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SK의 경기는 양 팀 모두 한 치의 양보 없는 승부가 전개됐다. SK가 선발 김광현의 상태가 이상함을 파악한 직후 2회부터 고든을 앞세운 데 이어 롯데 역시 에이스 송승준이 박정권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자 그 다음 이닝 때 투수를 교체했다. 무려 14명의 투수가 투입된 이 경기에서 마지막에 웃은 것은 SK. 8-4의 스코어로 끝난 이 경기는 ‘명승부’로 불릴 만했다. 특히, 6-1 상황에서 롯데가 6회 말 공격서 6-4까지 추격한 장면은 이 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그토록 멋진 승부의 막바지에, 야구장에서 벌어지면 안 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해 경기를 보는 팬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관중석에서 같은 지역팬들끼리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물론 이는 경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매조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중석도 그라운드의 일부라 생각하면, 이러한 ‘난투극 소동’은 단순히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
▲ 과유불급이 부른 불상사
일부에서는 롯데의 패색이 짙어지자 한 관중이 난동을 피우면서 난투극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전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끝까지 경기를 지켜 본 한 야구팬은 “SK에 패했다는 이유로 난투극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담배를 피우던 관중이 있기에 ‘금연’을 요청한 것일 뿐인데, 때마침 술에 취한 또 다른 관중이 (금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언어가 격해지면서 싸움까지 번진 것이다.”라는 말로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러는 한편, 야구장 안에서 불거진 일로 인하여 다수의 롯데 야구팬들을 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장면이 그대로 ‘공중파 TV 중계방송’을 통하여 고스란히 전국에 송출됐다는 점이다. 이에 사정을 모르는 이들 눈에는 ‘이번에도 사직구장인가?’라는 오해를 살 만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2008년을 시작으로 사직구장에서는 매년 포스트시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한 차례 이상 발생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는 뒤늦게나마 뜨겁게 달아올랐고, 나머지 7개 구단 팬들은 ‘언제쯤 성숙한 관람 문화를 보여 줄 것인가?’라는 말로 사직구장 난투극에 대한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다수의 이성적인 부산 야구팬들은 ‘경기 결과와는 관계없이 난투극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야구팬 전부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위험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극소수의 추태 관중’이다. 하지만 올해로 30년째를 맞이하는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관중석 내에서 만취한 상태로 나타나 상대 응원을 방해하거나 이와 같은 난투극을 벌이는 경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 메이저리그였다면? 즉각 퇴장+사법 처리!
야구 선진국이라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관중들이라 해도 경기를 방해할 만한 ‘사소한 행위’가 발견되면 즉각 범인 색출과 함께 그 같은 행위를 벌인 자를 경기장에서 곧바로 퇴장시킨다. 더 인상깊은 것은 해당 경기가 열리는 홈팀의 대응이다. 행여 지금과 같은 난투극이 일어나거나 경기를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가 벌어지더라도 구단주가 직접 원정팀에 사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수준 높은 관전 문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술을 한 잔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좀 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다면 실망하여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하거나 화가 난다는 이유로 ‘폭행’이라는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모쪼록 ‘야구 열기’가 가장 뜨겁다는 부산에서, 앞으로는 이러한 불상사 없이 전 관중이 ‘수준 높은 관람 문화’를 선보이기를 기원한다. 2008년 이후 롯데가 홈에서 열리는 가을 잔치에서 단 1승밖에 기록하지 못한 것도 어찌 보면 이러한 ‘일부 야구팬’들의 그릇된 모습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 유진 김현희[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