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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자 선정 기준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2. 10.

11()이면 올 시즌을 빛낸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이 선정된다. 이미 10개 포지션별로 총 34명의 골든글러브 후보자가 발표된 상황이고, 그들 중 10명만이 금빛으로 번쩍이는 황금장갑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올 시즌은 유난히 수상자를 가리기 어려운 포지션이 많다. 물론 투수(윤석민) 1루수(이대호), 그리고 외야수 한자리(최형우) 정도는 100%라고 장담할 수 있고, 3루수 역시 타격과 수비에서 고르게 좋은 성적을 거둔 최정의 수상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6개 포지션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저마다의 호불호가 갈린다.

 

포수 부문은 강민호-양의지, 2루수는 안치홍-오재원, 지명타자는 김동주-홍성흔이 치열한 2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외야는 손아섭-이병규-이용규-전준우-김현수가 남은 2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유격수 부문의 경우는 4명의 후보(김상수-김선빈-이대수-강정호)가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쯤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다. KBO의 대회요강에는 각 년도의 수비, 공격, 인기도를 종합한 BEST10을 투표인단이 선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 한 문장이 전부인 만큼,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 좋겠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BEST10’이라는 문구다. 메이저리그나 일본의 경우 황금장갑은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원래 프로원년에는 ‘BEST-10’을 선정하여 시상을 했고, 이 의미가 그대로 골든글러브로 이어졌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모든 면을 종합한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 10명이 그 해의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된다.

 

그리고 그 제1의 척도가 되는 것은 역시나 성적, 바로 공격과 수비에서의 개인기록이다. 하지만 그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뛰어난 수비력이 요구되는 포지션(포수, 유격수, 2루수)의 경우는 타력 이상으로 수비력이 수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했고, 반대로 공격력이 우선시 되는 포지션(1, 3, 외야수)의 경우는 공격력이 최우선의 척도가 되곤 했다.

 

재미있는 것은 골든글러브 선정 기준에 인기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기도란 단어에 각각 선수들의 네임벨류(이름값)가 포함된다고 보면, 이 또한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도 성적만 놓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항상 전국구 스타들이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되어 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익히 잘 알고 있다.

 

문제는 포스트시즌 진출 및 우승팀 프리미엄이다. 매년 이 부분이 논란거리가 되어 선수와 관계자는 물론, 팬들까지도 그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골든글러브를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도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선수들과 우승한 선수들에게는 +@ +@@가 더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투표권을 지닌 기자들과 방송관계자들도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기자는 철저하게 정규시즌 성적만 보고 투표를 하고, 또 어떤 PD는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가산점을 부여하여 표를 던진다. 그러다 보니 매년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되면 꼭 한두 포지션 정도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팬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각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리그 MVP와 신인왕은 물론, 골든글러브 역시 철저하게 정규시즌 성적만 가지고 그 수상자를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트시즌은 말 그대로 시즌이 끝난 후 치러지는 보너스 축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축제에 대한 대가는 이미 다른 것(시리즈 MVP, 포스트시즌 배당금 등)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럴 땐 KBO 측에서 명확한 기준이라도 제시해줄 법하건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일 처리가 굼뜨기만 하다. KBO의 행정력이 현장과 팬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이렇게 모호하고도 애매하지만, 어쨌든 규정에 기반하여 나머지 6개 부문의 수상자를 예측해보자.

 

포수 강민호(롯데)

강민호는 실책(15)과 포일(7)을 합쳐 무려 22개의 범실을 범했다. 그에 비해 양의지는 범실이 7(실책 6, 포일 1)에 불과하고, 도루저지율(.413) .355의 강민호에 앞서 있다. 타격 성적은 강민호(19홈런 66타점 .289)가 양의지(4홈런 46타점 .301)를 압도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유난히 3할 타율에 대한 점수가 후한 편이다. 타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OPS는 강민호(.846)가 양의지(.760)에 크게 앞서 있음에도, 정작 후보들의 성적을 비교하는 표에서 OPS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포수는 수비가 우선시되는 포지션이다.

 

그래도 올해의 수상자는 강민호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바로 인기도때문이다. 아무리 양의지가 지난해 신인왕 출신이라 해도, 최근 들어 붙박이 올스타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가대표 안방마님 강민호에게 비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강민호는 모든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고, 양의지보다 80이닝 이상을 더 소화했다. 또한, 정규리그 2위인 롯데의 핵심전력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표를 던질 투표인단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2루수 안치홍(KIA)

경쟁자인 오재원은 올 시즌 46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안치홍보다 14경기나 많은 129경기에 출장했고, 안치홍보다 10개 많은 129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아무리 안치홍(.315)이 오재원(.277)보다 월등히 뛰어난 타율(및 비율스탯)을 기록했다 해도, 이만하면 오재원의 손을 들어줘도 이상하지 않다. 무엇보다 오재원은 올 시즌 타이틀 홀더다.

 

하지만 이 경쟁 구도는 좀 더 세밀한 곳을 들여다봐야 보다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오재원은 팀의 붙박이 2루수가 아니기 때문. 그가 소화한 총 1050.1의 수비이닝 중 2루수로 출장한 것은 658.1이닝으로 3분의 2도 채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안치홍은 900.2이닝 전부를 2루수로 출장했고, 훨씬 많은 이닝을 수비했음에도 2루수로서 기록한 실책은 9개로 똑같았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가 ‘2루수 안치홍에게 주어져야 하는 이유다.

 

유격수 이대수(한화)

4명의 후보가 모두 뛰어나다지만, 사실 98경기밖에 출장하지 않은 김선빈은 수상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4명의 후보 중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해 남들보다 수비 부담이 컸던 김상수는 실책도 22개로 제일 많았다. 아무리 우승 프리미엄이 더해진다 해도 김상수가 수상자로 결정된다면 삼성을 제외한 다른 팀의 팬들은 비웃을 뿐이다.

 

결국은 이대수와 강정호의 2파전이다. 강정호는 홈런(9 : 8)과 타점(63 : 50), 그리고 수비이닝(1059.2 : 910)에서 이대수에 앞서 있지만, 이대수는 타율(.301 : .282)을 비롯한 모든 비율스탯에서 강정호를 압도한다. 수비율은 거의 비슷한 상황. 유격수 임에도 주로 중심타선에 배치된 강정호에게 +@를 주고 싶지만, 그 중심 타자가 하위 타선에 배치된 선수보다 OPS 3푼이나 낮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대수는 후반기 최고의 타자(.394/.468/.518) 중 한 명이었고, 그로 인한 임팩트는 강정호의 그것을 오히려 능가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외야수 손아섭(롯데) & 이병규(LG)

외야는 수비보다는 공격이 우선시되는 포지션이고, 그렇다면 일단 한 자리는 손아섭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손아섭은 올 시즌 최형우 다음으로 높은 OPS(.892)를 기록했으며, 비율스탯(.326/.385/.507)과 누적스탯(15홈런 83타점 13도루)이 골고루 다 훌륭하다. 게다가 올해는 수비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이뤄 리그 최다인 17개의 보살(외야 송구아웃)을 기록했다. 실책도 7개로 외야수들 중 최다였지만, 이만하면 올 시즌 NO.2 외야수라고 평가해도 이상하지 않다.

 

나머지 한 자리 역시 손아섭 만큼이나 비율스탯(.338/.375/.487)과 누적스탯(16홈런 75타점)이 잘 어우러진 이병규의 수상을 점 쳐본다. 타점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김현수는 일찌감치 제외했고, 이용규는 화려했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의 마무리가 너무 안 좋았다. 부상으로 인한 결장 경기수도 너무 많았다.

 

오히려 아쉬운 건 리그에서 가장 많은 2루타(38)를 기록한 득점왕(97) 전준우다. 중견수임에도 손아섭 다음으로 많은 13개의 보살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수비능력을 갖췄고, 전경기에 출장하는 꾸준함을 선보였지만, 왠지 그를 수상자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름값에서 밀리는 것 같은데, 정작 올해 올스타전에서 팬투표로 동군의 베스트-10에 뽑힌 건 손아섭이 아닌 전준우였다. 전준우와 손아섭이 같은 팀이라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지명타자 김동주(두산)

이건 개인적인 고집이자 신념이라고 해도 좋다. 홍성흔(6홈런 67타점 .306/.376/.403)과 박용택(15홈런 64타점 .302/.347/.466)이 아무리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해도, 타격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지명타자 부문이라면 김동주(17홈런 75타점 .286/.393/.475)가 마땅히 수상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타율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출루율과 장타율이고, 그건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었을 때 의미가 있는 수치들이다. 김동주가 세 명의 후보 가운데 홈런-타점-출루율-장타율이 모두 1위인 만큼, 지명타자 부문의 수상자로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 만약 최근의 높은 인기와 포스트시즌 진출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홍성흔이 수상자가 된다면, 골든글러브의 권위가 의심받게 될 것이다. 고작 2푼의 타율 차이가 9푼의 OPS 차이와 11홈런+8타점을 극복한다면 그건 코미디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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