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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돌아온 류현진, 기록행진은 계속되어야 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9. 9.



괴물
류현진이 돌아왔다. 물론 이전에도 간간히 구원투수로 모습을 내비치긴 했으나,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컴백이라 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 류현진은 선발투수, 그것도 매 경기마다 7이닝 이상을 책임져주는 리그 최고의 완투형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8일 펼쳐진 넥센과의 경기에서 약 70여일 만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그의 컴백을 간절히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직은 조심스러운지 6이닝만 던지고 내려갔지만, 투구수는 72개에 불과했고, 피안타도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은 6개를 잡았고, 실점은 1점뿐. 그 유일한 1실점도 실책으로 2루까지 출루한 주자가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은 것으로, 류현진의 자책점은 아니었다.

 

한화 타자들이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간신히 2점을 내준 덕분에, 류현진은 오랜만의 선발 복귀전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로서 류현진은 현재까지 9 7패 평균자책점 3.65의 올 시즌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111이닝을 소화했는데, 앞으로 남은 20경기 중 3~4번 정도를 등판한다고 보면 규정이닝(133이닝)을 채우는 것은 물론, 두 자릿수 승리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는 20년 연속 10(실제로는 20년 연속 13승 이상)이라는 믿기지 않는 위대한 기록을 남긴 전설적인 투수(그렉 매덕스)도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5연 연속 10승을 거둔 투수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류현진 이전에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수는 김시진(83~88, 6년 연속, 111), 선동열(86~91, 6년 연속, 116), 이강철(89~98, 10년 연속, 132), 김상진(91~95, 5년 연속, 65), 정민철(92~99, 8년 연속 109), 정민태(96~00, 5년 연속 83), 다니엘 리오스(02~07, 6년 연속, 90)까지 모두 7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류현진처럼 신인으로 데뷔한 첫 시즌부터 곧바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수는 김시진을 시작으로 이강철, 정민철, 김상진까지 4명뿐이다. 그리고 5년 연속 선발 10승을 기록한 선수도 김시진, 정민철, 정민태, 리오스의 4. 류현진처럼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뷔 첫 시즌부터 5년 연속 선발 10을 달성한 선수는 김시진과 정민철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류현진은 국내파 투수들 중에는 정민태에 이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투수이며, 김시진과 정민철 외에는 아무도 하지 못한 데뷔 이후 5년 연속 선발 10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과거 경쟁하던 타자에게 고의사구를 남발하며 이만수의 트리플 크라운(1984)과 이정훈의 타격왕 등극(1991)만들어 냈던김영덕 감독은 비난은 잠시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망언?)을 남겼다. ‘비난은 잠시지만이라는 문구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말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기록이라는 실질적인 데이터를 후대에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기록이야 말로 먼 훗날의 야구 팬들이 몇 십 년 전에 활약했던 선수들이 남긴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류현진의 기록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랐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류현진이 올해 거둔 9승은 모두 선발승이다. 그리고 앞으로 1승만 더 추가하면 데뷔 시즌부터 6년 연속 두 자릿수 선발승을 거둔 선수가 된다.

 

김시진의 경우 88년에 기록한 11승 중 2승은 구원승이었다. , 그의 기록은 5년으로 중단되었단 뜻이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신인 시절부터 시작해 6년 이상 연속으로 두 자릿수 선발승을 기록한 선수는 정민철이 유일하다. 92년부터 99년까지 거둔 109승 중 106승이 선발승이었던 정민철은 데뷔 시즌부터 8년 연속 선발 10승 이상을 기록한 단 한 명의 선수다.

 

그리고 앞으로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바로 류현진이다. 올해로 6년차인 류현진은 아마도 2015년에는 한국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FA가 된 그를 미국과 일본에서 가만 놔둘 리 없기 때문. 그래도 2014년까지는 계속해서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정민철의 기록을 깨고, 9년 연속이란 새로운 역사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겨우 6년차의 선수지만, 이미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되었다. 선동열 이후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신인시절에 달성, 신인왕과 MVP를 석권한 것부터가 그 놀라운 역사의 시작이었다. 어쩌면 그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앞으로 3년뿐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을 세우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며 그의 피칭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는 지금의 야구팬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후 기록으로나마 류현진이란 투수의 위대함을 되새길 후대의 야구팬을 위해서라도, 류현진의 기록 행진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그것이 곧 한국 야구의 역사’로 남을 테니 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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