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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장효조 타격상은 찬성, 최동원 투수상은 글쎄…?

by 카이져 김홍석 2011. 9. 18.



최근 한국의 야구계에는 두 개의 큰 별이 떨어졌다
. 한 명은 80년대의 전설적인 타격왕이었던 타격의 달인장효조, 다른 한 명은 1984년 한국시리즈 4승에 빛나는 무쇠팔최동원이다.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들인 만큼, 그들을 떠나 보내는 팬들의 가슴에도 커다란 멍이 들고 말았다.

 

그 때문인지 일부 야구팬을 중심으로 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장효조 타격상최동원 투수상을 새로 만들어서, 해당 시즌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타자에게는 장효조 타격상, 가장 뛰어난 피칭을 선보인 투수에게는 최동원 투수상을 시상하자는 의견이다.

 

이 의견은 한국에도 이제는 초창기 프로야구를 빛낸 선수의 이름을 딴 상이 하나쯤 만들어질 때도 되었다는 의견과 더불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어느덧 30년이 되었으니, 그런 의견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상의 제정에 있어서는 좀 냉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을 살다 보면 선한 동기가 꼭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찬가지로 취지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중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그 취지마저 퇴색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장효조 타격상의 제정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역대 통산타율 1위인 장효조는 누가 뭐래도 80년대 최고의 타자였고, 모두가 인정하는 타격의 달인이었다. 종합적인 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장효조의 이름을 딴 타격상을 시상한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동원 투수상의 제정에 대해서는 일단 반대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에이스가 50대 초반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너무나 아쉽고 가슴 아프지만, 이것은 단지 감정적인 면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굳이 이런 투수상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최동원과 선동열 중 어떤 투수를 더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최동원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선수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테고, 그렇게 선수로서 남긴 기록 외적인 면에서의 최동원이 얼마나 훌륭하고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누가 더 위대한 투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선동열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라는 틀 속에 한정시킨다면, 역대 그 어떤 투수도 선동열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동원은 선동열보다 4년 선배고,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에 이미 실업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었다. 따라서 실업리그 시절까지 모두 고려한다면, 최동원이 남긴 업적이 선동열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2번의 선수협 결성과 관련하여 선동열이 취한 (비겁한) 태도를 생각하면 더 존경 받아야 마땅한 야구인은 최동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일단 프로 출범 이전의 시기는 배제할 수밖에 없고, 일단은 개인이 남긴 통산 성적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는 분명 선동열이었고, 만약 어떤 투수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든다면 그건 선동열 투수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OOO 투수상이란 이름의 상을 굳이 따로 만들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있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는 이미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가 그 역할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

 

일부 팬들이 최동원 투수상이나 선동열 투수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모방 심리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 사이영 상이 있고, 일본에는 사와무라 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최고 투수의 이름을 딴 상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굳이 따로 상을 만들어서 시상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그 상의 주인공이 될 게 뻔한데 말이다. 아예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별칭을 선동열 투수상(혹은 최동원 투수상)’으로 한다면 모를까, 또 다른 상을 만들어서 시상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 될 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리그 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투수를 한 명씩 선정하여 사이영상을 준다. 그리고 그것과 성격이 겹치는 다른 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골드글러브는 철저한 수비력 기준이고, 실버슬러거는 (투수라 하더라도) 타격 성적이 기준이 된다. 투수로서의 성적을 기준으로 하여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은 사이영상이 유일하다.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수비력을 기준으로 한 골든글러브 외에도 베스트 나인을 따로 선정해 시상한다. 하지만 베스트 나인은 리그별로 뽑는 것이라 2명의 투수가 뽑히지만, 사와무라 상은 양대리그를 통합하여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 또한, 사와무라 상은 최고의 완투형 선발투수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구원투수는 그 수상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하지만 지금 팬들이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는 ‘OOO 투수상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비교해 아무런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 일본처럼 선발투수로 그 대상을 한정시킨다면 선동열 투수상이란 이름은 사용할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최동원 투수상으로 이름 붙이기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선동열이란 이름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나 대단하다.

 

함께 논의되고 있는 장효조 타격상의 경우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 그 해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타격 전문상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시상하며, MVP 선정에 있어서도 딱히 타자가 투수에 비해 유리할 것이 없다. 따라서 장효조 타격상은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로 이미 차별화된 하나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래도 굳이 ‘OOO 투수상을 만들고 싶다면, 그에 앞서 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골든 글러브의 성격 변화. 미국이든 일본이든 황금장갑은 최고의 수비수를 뽑아 수상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타자나 투수로서의 성적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그래서 매년 글러브를 사용하지도 없는 지명타자가 도금된 글러브를 품에 안고 기념 사진을 찍는 웃지 못할 촌극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어왔고, 그렇다면 이번을 계기로 하여 시상 기준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만 된다면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투수상이 기존의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대신하여 그 나름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최동원 투수상의 수상 대상을 아마추어 선수로 한정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고교야구에서는 매년 최고의 타자를 뽑아 이영민 타격상을 시상한다. ‘최동원 투수상이 그 짝을 이룬다면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 , 그렇게 되었을 때는 이영민 타격상과 마찬가지로 팬들의 큰 주목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메이저리그에는 행크 아론 상도 있다. 199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철저히 타격 성적을 기준으로 하여 리그별로 그 해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타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이 상의 가치와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제정 당시에는 기자단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팬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에 와서는 단순한 인기투표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 없는 상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이영 상만큼 엄격하게 수상자를 선별했다면, 지금쯤 행크 아론 상은 또 하나의 큰 의미가 있는 상으로 위상이 높아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정 자체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 가치를 유지시키는 작업에 소홀했기 때문에 지금은 팬들의 과심에서 크게 벗어난 상태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상이라면, 그것을 만드는 것이상으로 그 상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에 대한 세심한 준비와 관심이 필요하다. ‘장효조 타격상도 좋고 ‘OOO 투수상도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일단 만들어 놓고 보는 식이 된다면, 언젠가는 그 가치에 대한 회의론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하늘의 별이 된 프로야구의 레전드들의 넋을 기리고 그 이름을 후대에 전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 목적에 부합하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요소를 냉정하게 분석하여, 후대의 야구팬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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