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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PO 전망] 롯데가 꼭 이겨야 하는 4가지 이유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0. 15.



16일부터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 간의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시작된다. SK는 최근 5년 동안 단기전 시리즈에서 한 번을 빼면 모두 승리(4 1)했고, 롯데는 지난 11년 동안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이겨보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에는 롯데가 더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1. 객관적 전력상의 우위

 

팀 당 133경기를 치른 정규시즌에서 롯데는 2, SK 3위였다.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팀 전력을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롯데가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34 2 15패라는 7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 같은 기간 동안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SK도 김성근 감독이 해임되는 충격을 딛고 29 3 25패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으나, 롯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롯데의 장점은 역시나 타력이다. 133경기에서 무려 713득점, 경기당 평균 5.36점을 기록했다. 팀 득점 2위인 KIA 타선을 무난히 제압하고 올라온 SK 투수진이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KIA의 팀 득점은 627점이었다. 7위인 한화가 568점이었음을 감안하면 1~2위 간의 격차가 2~7위 간의 격차보다도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롯데의 타력은 8개 구단 중 독보적인 위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선발 타자 중 손아섭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타자는 모두 오른손 타자들이다. SK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풍부한 왼손 투수진이라 봤을 때, 롯데와는 상성이 나쁠 수밖에 없다. 1차전 선발 투수인 김광현은 지난해 롯데 전에서 3.1이닝 동안 8실점하며 자신의 데뷔 후 최다실점을 기록한바 있다.

 

실질적으로 SK가 롯데에 비해 앞서는 것은 경험수비. 하지만 이만수 감독대행이 조범현 감독과의 수 싸움에서 완승을 거둔 것처럼, 야구에서 경험이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 수비에서의 열세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설픈 수비 하나가 경기의 흐름은 물론, 나아가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까지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 그것만 조심하면 분명 전력상으로는 롯데가 유리하다.

 

2. 롯데 팬들의 오랜 기다림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이다. 아니, 롯데가 플레이오프(PO) 무대에 진출한 것 자체가 1999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이후 2000, 2008~2010년까지 4번이나 준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지만,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18년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전신을 포함하면 8개 구단 중 가장 오랜 기록이다. 불명예일뿐 아니라, 잊고 싶은 기억이다. 가장 많은 야구팬을 보유한 부산을 연고로 한 구단이라면, 적어도 이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한다. 올 시즌도 팬들의 기대가 크다. 그 첫 걸음은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다.

 

롯데 팬들은 열정적인 만큼, 아픈 시기를 오래 겪었기 때문인지 냉정하기도 하다. 대부분의 롯데 팬들은 올 시즌이 우승의 적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삼성의 전력이 너무 강하고, 롯데는 아직 뚜렷한 약점이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바라는 건 우선 하나, 1999년 이후 12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 2위로 올라간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랄 수 없다. 더 이상 팬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는 건 곤란하다.

 

3. 양승호 감독의 확실한 자리매김

 

2008년부터 3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그 한계가 명확했다. 메이저리그식 경기 운영을 통해 정규시즌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국식 단기전에는 끝내 적응하지 못했다. 3위로 준PO에 올랐던 2008년에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3연패 탈락했고, 2009년에는 1차전 후 3연패, 2010년에는 2연승 후 3연패라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보여주고 말았다. 단기전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감독은 한국에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래도 로이스터 전 감독은 많은 것을 남겼다. ‘No Fear’ 정신을 통해 롯데 선수들은 한층 정신적으로 강력해졌으며, 7년 동안 이어지던 패배의식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따라서 올 시즌 롯데의 선전을 두고도 로이스터의 유산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4~6월에 양승호 감독을 비난하기에 열을 올렸던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도 신임 감독의 능력을 인정치 않고,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애써 무시하려 든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로이스터 감독이 좋은 유산을 남겼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양승호 감독에게 없었다면 올해의 롯데는 일찌감치 좌초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양승호 감독은 2~3개월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로이스터 감독의 유산을 훌륭하게 계승했고, 거기에 로이스터 감독조차 끝내 성공하지 못했던 불펜 재건이라는 +@까지도 보탰다. 그 결과가 팀 창단 이후 최초의 단일리그 2위라는 성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양승호 감독은 이미 PO 결과와 관계없이, 내년 이후에도 롯데를 이끌어가야 한다. 하지만 대중은 자신의 시각이 틀렸음을, 자신이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어지간해선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이미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PO 시리즈에서 승리하여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양승호 감독의 지위가 더욱 굳건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이후 정말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SK를 꺾어야만 한다.

 

4. 떠나간 전설 최동원을 위하여

 

가을의 초입 무렵, 야구 팬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영원한 타격왕 장효조와 슈퍼 에이스 최동원이 지병으로 인해 50대 초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최동원은 1984년 롯데가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따낸 신화의 주인공이고, 장효조는 19922번째 우승을 함께 한 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한 레전드다.

 

엄밀히 말하면 장효조는 삼성의 레전드에 더 가깝겠지만, 둘 다 롯데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특히 최동원의 마지막 모습이 남긴 여운은 너무나 짙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스타였음에도 동료들을 위해 홀로 총대를 맸고, 그로 인해 사랑하던 구단으로부터 버림 받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비운의 스타. 그런 최동원만 생각하면 롯데 팬들은 눈시울이 붉어진다.

 

최동원에게 롯데 구단이 행한 짓은 팬들 역시 결코 용서치 않는다. 하지만 최동원의 의지와 뜻만은 선수들과 팬들이 뚜렷이 기억하고 있으며, 이번 시리즈의 승리를 그 영전에 바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여한 송승준도 돌아가신 최동원 선배님을 위해서라도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롯데 선수들에겐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팬들의 응원 속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이뤄내길 기대해 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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