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올 시즌 최고의 ‘클러치히터’는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11. 9. 22.



팬들은클러치히터에 열광한다. 평소에 못하다가도 결정적인 찬스에서 한 방을 날려준다면 타율이 25푼일지라도 많은 환호를 받는 것이 클러치히터다. 반면, 평소에는 잘 치다가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유독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타자도 있다. 팬들은 이런 선수들을 두고스탯 관리를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상 순위 싸움이 끝난 이후에는 맹활약을 해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팀이 어려울 때, 팀이 진정으로 한 방을 원할 때 해주는 타자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득점 찬스에서 좋은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팽팽한 상황 속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한 채 상대 투수의 투구를 공략하는강심장이 필요하다. ‘클러치히터는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탄생할 수 없다. 여기, 올 시즌 팀이 어려울 때마다 결정적인 한 방으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낸강심장을 가진 타자들을 소개한다.

 

▲ 한화, 도깨비팀의 근거는 득점권 타율

 

어떤 타자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안타를 쳐줄 수 있는강심장을 가졌는지는 득점권 타율을 통해서 어림짐작할 수 있다. 올 시즌 현재까지 득점권 타율이 가장 높은 타자는 롯데의 이대호(.408). 사실 이대호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높은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완벽한 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대호 다음으로는 최정(.388), 최진행(.374), 김현수(.341), 안치홍(.341), 이병규(.341), 박석민(.339), 손아섭(.329), 강동우(.327), 김동주(.325) 등이 높은 득점권 타율을 자랑한다. 이들 가운데 자신의 시즌 성적보다 득점권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로는 최진행, 박석민, 안치홍, 김현수, 김동주, 강동우 등이다. 특히 한화의 최진행과 강동우는 시즌 타율은 .280에도 못 미치지만, 득점권 타율은 3할을 훌쩍 넘기고 있다.

 

올 시즌 한화가 빈곤한 공격력으로도 득점력 최하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이처럼 주축 타자들의 득점권 타율이 높은 탓이다. 한화의 득점권 타율은 .292 8개 구단 가운데 1, OPS .844로 가장 좋다. 그 뒤를 쫓고 있는 팀은 롯데(타율 .286, OPS .801), KIA(타율 .285, OPS .834), 두산(타율 .280, OPS .803) 순인데, 모두 한화와는 어느 정도 격차를 두고 있다. 현역 시절해결사로 이름 높았던 한대화 감독이 지휘봉을 쥐고 있는 팀답다.

 

▲ 가르시아임팩트 있는 한 방의 단골손님

 

여기에 규정타석을 충족하진 못했지만, 클러치 상황만 되면, 강렬한 한 방을 날린 최고의 선수가 한화에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가르시아다. 올 시즌 현재까지 가르시아의 타율은 .248로 평균 이하다. 64경기를 뛴 가르시아의 안타는 60개로 경기당 1개에도 못 미친다.

 

이런 가르시아가 득점권만 되면 180도 다른 선수로 변신한다. 가르시아의 득점권 타율은 .328이며, OPS는 무려 1.214.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득점권에서의 홈런이 많다는 점이다. 고작 64경기에 출장했음에도 득점권 상황에서 8개의 홈런을 기록, 최형우와 함께 공동 1위다.

 

15개의 홈런 가운데 주자가 있을 때 때려낸 홈런도 11개나 된다. 주자가 없을 때는 .208에 타율에 그치는 선수가 주자만 나가면 .295까지 타율이 상승한다. 이대호, 최정, 박석민 같은 타자들도 대단하지만, 평소에는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다가도 주자가 루상에 있기만 하면 시원한 장타를 날려주는 가르시아야 말로진정한 클러치히터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화에는 강동우, 가르시아, 최진행을 포함해 득점권 타율이 3할이 넘는 타자가 7명이나 있다. 이대수(.322)와 정원석(.315), 김경언(.308), 한상훈(.305)이 나머지 주인공들인데, 이런 집단적인 한화 타자들의 집중력을야왕 버프라고 칭하는 팬도 있다.

 

▲ 득점권 타율만 봐서는 갸웃하게 만드는 선수들

 

단순히 득점권 타율이 높다고클러치히터라고 불러줄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득점권 상황이 늘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 스코어가 10-1인데 득점권에서 안타를 치는 경우와 동점 상황의 팽팽한 승부 속에서 역전 주자를 두고 때려낸 안타의 가치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위를역전 주자가 베이스에 출루했을 때 타율로 좁히면 어떨까?

 

올 시즌 현재까지 역전 주자가 있을 때 4할 이상의 타율(40타석 이상 기준)을 기록한 선수는 모두 6, 박석민, 정상호, 김주찬, 홍성흔, 이진영, 정수빈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삼성의 박석민은 역전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411의 타율과 함께 리그 최다인 6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득점권에서 강했던 가르시아는 오히려 역전 주자가 있을 때는 타율이 .222로 낮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르시아가 친 8개의 안타는 모두 장타(2루타 3, 홈런 5)였다. 타율은 낮더라도 장타가 주는 임팩트는 강하다.

 

KIA 안치홍의 경우 득점권 타율은 .341로 리그 5위였지만, 역전 주자가 나가 있을 때의 타율은 .227에 불과했다. 정말 중요할 때는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며, KIA 팬들이 안치홍의 득점권 타율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안치홍과 반대로 득점권 타율은 낮지만, 역전 주자가 있을 때는 잘 때리는 선수도 KIA에 있다. 바로 이용규다. 올 시즌 타율이 .335나 되지만 득점권 타율은 .247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역전주자가 나가면 이용규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는데, 27타수 14안타(타율 .519)를 기록하며 동일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 클러치히터는 과연 존재하는가?

 

한때 메이저리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클러치 히터의 존재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클러치 능력이란 것은 매 시즌마다 그 변동폭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찬스에 강한 타자도, 꾸준히 약한 타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올 시즌 최고의 클러치 히터 중 한 명인 가르시아의 지난해 성적이다. 지난해 가르시아의 득점권 타율은 .248로 평범했으며, 동점주자가 있을 때(.200)나 역전주자가 있을 때(.215)는 더 약한 모습을 보였다. 홈런도 겨우 2, 올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 득점권 타율이 저조한 이용규는 지난해 득점권 타율이 .357로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무려 5푼이 높았다.

 

반면, 김동주처럼 매 시즌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도 존재한다. 최근 5년간 김동주의 득점권 타율이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낮았던 해는 작년이 유일하다. 특히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김동주의 득점권 타율은 .359 / .346 / .369로 매년 리그 상위권에 올랐다. 가르시아도 2008년에 득점권 타율 .338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던 작년만 제외하면 주자가 있을 때 더 좋은 타격을 보였다.

 

‘클러치히터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은 클러치히터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으며, 고전적인 야구 전문가들은 찬스에서 특별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타자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여긴다. 팬들 사이에서도 클러치히터가 존재한다고 믿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숫자를 떠나서 생각하면 경험이 많은 타자일수록 찬스 상황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어느 쪽의 말이 맞는 지 확실한 정답을 내놓을 수 없는 문제이니만큼 클러치히터의 존재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블로거는 여러분들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