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SK와의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던 25일 경기에서 두산은 10:4 짜릿한 대 역전극을 허용(?)하며 7위로 내려앉았다. 이제 두산보다 아래에 위치한 팀은 이빨 빠지고 차포 뗀 넥센 히어로즈 뿐이다.
아무리 두산이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잔여경기를 남겨둔 상황이라 한들, 이미 팀의 기세가 꺾여버린 상황에서 상위팀들을 끌어내리기란 쉽지 않은 상황. 결국 알아서 내려와주길 바라야 하는 현 상황에서 두산은 오히려 SK에게 시리즈를 내주며 흔들리는 SK가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 4위 팀인 KIA와 두산의 승차는 무려 10게임. 이미 막바지에 치닫고있는 리그 일정을 고려했을때 두산이 자력으로 4강권에 합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 두산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슬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말처럼 어떻게 해도 솟아날 구멍이 없어 보이지만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될 것이다. ‘희망은 버리지 않되 마음의 준비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설령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해서 낙심하고, 괴로워하지 않길 바란다. 정신건강에 해롭다. 즐기기위해 보는 스포츠인데 그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의 야구는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올 시즌 종료 후 최준석과 이현승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아직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오재원을 비롯한 군 미필 선수들의 입대가 이어질 경우 전력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입대하는 선수가 있다면 제대하는 선수도 있기 마련. 두산은 군 제대 선수들 만으로도 전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재원의 입대 여부를 알 수 없으나 당장 오재원이 입대한다 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올 시즌 큰 기대를 받고 팀에 복귀한 김재환. 그는 지난해 북부리그에서 정상급 타자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2010시즌 김재환의 2군리그 성적 타율 0.316 홈런 21 타점 101) 하지만 지난 시즌 2군 리그 최고의 타자는 김재환이 아니었다.
10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82에 홈런 24개에 97타점, 그리고 15개의 도루까지. 2군에서 거둔 성적이지만 그렇다고해서 평가절하 하기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성적표가 너무나 우수하다.
이와 더불어 올 시즌 북부리그 도루 1위에 랭크되어 있는 허경민 역시 내년 시즌 복귀를 앞두고 있다. 안치홍, 김상수, 오지환, 이학주 등의 동기들에 비해서 공격력은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수비에서 만큼은 단연 으뜸으로 꼽혔던 허경민은 경찰청에 입단 후 방망이질에 눈을 뜨며 공수주를 고루 겸비한 유격수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현재 두산의 주장이자 리그 최고의 유격수인 손시헌은 직접 허경민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됐다.
이 둘의 복귀만으로도 두산은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올 시즌 두산이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 중 하나는 그동안 두산의 강점으로 꼽혔던 두터운 선수층에 붕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부상과 3루 자원인 김동주와 이원석의 부상과 부진으로 생겨났던 내야의 공백을 쉽사리 메우지 못하며 한 때 선수 구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두 선수가 복귀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허경민과 2루수로 팀에 입단했지만 상무에서 유격수로써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는 최주환의 가세는 당장 내야의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두산 팬들은 이미 시즌 초반에 야구 외적인 문제들로 힘들만큼 힘들어했다. 이제는 힘들어하지도, 괴로워하지도 말고 그저 야구를 즐기기 바란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묵묵히 팀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그리고 내일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