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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예민남’ 트레비스, 평정심이 필요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8. 16.

KIA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의 돌출행동으로 진땀을 흘렸었다.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지원 부족과 불펜난조 때문에 승리를 몇 번이나 날린 로페즈가 덕아웃에서 기물을 부수고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난동을 부렸기 때문.

 

KIA는 올 시즌 로페즈와 재계약하는 조건으로 다시 한번 덕아웃에서 팀워크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 덕분인지 로페즈는 올 시즌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이며 그라운드 위에서 절제된 행실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로페즈가 잠잠하자 이번엔 새로운 외국인 투수 트레비스가 변수로 떠올랐다. 트레비스는 이번 달에만 벌써 두 번이나 그라운드에서의 돌출행동으로 상대편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신경전을 펼치며 도마에 올랐다.

 

트레비스는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서 자신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기록한 두산 양의지에게홈런을 치고빨리 뛰지 않는다며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김민호 두산 3루 코치와도 잠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미국야구 정서에서는 양의지의 행동이 상대 투수를 자극하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트레비스의 행동을 이해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과민반응을 보였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이 해프닝을 통해 국내 선수들의 세리머니 문화에 대하여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KIA는 경기 후 돌발 행동을 했던 외국인투수 트레비스에게엄중 경고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했다.

 

그러나 트레비스는 2주 만에 또다시 유쾌하지 못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엔 삼성 채태인과 충돌했다. 2-2로 맞선 4회말 1사 후 조동찬의 홈런과 강봉규의 적시타로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평정심을 잃은 트레비스는 후속 타자인 채태인에게 연이어 몸 쪽으로 붙는 위협구를 던졌다. 머리로 날아오는 공도 있었다. 채태인이 빨리 피하며 몸에 맞지는 않지만 결국 사구를 허용했다.

 

채태인은 트레비스를 잠시 노려봤지만 아무 말없이 1루로 걸어나갔다. 그러나 잠시 후, 강판되어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트레비스가 또다시 채태인에게 무언가 말을 걸면서 도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격해진 채태인과 트레비스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양팀 선수들이 뛰어나와 벤치 클리어링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양팀의 베테랑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말려서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다지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이번 해프닝도 문화적 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위협구를 던진 선수가 오히려 상대 타자를 똑바로 노려보거나 말을 거는 것은 도발의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상대 타자에게 몇 번이나 몸 쪽 위협구를 날리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더구나 이미 조용히 1루에 나가있는 선수를 향해 강판당하는 투수가 굳이 말을 걸며 사족을 달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지난번 양의지와의 홈런 세리머니 공방에서도 그러했듯, 트레비스가 벌인 해프닝의 핵심은 잘잘못을 떠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트레비스는 왜 이처럼 갑자기 트러블 메이커가 됐을까? 입단 초기만 해도 쾌활한 성격으로 알려진 트레비스는 동료들 사이에서수다맨으로 통할만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난해 로페즈처럼 잘 던지고도 승리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경기가 안 풀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예민해진 것 같다는 게 KIA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미국과 다른 한국 야구의 문화적 차이에 있어서도, 외국인 선수인 트레비스가 한국 문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주된 이유로 지적된다. 하지만 지난해 로페즈는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그럴 만도 하다는 동정론을 얻었지만, 트레비스의 행동은 문화차이를 감안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로페즈는 적어도 주로 덕아웃에서 혼자 분을 삭히곤 했지, 트레비스처럼 경기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유로 상대 선수들과 불필요한 신경전을 펼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식의 감정표출이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팀이 한창 민감한 시기에 트레비스가 외국인 선수로서 자신의 역할에 좀더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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