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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승에 도전하는 NL의 에이스 투수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26.

지난 2006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2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탄생하지 않았던 해였다.


물론 파업시즌이었던 1994년과 1995년 등에도 20승 투수는 없었지만 그런 몇몇 특별한 시즌을 제외한다면, 정규 경기가 모두 치러진 정상적인 시즌에서 10승 대 투수가 양대 리그의 다승왕을 차지한 것은 2006년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요한 산타나와 왕첸밍이 19승으로 다승왕에 올라 아쉬움을 달랬지만, 무려 6명이 난무했던 내셔널 리그의 다승왕은 고작 16승에 불과했다.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브렌든 웹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도 20승과 2점대 방어율 그리고 200탈삼진 등의 사이영상 수상자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고지를 단 하나도 점령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웹은 16승에 3점대 방어율(3.10)을 기록한 사이영상 수상자였다.


20승 투수에 대한 갈증은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의 자쉬 베켓이 20승 고지에 오르며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내셔널 리그에서는 여전히 20승 투수를 볼 수 없었고, 제이크 피비는 19승으로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역시나 20승 고지에 오르지 못한 피비의 투수 3관왕을 페드로 마르티네즈나 랜디 존슨의 그것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는 이는 없다.


한 리그에서 2년 연속으로 20승 투수가 탄생하지 않은 것도 파업 시즌을 제외한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내셔널 리그의 많은 팬들은 새로운 20승 투수를 기다리고 있다. 2008년에 20승에 도전하는 각 팀의 에이스급 투수 중,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선수들을 살펴보자.

▷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

내셔널 리그에서 20승을 달성할 가장 유력한 선수는 역시 현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요한 산타나(15승 13패 3.33)다. 비교적 투수에게 유리한 내셔널 리그, 그것도 투수친화적인 셰이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하는 메츠로 옮겨온 터라, 올 시즌 산타나의 방어율은 2점대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 거기에 소속팀 메츠는 수준급의 타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예년처럼 건강하게 33경기 이상을 선발 등판한다면 20승 고지가 그리 멀어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평가다.


또한 메츠에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선수가 한 명 있다. ‘외계인’ 또는 ‘투수지존’이라는 별명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페드로 마르티네즈.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해낸다면 다시금 20승 투수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언제나 그의 키워드는 ‘건강’이다.


▷ 로이 오스왈트(휴스턴 에스트로스)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으로 20승을 달성했던 현재 ‘내셔널 리그의 마지막 20승 투수’ 로이 오스왈트(14승 7패 3.18)도 가능성이 있다. 2년 연속으로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며 다승왕 타이틀과 떨어져있었지만, 올해는 휴스턴의 막강 타선의 힘을 입어 산타나를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 중에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승은 자신의 능력뿐 아니라 타선의 도움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하는 것. 헌터 펜스-랜스 버크만-카를로스 리-미겔 테하다로 구성된 휴스턴의 파괴력 넘치는 중심타선은 그들의 에이스에게 많은 승리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 카를로스 잠브라노(시카고 컵스)

시카고 컵스의 다혈질 에이스 카를로스 잠브라노(18승 13패 3.95)도 올해를 노리고 있다. 잠브라노가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했던 것은 당시의 주전 포수 마이클 바렛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서였다. 바렛이 트레이드 되고난 후 잠브라노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었었고, 결국 생애 최다인 18승 고지에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2008년의 컵스는 기존의 알폰소 소리아노와 아라미스 라미레즈, 데릭 리 등으로 구성된 우타자 일색의 타선에 일본 출신의 좌타자 후쿠도메 코스케까지 더해지면서 타력 보강에 성공했다. 잠브라노 역시 자신을 믿고 거액의 장기계약(5년 9150만불)을 보장해준 팀에게 20승과 사이영상으로 보답을 할 때가 왔다.


▷ 브렌든 웹 & 댄 하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애리조나의 원투펀치도 20승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2006년 사이영상 수상에 이어 지난해에도 2위에 올랐던 브렌든 웹(18승 10패 3.01)과 지난해 오클랜드의 에이스로서 좋은 투구를 선보였던 댄 하렌(15승 9패 3.07). 이들의 조합은 과거 랜디 존슨과 커트 쉴링 이후로 내구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최고의 원투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리조나의 타선이 워낙 기복이 있는 터라 어느 정도의 득점 지원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들 중 한 명이 20승 투수로 우뚝 선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 제이크 피비(센디에이고 파드레스)

지난해 투수 3관왕에 빛나는 제이크 피비(19승 6패 2.54)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지난해 최고의 방어율을 기록하고도 20승에 실패했을 정도로 샌디에이고의 타선이 부실한 터라 올해도 그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승에 도전하기 위해선 최소한 작년과 비슷한 방어율이 필요할 것이며,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 콜 하멜스(필라델피아 필리스)

지금까지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 주인공은 바로 필라델피아의 젊은 에이스 콜 하멜스(15승 5패 3.39)일 것이다. 지난해 하멜스는 부상으로 한 달가량을 결장했고, 그의 15승은 28경기 만에 따낸 것이었다.


올해도 필라델피아의 타력은 내셔널 리그의 16개 팀 중 단연 최강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필살의 체인지업을 앞세워 작년과 같은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간다면 25살에 불과한 하멜스가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등극할 수도 있다. 참고로 지난해 후반기 하멜스의 방어율은 2.78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