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시즌 종료 후 FA를 선언한 박명환은 친정팀 두산의 라이벌인 LG로 향하게 된다. 이미 이때 두산은 김선우의 국내 복귀를 타진했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메이저리그를 향한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고, 결국 김선우의 복귀는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된다.
그렇게 김선우 없이 07시즌을 맞이한 두산은 리오스-랜들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바탕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지만 안타깝게도 준우승에 머물고 만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다승과 리그 MVP를 거머쥐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난 리오스가 일본행을 택하며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리오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산은 다시한번 김선우에게 손길을 내민다. 그렇게 김선우는 두산 유니폼을 입게되고 빅리거 출신의 토종 우완의 입단에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50km에 달하는 빠른 공과 주무기인 고속 슬라이더로 KBO 무대를 평정해 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빠른 공의 구속은 여전했으나 구위는 기대에 미치질 못했고, 간혹 속구가 투심성으로 휘어져 들어가면서 볼이 몰리게되며 통타당하기 일쑤였다. 물론 볼이 투심성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정말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당시 김선우는 그리 다양한 구종을 보여주지 않았다. 구종이 적었다기 보단 본인이 그러한 피칭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패스트볼의 비중이 꽤나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성향은 미국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나타났었는데, 김선우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을 토대로 했을때 패스트볼 비율은 61.3%, 슬라이더 비율은 22.4%로 단 두 가지 구종이 레퍼토리에 83.7%나 된다. 빠른 이해를 돕기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박찬호의 경우 패스트볼의 비율은 55.4%에 불과했고 슬라이더 21.4%, 커브 12.2%, 체인지업 9.7%로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한 것으로 나타나있다.(이마저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2010시즌에는 패스트볼 비율이 무려 46.9%까지 떨어졌다.) 더불어 이닝 당 1개에 가까운 탈삼진을 잡아내며 ‘다이스-K'로 불렸던 보스턴의 마쓰자카 역시 통산 패스트볼 비율은 53.6%에 불과하다. (그 외 슬라이더 20.1%, 컷패스트볼 15%, 커브 3.1%, 체인지업 5.2%, 스플리터 3.0%로 다양한 구종을 구사) 물론 이것은 미국에서의 성적이지만 충분히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는 자료다.
국내에 와서도 이러한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김선우는 더 이상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가 아니었다는데 있었다. 이미 국내로 유턴할 당시 김선우는 우리나이로 31세. 만으로 따져도 30세였다. 언제까지나 속구 하나만 믿고 타자를 상대할 순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그의 피칭에 타자들은 장단을 맞춰주지 않았다.
그리고 2010시즌. 김선우는 다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스플리터를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기록표에는 스플리터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봤을때 국내에 온 뒤 습득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김선우는 스플리터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비록 시즌이 진행되며 그의 고질병인 왼무릎이 그의 발목을 붙잡으며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기록하긴 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김선우의 스플리터는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무엇보다 스플리터가 한 방향으로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우타자의 몸쪽으로 떨어지며 타자로 하여금 공략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해 힘만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뒤 김선우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나타났다. 단조로운 구종만으로 타자와의 정면승부만을 고집하던 투수에서 어느새 타자를 요리할 줄 아는 기교파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무엇보다 김선우를 달라지게 한 것은 올 시즌 그가 주무기로 삼고있는 ‘변형 체인지업‘ 구사하면서 부터이다. 땅볼 유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공은 스플리터와 같이 중지와 검지를 벌려잡고 던지지만 공의 궤적은 체인지업과 유사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무리하다싶을 정도로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다면 올 시즌에는 무리하다싶을 정도로 변화구의 구사 비율이 높다.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 것이다.
150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갖춘 전형적인 파워피쳐였던 김선우지만 최근 그의 피칭을 보면 속구의 평균구속은 140km 초반대에 머문다. 간혹 결정구로 던진 속구 역시 140km 중반을 체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그의 성적은 국내 무대 데뷔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나다.
일반적인 파워피쳐들은 나이가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기교파로써의 변화를 꾀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겪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살아남은 선수들이 바로 40세 가까이 되어서도, 혹은 그 이상까지도 선수생활을 이어나가는 선수들이다. 그런 면에서 김선우는 롱런의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두산은 오랜 기간 동안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해줄 보배를 얻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