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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외국인 투수 덕을 가장 많이 본 구단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8. 5.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가 오랜만에 외국인 투수 풍년을 맞이하고 있다. KIA의 로페즈와 트래비스, 두산의 니퍼트, LG 주키치, SK 글로버 등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이 저마다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프로야구에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시장이 작고 선수이동의 폭이 좁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한 시즌 전력보강을 위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특히 성공 가능성이 낮은 타자보다는 팀 전력에 미치는 비중이 크고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투수를 중용하는 것이 최근 한국프로야구의 트렌드다.

 

1998년 외국인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이래 수많은 선수들이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거쳐갔다. 초창기에는 외국인 선수 최초의 MVP 타이론 우즈를 비롯하여, 펠릭스 호세, 댄 로마이어, 제이 데이비스, 클리프 브룸바 등 타자들이 강세를 보였으니 시간이 갈수록 투수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기록상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는 단연 다니엘 리오스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KIA와 두산에게 활약한 리오스는 6시즌간 통산 90(49)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하며 한국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 투타에 걸쳐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특히 마지막 해였던 2007시즌에는 22 5, 평균자책점 2.07의 엄청난 활약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며 외국인 선수로는 타이론 우즈에 이어 두 번째이자, 투수로는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6시즌간 평균 승수(15)나 통산 평균자책점, 이닝수 등에 있어서도 외국인 선수 중 부동의 1위다. 기량뿐 아니라 성실한 품성과 철저한 자기관리로한국형 외인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동료와 팬들의 신망 또한 높았다.

 

그러나 리오스는 이듬해 일본 진출 이후 약물 파문에 휩쓸리며 한국 무대에서의 활약도 의심을 받는 등 커리어에 오점을 남겼다. 국내 야구계 관계자들과 언론이 외국인 선수나 통산 기록 등을 논할 때마다 굳이 리오스를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다.

 

리오스 다음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것은 두산에서 4시즌간 활약하며 통산 49승과 3.4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맷 랜들이다. 랜들은 2005년부터 3년간 리오스와 함께 두산의 선발진을 이끌며 역대 외국인 투수 최강의 원투펀치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록상 외국인 투수로 인하여 가장 덕을 많이 본 팀은 두산이다. 리오스(두산에서만 49)와 랜들을 비롯하여 게리 레스(43)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역대 최다승 1,2,3위가 모두 두산 출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모두 한두 해 반짝한 게 아니라 수년간 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이었다. 이들이 활약하던 2000년대에 두산은 1회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3회의 준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한 시즌밖에 뛰지 않았지만 지난해 14승을 수확한 히메네스,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는 더스틴 니퍼트 역시 두산이 배출한 성공작들이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공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외국인 선발이 엇갈린 평가를 받는 것은, 이에 버금가는 실패작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육성형 용병이라는 어이없는 닉네임이 붙었던 세대뇨를 비롯하여 왈론드, 니코스키 등은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성공한 선수들로 평가받았던 리오스(일본진출), 랜들(부상), 레스(개인사정) 등도 정작 팀과 결별하거나, 결별한 이후의 뒤끝이 그리 좋지 못했던 케이스다. 올해도 히메네스를 한 시즌 만에 일본야구에 빼앗긴 이후, 니퍼트가 비교적 호투하고 있지만 남은 한자리는 라미레즈와 페르난도가 연이어 밥값을 못하고 있어 팬의 속을 끓이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수를 골라내는 선구안이 가장 탁월한 구단으로 꼽히는 것은 역시 KIA. 호랑이군단이 오늘날 프로야구 최강의 막강 선발군단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외국인 선수들의 공이 적지 않았다. 2002년 최초로 외국인 다승왕에 오른 마크 키퍼(통산 34, KIA에서 19)를 비롯하여 리오스를 처음 발굴해낸 것도 KIA였다. 리오스는 KIA에서도 3시즌간 41승을 수확했다.

 

아퀼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 트래비스 블래클리 등도 KIA의 외국인 에이스 계보를 잇는 선수들이다. 2002년에는 키퍼와 리오스가 팀을 거둔 78승중 33승을 합작하며 원투펀치로 활약했고, 2009에는 로페즈와 구톰슨이 27승을 합작하며 팀의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밖에 SK도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케니 레이번, 마이크 로마노, 게리 글로버, 카도쿠라 켄 등 매년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외국인 투수들을 꾸준히 배출해오며중박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외국인 투수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한 팀으로는 삼성이나 LG, 한화 등이 꼽힌다. 삼성 출신으로는 98 15승을 거둔 베이커, 2001 10승을 따낸 갈베스 등이 있었으나, 모두 재계약에 실패했고 이후로는 특별한 성공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특히 갈베스는 뛰어난 기량에도 잦은 기행으로 인해 지금도 삼성팬들에게서 당시 한국시리즈 실패의 주범으로 꼽히며 최악의 용병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선동열 감독 취임 이후에는 국내 불펜 위주의지키는 야구가 주축을 이루며 소모품으로 전락한 외국인 투수들과 선 감독간의 불편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LG도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수 운이 없었던 팀으로 평가받는다. LG 출신으로 성적을 거둔 외국인 투수는 2000 17승을 수확한 대니 해리거(통산 25), 2008 10승을 따낸 크리스 옥스프링(통산 14)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2009~2010년의 2년간은 외국인 투수영입에 많은 투자를 하고도 합작한 총 승수가 12승에 불과했을 정도다. 올 시즌 모처럼 꾸준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리즈와 주키치의 동반활약에 LG 관계자들이 얼마나 안도하고 있을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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