 보상해 줘야 한다. 이러한 특수 규정 때문에 국내에서는 선수가 팀을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한국시장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트레이드가 유독 한 구단에서만큼은 자주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매년 한 건 이상의 트레이드를 진행시켜 온 이 팀은 다름 아닌 넥센 히어로즈다.

 

동업자 정신? 시장경제의 원리?

 

장원삼, 이현승, 마일영, 이택근, 고원준, 황재균, 송신영, 김성현의 공통점은 2009년까지 모두 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모두 1년 단위로 다른 팀에팔리듯팀을 떠났다. 먼저 떠난 것은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이었다. 넥센의 간판이라 불렸던 이들은 각각 현금이 얹어진 트레이드를 통하여 각각 삼성, 두산, LG로 이적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한화로부터 마일영을 내어주는 대신, 마정길을 받으면서 또 다시 현금을 받았다. 2009년과 2010년의 경계에서 한꺼번에 네 명의 선수가 옷을 바꿔 입은 셈이다.

 

그런데 트레이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즌 중반에는 황재균마저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데 이어 시즌 후에는 고원준도 부산행 KTX 열차를 탔다. 넥센과 롯데 모두현금은 일체 오가지 않았다.’라고 주장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없다. 오히려 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현금 트레이드에 대해 두 구단 모두 쉬쉬하고 있다는 점이 수상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송신영과 김성현의 트레이드가 터졌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동업자 정신에 위배된다며, 넥센을 위한 별도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선수 자원이 한정된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위권 팀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 선수를 빼오게 되면, 해당 팀은 결국 프로야구에서 영원한 꼴찌로 남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간의 거래를시장경제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 있는 말이다. 아니, 원칙적으로는 그래야 한다.

 

넥센, 한국 프로야구의 서자로 전락하나

 

소설홍길동을 보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서자(庶子)라는 서러움 속에 살아야 하는 홍길동의 애환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의 넥센이 딱 그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같이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리빌딩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쓸 만하다 싶을 때 바로 트레이드 카드를 꺼내버리는 것이 넥센의 현주소다. 적어도 메이저리그의 경우, 이들 유망주들이 어느 정도 빅리그에 적응했을 때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야 트레이드를 시행한다.

 

문제는 넥센의 경우 그러할 가능성마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2011년을 끝으로 ()넥센타이어와 메인스폰서 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스폰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생팀 엔씨소프트마저 모기업 지원으로 인한 구단 운영의 형태를 띠고 있는 시점에서 넥센만 유독선수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구단을 향하여 어느 기업이 자신의 이름을 빌려줄지 그것도 의문이다. 이쯤 되면 넥센이 한국프로야구의 서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할 만하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엔씨소프트가 넥센을 인수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부터 시작하여중견 기업 중 하나가 넥센 살리기에 나섰으면 좋겠다’, ‘10구단 창단 희망 기업이 있다면, 넥센으로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가 나오고 있다. 어떠한 방법을 선택하건 간에 넥센 입장에서는 적어도 프로야구판에서서자취급을 받지 않도록 처신을 잘 해야 할 것이다.

 

// 유진 김현희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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