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1982년에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30년째를 맞이한 해였고, 때마침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민스포츠’로서의 입지를 더욱 돈독이 할 수 있었다. 총 누적관중은 680만명이 넘어섰으니, 이만하면 내년에는 700만 관중을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팬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시즌의 프로야구를 빛낸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2월 11일 서울 대치동 SETEC 제1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상식이 열리는 12월 11일은 일요일이다. 왜 하필이면 공휴일에 시상식이 열리는 것일까?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아니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모두 오프시즌이라 어차피 공휴일에 굳이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작년에는 토요일에 시상식이 열렸고, 재작년에는 금요일, 2008년에는 목요일에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거행됐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12월 11일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창립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81년 12월 11일 오후 2시, 롯데호텔에서 프로야구 창립총회가 열렸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OB 베어스, 해태 타이거즈, 삼미 슈퍼스타즈, MBC 청룡의 6개 구단 체제의 프로야구가 정식으로 그 탄생을 알린 것이다.
KBO의 규정을 보면 골든글러브의 경우 “시상일은 12월 중에 KBO가 스폰서쉽과 연계하여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12월 11일로 이미 못박아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만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창립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의 총 30번 가운데 12월 11일이 아닌 다른 날짜에 시상식이 거행된 것은 1999년 딱 한 번뿐이다. 당시는 중계방송사와 각 언론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12월 15일에 시상식이 열렸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언제나 매년 12월 11일에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가려져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제5공화국 당시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만들어진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보면 프로야구도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정치 역사의 ‘달갑지 않은 부산물’ 중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덧 하나의 고정관념처럼 굳어져서, 굳이 그 내부상황을 자세히 알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당시 프로야구 출범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당시는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던 시기였고, 정치적인 목적 외에 사회-문화적인 면에서도 프로야구의 등장이 필연적이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컬러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방송국은 ‘방송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컨텐츠’를 찾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에 가장 어울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였다. 당시 프로야구에 MBC가 뛰어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허구연의 야구>에 실린 위호인 초대 MBC 청룡 야구부장(전 MBC 애드컴 사장)이 쓴 글에 의하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프로야구 출범 자체를 청와대가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프로야구의 출범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추진한 인물은 이진희 당시 MBC 사장이었고, 이진희 사장의 지휘 아래 MBC가 프로야구 출범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획서를 제출하여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프로야구 출범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청와대가 앞장 서서 민심 분산책의 일환으로 프로스포츠를 창설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향후 프로야구의 정체성을 확보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내용이다. 적어도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프로야구의 필요성을 인식한 몇몇 사람들의 오랜 노력 덕에 지금 우리나라의 수많은 야구팬들은 매년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본격적인 출발이 되는 날이 바로 12월 11일이니,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겸해 그날을 기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느덧 3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 한국 프로야구.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어 팬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지만, 어쨌든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발전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과 번영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되길 기대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2010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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