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010년 3월에 ‘올 시즌부터는 새로운 연봉제도를 실시하겠다’고 공헌했으며, 2010시즌 종료 후 그것을 그대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두고 관계자와 팬들이 ‘신연봉제’라 부르고 있는데, 처음 실시한 작년은 물론 2년째인 올 겨울에도 이를 두고 말들이 참 많다.
작년에는 박명환의 연봉을 90%나 삭감하고, 특별히 뛰어났다고 하긴 좀 애매했던 신인 오지환이 단숨에 1억원 고지를 돌파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물론 박명환의 경우 FA 계약 이후 워낙 보여준 것이 없어서 오히려 팬들이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올해는 LG의 암흑기를 홀로 지탱했던 에이스 봉중근의 연봉이 3억8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수직하락하여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신연봉제는 기존의 연봉책정 방식에 비해 두 가지의 큰 차이점이 있다. 하나는 지난 시즌의 성적만으로 다음 시즌의 연봉이 결정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에 구단에서 연봉책정을 위해 정했던 ‘내부 고과 성적’의 반영 비율을 50%로 낮추고 나머지 50%를 세이버매트릭스 항목 중 하나인 ‘윈 쉐어(Win Share)’로 대신했다는 점이다.
▲ LG의 신연봉제는 ‘메이저리그식’이 아니다
일단 오해를 하나 풀고 가자. 일부 팬들은 LG가 선수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새로운 연봉책정 방식이 메이저리그 모델을 따른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세이버매트릭스를 활용했다고 해서 메이저리그식이라 말 할 수 없다. 둘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연봉제는 기본적으로 ‘이 선수가 지난 시즌에 얼마나 잘했나’를 따져서 인상율이 정해지고, 그렇게 산출된 인상율을 지난 시즌 연봉에 적용하여 다음 시즌 연봉을 결정한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이 선수가 다음 시즌에 얼마나 해줄 것인가’를 고려하여 연봉을 결정한다. 물론 지난 시즌에 잘한 선수일수록 다음 시즌에도 잘할 가능성이 큰 것이 당연하지만, 당장은 보여준 것이 별로 없는 선수라 하더라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따져서 많은 연봉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추신수만 하더라도 작년에 부상과 부진에 신음했지만, 2012년의 연봉은 최소한 2011년보다는 많을 것이 분명하다. 지나간 2011년의 성적보다는 2012년의 기대치가 더욱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프로야구의 연봉은 ‘과거’에 기초하고 있다면, 메이저리그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LG의 신 연봉제 역시 그 기준은 철저히 과거, 즉 지난 시즌의 성적에 맞춰져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기존의 연봉은 고려하지 않고 ‘해당 시즌의 성적이 얼마만큼의 가치인가’만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가장 중요하다.
▲ LG의 신연봉제가 기존 방식과 다른 점
기존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선수들의 연봉은 어디까지나 전년도 연봉에 기초해서 정해졌다. 예를 들러 2010년 연봉이 1억원인 A와 2억원인 B라는 선수가 2011년에는 거의 동일한 성적을 거뒀다고 치자. 그 성적이 인상율 100%급이라면, A의 연봉은 2억원이 되고, B는 4억원이 된다. 전년도 연봉은 과거의 공헌도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연봉은 ‘누적된 공헌도+지난해 성적’으로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LG의 신연봉제는 기존의 연봉을 무시한다. 전년도의 연봉이 얼마였던, 지난 시즌의 성적이 똑같다면 두 선수의 다음 시즌 연봉은 같아진다. 신인이라 하더라도 당장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면 다음 시즌에는 5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5억원을 받던 선수라 하더라도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다음해에는 5천만원만 받아야 하는 서글픈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작년의 경우 2010년 5억원을 받았던 박명환의 연봉이 5천만원으로 책정되어 90%나 삭감됐고, 한때 팀의 뒷문을 책임졌던 정재복도 1억원에서 3800만원으로 연봉이 대폭 삭감되었었다. 대신 신인 오지환은 2400만원에서 1억200만원으로, 작은 이병규도 28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연봉이 수직상승 했었다.
올해는 앞서 언급한 봉중근 외에, 작년에 신연봉제의 혜택을 톡톡히 봤던 오지환이 1억2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연봉이 반토막 났고, ‘작뱅’ 이병규도 1억원에서 4천5백만원으로 크게 삭감됐다. 대신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뒀던 박현준은 단숨에 억대 연봉자(4300만원->1억3천만원) 대열에 합류했고, 신인 임찬규도 8천만원(작년 2400만)을 받게 됐다.
이렇게 전년도 연봉을 무시한다는 것은 누적된 공헌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연봉제의 문제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방식을 일부분 도입하긴 했지만, 그것이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 신연봉제는 아직 허점투성이다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란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에서 비롯된 단어로, 통계학자들이 ‘야구를 객관적이고 통계적인 수치로 분석하여 나타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낸 각종 지표다.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야구란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를 뜻한다.
윈 쉐어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야구통계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미국의 베이스볼과 한국의 야구는 그 기원만 같을 뿐, 서로 다른 문화와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왔다. 따라서 일부 기록에 대한 두 나라 야구 관계자들의 시각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록이 바로 ‘도루’다.
대부분의 세이버매트릭스 항목이 그렇듯, 윈쉐어 역시 도루라는 기록의 가치를 매우 낮게 매긴다. 세이버매트리션들은 “성공율이 75%가 넘지 않는다면, 도루는 쓸데 없는 짓이다”라고 말한다. 즉, 한 시즌 동안 75개의 도루를 성공시킨다 해도 25번의 도루 실패를 기록했다면, 도루왕에 등극한다 해도 그 기록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도루 하나로 어필하는 이대형의 윈쉐어 기록은 생각보다 낮을 수밖에. 게다가 이대형의 2011시즌 도루 성공율은 66.7%에 불과했으니, 리그 2위에 오른 도루 기록이 플러스 요인은커녕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식 야구에서나 통하는 계산법일 뿐, 미국보다 도루를 훨씬 중요하게 평가하는 한국 야구의 특징을 고려하면 이대형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차이 하나가 바로 ‘불펜의 기여도’ 부분이다. 메이저리그는 전형적인 ‘선발 중심의 야구’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다르다. 미국과 달리 독자적으로 성장한 한국 프로야구는 불펜의 역할이 선발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윈 쉐어가 평가기준이 되면, 불펜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기존의 공헌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LG는 2010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결과 신인급 선수들은 의욕에 불타게 되었지만, LG에 오랫동안 몸 담아왔던 선수들은 그간 쌓아왔던 공적들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그 동안 해온 것들이 있는데, 지금부터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하여 ‘공평한 제도’라고 말한다면 그건 억지다.
결국 LG는 올해 큰 난관에 봉착했는데, 그 대상이 바로 봉중근이었다. 작년의 경우를 돌이켜 본다면, 2011시즌에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봉중근의 연봉은 5천만원 정도로 책정되어야 했다. 하지만 팬들의 여론을 생각해서라도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결국 ‘팀 기여도’라는 모호한 항목이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더해졌고, 봉중근의 연봉은 1억5천만원으로 결정됐다.
“연차나 경력을 따로 대우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겠다”는 LG의 신연봉제는 나름의 취지와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평가 기준이 확실한 공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며, 그로 인해 과거의 공헌도를 모두 날려버린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보상책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LG의 신연봉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발전적인 대안’을 목표로 한다면 아직도 많은 노력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현재 비춰지는 LG의 신연봉제는 ‘장점’ 보다는 ‘약점’과 ‘단점’이 두드러지는 허점투성이의 불공평한 제도일 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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